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은 했는데...수업환경은 열악

장애인 특별전형제도가 도입 10년을 맞아 본지는 ‘대학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한 기획을 마련했다. 장애인 특별전형도입을 바탕으로 그동안 대학의 장애인 복지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전문가를 통해 개선방향과 전망을 짚어봤다. ◆ 장애인 특별전형제도, 도입과 시행 장애인 특별전형제도는 지난 1994년 1월 교육부가 특수교육대상자의 정원 외 특례입학제도 실시계획을 발표하면서 1995학년도부터 특수교육진흥 규정에 의해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시각, 청각, 지체부자유(뇌성마비 포함)등의 장애인에 한해 처음 실시됐다. 이 제도는 장애인의 대학 취학률 상승, 고등교육의 보편화, 이를 바탕으로 한 전문직 및 사회지도층으로의 진출 등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물론 이 때에도 입시제도가 장애인에게 불리하고, 대학에 들어간다 해도 장애인이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제도시행을 반대하는 의견이 존재했다. 또 이 제도로 대학교육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할 수는 있겠으나 정원 외 선발 같은 방식을 할 경우 동등한 인격이라기보다는 열외의 대상일 뿐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인식을 가져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장애인 특별전형제도는 이러한 논란을 거치며 1995학년도 경희대, 서강대, 연세대 등 6개 대학에서 처음 시행됐다. ◆ 특별전형제도 10년, 그동안 대학에선 장애인 대학입학 특별제도를 통해 지난해까지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장애학우는 총 2천9백11명. 이 제도를 실시하는 대학도 1995년 6개 대학에서 2004년 49개 대학으로 8배가 증가했고 시행 첫해 1백7명의 장애인 대학생이 지난해에는 3백9명으로 증가해 3배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몇몇 대학들은 모집정원만을 고시한 채 아예 특수교육 대상자를 한 명도 선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학년도 대학별 특수교육대상자 입학현황을 보면 남서울대, 상명대, 장로회신학대, 제주대, 중앙대, 한림대, 호원대 등 7개 대학은 모집인원만 규정해 놓은 채 학생을 선발하지 않았다.
또 장애인 특별전형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 중 6개 대학의 1백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연구결과에서 장애학생들은 43.1%가 학교시설 이용과 학습기자재 이용 등에서 대학생활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해 9월 ‘특수교육 실태보고 및 안정적 재정확보 방안마련 토론회’에서는 장애인의 고등교육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대책이 심도 깊게 논의됐다. 이 날 발제문에 따르면 장애인 특별전형제도의 효과로 △중증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의 고등교육 기회확대 △대학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통합의 경험과 문화적 혜택 증대 등을 꼽았다. 반면 △전형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장애학생의 수학능력저하 △대학생활의 부적응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장애학생의 대학생활 부적응 문제는 1997년 2000년까지 30개 4년제 대학에 특별전형 제도로 입학한 학생 9백74명 중 학사경고율, 휴학경험율, 중도포기율이 각각 18.2%(1백77명), 11.7%(1백14명), 5.3%(52명)으로 나타나 총 35%의 학생들이 부적응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집계됐다.
분리교육환경에 중간과정 없이 일반 고등교육과정에 직면하게 돼 장애학생들은 당황하게 되고 대인관계에도 힘들어하기 때문. 특수학교에서와는 달리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인식이 없는 강사 및 조교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이 발제문은 지적하고 있다. ◆ 장애인 대학생 복지문제, 수면위로 전문가들은 이 제도의 시행으로 장애인 대학생 복지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장애인의 학내 유입이 늘어나면서 장애인 복지문제가 각 대학들에게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한국재활복지대 김주영 교육연구사는 “장애인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대학당국에게 장애인 복지문제를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시킨 것이 큰 의의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국내 대학의 장애인 복지실태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아무런 지원 없이 정책만 만들어 놓고 장애인을 대학총장이 정원 외로 선발하게 하는 것은 대학이 별도의 투자 없이 기존 시설에 불만이 없는 학생들만 가려서 뽑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그의 설명이다. 김 연구사는 “고등교육을 받는 장애학생들에 대한 교육당국과 대학의 연구와 조사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며 “장애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의대 유동철 교수(사회복지)는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입학하기는 했는데 수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아직 대학은 미흡하다”며 “대학종합평가 항목에 장애인 복지 분야를 추가하는 것이 대학들이 이들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유인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특수그룹에 속해있는 학생들을 우대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중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대학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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