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성문 교수
천성문 경성대 교육학과 교수(전국대학교 학생생활상담센터협의회장)

올 한해 우리 대학 사회에 연이은 자살사건의 발생으로 사회의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현재 이러한 대학 자살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살이란 있어서는 안 될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살에 관한 말은 가급적이면 회피하고 외면하려고 한다. 자살사고나 충동은 어떤 특정한 상황에 있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특별한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으며 뜻하지 않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삶에 있어서 극단적인 어려움을 느껴질 때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살을 생각 해 볼 수 있게 된다. 이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자살생각을 하는 그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별 것 아니라고 느껴진다고 해서 그냥 쉽게 지나치거나 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 학생들이 죽고 싶다고 말한다거나, 힘들다고 호소한다면 그들에게는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이며, 그 자체를 이제는 많은 대학구성원들이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살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국가 공동체의 문제이다. 자살의 증가를 방지 하기 위한 자살에 대한 예방과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 대학 당국 및 상담 기관에서는 자살예방과 방지를 위한 교육 및 세미나를 개최하여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는 자살에 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 즉, 우리 동료들의 자살의 특징은 어떠한 것이며, 자살과 관련되는 사회적 요인은 무엇이며 개인적 특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의 사회 문화적 특성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이런 물음에 답할 지식과 정보가 너무 빈약하다.

자살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심리적 요인들이 학생들의 자살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자포자기, 주위사람을 조정하거나 주의를 끌기위해, 죄책감, 수치심, 스트레스, 빈약한 분제해결 기술, 든든한 사회적 울타리의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사회 문화적인 요인이 있다. 최근의 심각한 진로경쟁과 취업난, 지나친 경쟁과 그에 따른 좌절감, 대인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소외 등이 자살의 증가와 관련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자살에 대한 여러 가지 대처 방안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먼저 자신의 상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어야 한다. 많은 자살 학생들의 상담경험을 토대로 볼 때, 개인의 힘든 마음을 전혀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즉, 이런 사람들 가운데에는 매우 지적이고 생각도 깊으며, 자기 생활을 잘 해나가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공부를 잘 하는 능력과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하는 능력과는 상관이 없다. 마음 한 구석에 계속 불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불만이 가득 차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정서가 너무나도 강하거나 오랫동안 지속 된다면 우울감을 가지기 쉽고 이것이 자살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낮출 수있을까?

먼저 우울이나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촉발하게 된 원인과 생각을 찾아내고 이에 도전해 나가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또다른 부적인 감정을 불러오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서 잘라버리려는 노력을 통해 계속되는 악순환을 멈출 수 있다. ‘만약 잘 못 되는 어떡하지?’. ‘나는 실패자야’ 와 같은 자기 패배적인 생각 보다는 건설적인 대안은 없을까 라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대처해나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정적 감정을 불러 일으킨 자극이나 상황에 휩쓸리지 말고 우선은 편안한 명상과 같은 심리적 이완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바람직한 대인관계를 많이 형성하거나, 자신만의 스트레스 대처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있으면 즐거워 지고, 이러한 마음 상태는 자율신경계, 면역계등을 자극, 신체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준다. 사실 자살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으냐가 아니라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 그 사람 옆에 지금 누가 있느냐?’이다. 대부분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너무도 지쳐있고, 외롭고, 절망감에 쌓여있다. 그 때 그 옆에 있는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고 어려움을 들어주며 작게라도 같이 해결 방안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해 줄 때, 지치고 외롭고 절망스러운 마음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역할을 주변 선・후배, 동기, 교수 등이 충분히 해야 하며, 대학 당국은 이들의 심리적인 문제 예방과 안전을 위한 자살예방 상담 센터나 학생상담센터의 기능을 확충시켜 그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자살 위기는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위기가 위험고 더불어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되듯이 자살 위기를 겪는 학생도 위험을 잘 딛고 일어나 성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대학당국이 안내자 역할을 잘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마음을 충분히 공유하려는 우리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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