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등, 입학성적 장학금 선정자 미등록 시 이월 안 해

일부 대학들이 입학성적 우수 장학생으로 최초 합격한 학생이 미등록했을 경우 해당 장학금을 차순위 합격자에게 이월하지 않고 챙겨둬 논란이 일고 있다. 입학성적 우수 장학금으로 할당된 예산인 만큼 차순위에게 혜택을 제공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대학들은 “미지급된 장학금을 추후 다른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 중 장학생으로 선정된 합격자가 등록하지 않았을 때 차순위 학생에게 장학금을 넘겨주지 않는 곳은 경희대·국민대·서강대·서울시립대·연세대·중앙대 등이다. 이들 대학에선 장학금 대상 등수에 들었던 학생이 미등록해 다른 학생이 해당 등수로 진입하더라도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연세대의 경우 올해 수시·정시모집 입학성적 상위 3%이내인 학생들에게 8학기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데 장학금 대상 합격생이 등록하지 않으면 차순위 학생에게 혜택을 넘기지 않는다. 연세대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지난해 기준 869만원으로 상위 3%이내에 든 학생이 1명만 등록하지 않아도 총 3476만원의 장학금이 보류된다.

타 대학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서강대는 올해 정시 합격자 중 상위 5%이내엔 8학기 등록금 전액, 15%이내엔 4학기 등록금 전액을 지원할 예정이나 이 같은 혜택은 처음부터 장학생으로 선정된 합격자에게만 주어진다. 경희대·서울시립대 등도 수석 합격자들을 위한 장학금을 최초 선정자에 한해 적용, 해당 학생이 등록하지 않더라도 차순위에게 장학 혜택을 이월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해당 대학들은 “입학성적 우수 장학금이 보류되더라도 어차피 장학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립대 학생과 관계자는 “입학성적 우수 장학금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이미 장학금 예산으로 편성된 돈이기 때문에 해당 연도 내에 다른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잘못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이찬규 중앙대 입학처장은 “입학성적 우수 장학금은 말 그대로 입학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지급하는 것인데 차순위 합격자에게 이월할 경우 제도 취지에 어긋나기 쉽다. 또 장학금의 권위도 떨어질 수 있다”며 “어설프게 성적 장학금을 지급하느니 보류했다가 가계곤란 장학금 등 다른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대학들의 장학제도 운영 방식에 대해 학부모·수험생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최종적으로 장학금 대상 등수 안에 들었음에도 차순위라는 이유로 장학금을 못 받는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뜻이다.

수험생 최나리씨(20)는 “최초 선정자가 아니라고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단적으로 말하면 최종 등록한 학생들 중 수석, 즉 사실상 수석인데도 장학금을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요즘 같은 고액 등록금 시대에 너무 억울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입학성적 우수 장학금을 보류했다가 다른 장학금으로 활용하는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초 선정자 미등록으로 인한 것일지라도 장학금 수혜 등수 안에 들었다는 건 어느 정도 우수한 학생이라는 말이다. 입학성적 우수 장학금은 차순위에게 이월해 제공하고 가계곤란 장학금 등이 당초 계획보다 더 필요하면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합격생 우수범씨(20)의 어머니 역시 “처음부터 입학성적 우수 장학금 명목으로 할당된 예산인 만큼 해당 장학금을 차순위 합격자에게 지급하는 게 옳다고 본다”며 “최초 합격자가 아닌 최종 등록자를 기준으로 장학 혜택을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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