노태부 부산대 로스쿨

 
내년 1월이면 대략 1,500명의 로스쿨 졸업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취업 전망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언론에서는 법원, 검찰, 로펌 등에 채용될 인원이 500명 이하일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11월에는 로스쿨생 취업박람회가 열렸지만, 채용되었다는 소식을 듣기는 힘들다. 며칠 전에는 경찰이 로스쿨 졸업생들에 대해 특별채용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지방 로스쿨에서의 취업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나 역시 지방의 로스쿨에 재학 중이지만, 졸업을 앞둔 1기 선배들로부터 취업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거의 듣지 못했다. 대부분은 ‘일단 시험부터 합격하고...’라며 말끝을 흐린다. 변호사 시험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라, 물어보기가 미안할 정도다.

그런데 정부, 변호사 협회, 언론, 정치인 등 뚜렷한 대책을 내놓는 곳은 없다. 사회 분위기도 로스쿨생들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이 가운데서 로스쿨생들만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1000여명의 졸업생들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듯하다.

그러나 로스쿨생들의 취업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의 각개전투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향후 몇 년간은 정부가 로스쿨생들의 취업문제에 대해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로스쿨생 개인들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법조시장에서 채용되지 못한 1000여 명의 졸업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다. 법원, 검찰과 같은 기존의 정형화된 영역이 아닌 새로운 전문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수요가 존재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6개월간의 연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또한 연수 후에 아무런 경력 없이 개인 사무실을 차리는 방안 역시도 비현실적이다. 로스쿨생들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평가받고 싶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는 현실은 출발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로스쿨 제도는 노무현 정부시절 사법개혁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사법제도의 개혁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제도이다. 로스쿨생들은 이 새로운 제도 하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될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고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가 제도만 만들어놓고 구체적인 운영방안과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개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문제는 향후 3~4년간이다. 2016년을 기점으로 사법고시는 폐지된다. 로스쿨 제도가 안착화되면 취업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어느 정도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로스쿨 스스로의 활동 영역 개척과 인식변화, 전문성 강화, 외국 로펌에의 진출 등 로스쿨생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들이 분명 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장기적인 문제이며, 로스쿨과 정부, 법조계, 기업 등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면 문제는 코앞에 다가온 1기 로스쿨 졸업생들의 당장의 취업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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