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모호하고 처리의지 약해

대학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각종시험에서 발생하는 부정행위가 직접적인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학생들의 도덕불감증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 K대는 10여 년간 시험부정행위로 인한 처벌이 없다가 지난 학기, 한 학생에 대해 징계처벌을 내렸다. 대학측은 학칙 ‘제44조 6항 시험부정행위자 적발 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처벌한다’는 규정에 따라 해당과목을 F학점 처리했다. 당시 시험감독관은 시험을 치르던 학생의 필통 속 컨닝페이퍼를 발견해 학생처에 보고하고 학생처는 절차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하지만 실제 부정행위가 이러한 절차를 밟아 처리되는 경우는 드문 일. 이 대학 관계자는 “실제 부정행위를 적발하고도 보고하지 않고 현장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컨닝 등 부정행위도 대학의 한 문화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S대는 학칙 제23조에 규정돼 있는 ‘시험부정 행위자 처리’에 관한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처벌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이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이 조항은 답안지 무효, 무기정학, 유기정학 등 부정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내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목적은 학생 처벌에 있다기 보다는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부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있다. 다른 관계자는 “퀴즈, 팀 발표, 출석, 과제물 등 다양한 평가가 수반되기 때문에 시험결과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교육)는 “해외 대학의 경우 시험뿐만 아니라 보고서 등 각종 평가의 부정행위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규정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며 “국내 대학도 현재 모호한 관련규정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은 교육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대학 스스로 의식을 갖고 이를 해결할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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