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로스쿨 “첫 변호사시험 밀리면 끝” 위기감도

▲ 변호사시험 보는 로스쿨 학생들. 사진 한명섭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 학생들이 3일부터 7일까지 처음 시행되는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있다. 각 로스쿨의 시험 합격률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대량실업 위기가 우려되는 졸업생 취업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특히 지방대 로스쿨들은 당장 첫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으면 ‘하위 로스쿨’로 낙인찍힐 것이라는 위기감에 떨고 있다.

6일 로스쿨들에 따르면 첫 변호사시험 합격 인원은 총정원 대비 75%인 1500명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응시 인원이 1968명으로 경쟁률이 1.13 대 1에 불과하고, 시험에 과락하는 응시생까지 고려하면 미달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 한 로스쿨 원장은 “시험 난이도나 채점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1500명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무조건 1500명을 뽑는 게 아니라 기본 요건을 충족 못시키는 실력의 학생은 탈락하기 때문”이라며 “예년 사법시험 과락률이 20% 전후임을 감안하면 탈락하는 숫자가 꽤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스쿨들은 첫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외 평판도와 입학자원 유치를 비롯해 향후 로스쿨의 성패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지방대 로스쿨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 심하다. 첫 시험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병일 영남대 로스쿨 원장은 “첫 시험이라 다른 기준이 없는 한 이번 합격률이 로스쿨 선택의 주요기준이 되지 않겠느냐. 지방대 로스쿨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시험 한 번으로 로스쿨 서열이 매겨지는 것은 곤란하다. 적어도 3번 이상 시험 결과가 누적돼 평가를 받아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배 원장은 “아무래도 첫 시험 결과는 소위 SKY 로스쿨부터 차례로 서열이 매겨질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 교육프로그램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유명 대학 로스쿨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못지않게 졸업생 취업률에도 신경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쿨 졸업생들의 대량실업 위기가 거론되고 있어서다. 변호사시험에 1500명이 합격하더라도 1기 로스쿨 졸업생 중 검사와 법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로펌) 채용 숫자는 50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가 2012년 업무보고에서 △시민 대상 무료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홈닥터’ 활성화 △소외지역·취약계층 대상 ‘이동법률상담사업’ 추진 △무변촌·법률보호 소외지역 법률구조공단 지소 9개 추가설치 등 로스쿨 출신을 위한 법조직역 확대에 나섰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신현윤 연세대 로스쿨 원장은 “로스쿨 제도 하에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취업률이 중요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취업률을 더 중시하는데 국내도 이런 경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 현실이 만만찮다. 취업률은 35~40% 수준으로 예상되며 지방대 로스쿨일수록 어려움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졸업생 취업률이 로스쿨 교육의 성과를 가늠하는 주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 지방대 로스쿨 관계자는 “결국 로스쿨도 취업이 목전의 문제인 만큼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기본이고, 취업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현식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이사는 관련 심포지엄에서 “로스쿨 출신들이 소득에 대해 탄력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변호사 숫자 확대의 기본 취지가 무변촌 등 법조서비스 소외계층을 위한 것인 만큼 모두가 고소득을 보장받겠다는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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