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운영철학, 오명 전 건국대 총장 영향 받아”
학부 과정은 창업·연구·취업 세 트랙으로

▲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SUNY Korea) 총장은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첫 입주대학의 초대 총장으로서 지난 2010년 2월 취임 이후 설립준비업무를 총괄해왔다.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 전공과 기술경영(Technology Society) 전공 석·박사 과정 407명으로 첫 문을 여는 한국뉴욕주립대는 11월 1차 모집을 마감하고 1월 15일 2차 모집을 앞두고 있다.

본지는 근 6개월간 송도 캠퍼스 부분 완공과 입시설명회, 교수 섭외, 대외홍보까지 직접 관장하고 한국과 미국·중국 등 해외를 오가느라 바쁜 김춘호 총장을 만나 한국뉴욕주립대의 비전과 설립준비과정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 한국뉴욕주립대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비전·교육 모델에 대해 설명해달라.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과 동일한 학위를 주는 한국 분교로, IT 공학 분야에 특화됐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그런 대학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다. 아시아의 허브인 송도에 위치한 만큼 국내외 다국적 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계해 산학연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혁신 모델을 선보일 것이다.

한국뉴욕주립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본교 교수진 수업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세계 여러 대학들이 모이는 글로벌대학캠퍼스 환경에서 빌 게이츠나 손정의 회장처럼 기업가정신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 국내 모델이 전무한 상태여서 도박이나 다름없다는 평이 많다. 그 자리를 자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전자부품연구원 원장을 맡던 시절 오명 당시 아주대 총장으로부터 뉴욕주립대 유치 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후 건국대 총장을 맡으실 때도 대외협력부총장으로서 꾸준히 대학 유치 사업에 참여한 것을 연으로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미국대학 유치는  미국 대학들의 이익을 보장함은 물론 두 나라의 문화 차이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뉴욕주립대 유치는 뉴욕주립대 동문이자 명예교수인 오명 전 총장의 꾸준한 설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 대학 운영원칙이나 철학에 있어서 오명 전 건국대 총장의 영향을 받았나.

“그렇다. 건국대 대외협력부총장을 역임하면서 오명 전 총장으로부터 리더십을 다시 배웠다. 오 전 총장은 우리 교육에 남다른 애착이 있고,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큰 장애물이 있을 때마다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뉴욕주립대 유치도 우리 교육계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오 전 총장의 비책이었다. 그런 리더십을 배웠기 때문에 지금 내가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을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 언제냐고 물으면 ‘건대 부총장이었던 2년 9개월’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 만큼 나름의 철학을 세울 수 있었던 시기다.”

- 국내 최초 미국대학 분교로서 학생·본교로부터 받는 기대와 주변 시선 때문에 부담이 클 것 같다. 개척자로서 각오는 어떤가?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고 정신없이 바쁘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러 사람의 힘이 모여 한 단계씩 이뤄나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학교의 성패가 결국 수업 품질과 학생들의 성장에 달려 있는 것 아닌가. 대학생과 박사 과정 학생들은 1년 이상 본교에서 수업해야 하는 조건 속에서 뉴욕주립대의 오랜 역사와 노하우로 좋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김춘호 총장과 환담하고 있는 박성태 본지 발행인(왼쪽).
- 한미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뉴욕주립대가 존재감을 확고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학교로서는 보통 기회가 아니다. 미국 연구소와 기업들이 들어오면 산학연 클러스터 구성에 원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한미FTA를 기회삼아 한국뉴욕주립대가 한국과 미국 기업 및 연구소가 드나드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해낼 계획도 갖고 있다.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 기업을 진출시키고 거꾸로 미국 최고 기술을 가진 연구기관도 들여오는 식이다.”

- 지난 해 국내 국공립대가 당면했던 총장 직선제 폐지, 법인화 등 여러 변화들을 어떻게 보나.

“국내 대학들은 한편으로는 한국이라는 안전한 틀 안에서 어느 정도는 안주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이슈가 발생한 탓에 대학 행정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시각들이 많지만 나는 이를 발전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뉴욕주립대를 비롯한 세계 유수 대학들이 한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국내 국공립대의 학생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 다른 대학들과의 협력관계는 어떤 방식으로 구축해나갈 생각인가?

“포스텍과는 이미 지난 7월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2011년 IT 명품인재 양성 사업’에 선정돼 10년간 1700억원을 수주 받게 됐다. 인하대는 인천지역에 위치했고 공과대학 특화 등 공통점이 많아 여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른 대학들과도 접촉 중이지만 구체적 계획 없이 무조건 맺고 보는 식의 교류협력은 지양할 생각이다.”

- 미국 교수들 외 한국 교육정책·정서를 중개해주는 한국인 교수도 필요할 것 같은데 채용 계획이 있나?

“두 국적을 가진 교수 간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인 교수들은 언어실력이 갖춰진 이들로 2명을 임용했다. 미국대학의 한국분교이기 때문에 한국인 교수 임용도 미국의 인증 및 채용과정을 밟는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또한 한국인 교수 수업이 너무 많으면 미국대학 분교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주로 외국인 교수들에게 수업을 맡길 방침이다. 임용된 한국인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연구에 좀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 11월 중순 1차 모집은 끝났다고 들었다. 모집 현황은?

“기술경영 전공의 인기가 좋아 정원은 초과 상태다. 박사 과정 경쟁률은 3 대 1 정도다. 컴퓨터과학 전공은 아직 정원이 남아있는데 2차 마감 때 승부를 보기 위해 해외 학생 유치도 힘쓰고 있다. 미국대학은 9월이 진짜 입시철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대외 홍보만 잘 이뤄진다면 문제 없다고 본다.”

- 앞으로 한국뉴욕주립대 운영 계획을 말해달라.

“대학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차별화·맞춤형 수업 개설에 방점을 찍을 생각이다. 예를 들면 2013년 문 여는 학부 과정은 세 가지 트랙으로 구상 중이다. 하나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창업 트랙과 연구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 트랙, 그리고 취업 트랙이 그것이다.
미국 뉴욕주립대와의 학점공유제도 계획 중이다. 완전히 같은 학위기 때문에 박사과정은 1년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보내야 한다. 그 외에도 뉴욕주립대 재학생이 한국뉴욕주립대에 와서 수학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도 학점이 연계될 수 있도록 조율 중이다. 또한 미국에 직접 가지 못해도 한국에서 미국 본교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기반 사이버강의 프로그램을 유치할 것이다.”
<사진=한명섭 기자, 정리=이연희 기자>


김춘호 총장은…

1957년 경기 이천 출생.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 전자부품연구원(KETI) 원장을 거쳐 2007년 건국대 대외협력부총장을 역임했으며 2010년 한국뉴욕주립대 초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IT융합기술연구원 원장직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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