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해 동양대 총장

우리는 좌우 갈등을 극심히 겪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전교조나 대학의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근대사의 많은 업적을 남긴 대통령이나 정치가들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넘쳐나고 있다. 역사적 인물의 평가는 시대의 공과를 함께 따져야 하는데 교사 상당수가 일방적인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유명 시인이 카다피에 대해 극찬하면서도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전환시대의 양심이라던 교수는 북한 정권의 폭정과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죽을 때까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때로 인간에게 지식은 병이 되기도 한다. 20년 경력의 항공기 기장을 비롯해 많은 공무원·변호사 등 70여명이 친북활동으로 수사받고 있다. 종북 사이트가 122개나 되고 이들 가운데는 북한 정권이 직접 관리하는 사이트도 있다. 북한 정권의 도발이 계속되는데도 소위 진보인사들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우리 5000년 역사를 통해 어떤 폭군이나 전제군주도 이렇게 많은 수의 동포를 박해하고 파멸시키지 않았다는 진실만은 우리가 알아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 전개되는 많은 일이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경제 강국 한국을 시샘하는 세계인들은 더욱 이해가 안될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한국적 상황도 있지만, 교육이 제구실을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교사와 교수들이 북한 정권이 정통성을 가졌다고 가르치다 보니 친북이 마치 지성인 양 판을 친다. 해방 전후사를 보면 남북한 모두는 독립운동의 주축 세력인 민족주의 계열이 제거되고 일부의 친미?친소 세력이 정권을 장악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정통성을 가진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문제는 이들이 스스로를 진보라 하고 자신들의 견해를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수골통’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진보는 베이컨·데카르트 등 많은 사상가에 의해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돼왔다. 그러나 이른바 진보 세력이 말하는 진보는 주사파나 마르크스의 개념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진보나 보수, 발전이라는 개념이 절대적으로 어떤 것이라고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이념적 합의가 있는 말도 아니다.

한국에서는 친중·반미에 동조하지 않고 북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사람들을 보고 ‘보수골통’이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진보나 보수와는 아무 상관없는 말이다. 마르크스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재 북한은 가장 극렬한 보수반동이다. 심화된 저개발 상태에 불과하다. 종속이론의 대가들이 말하는 ‘저개발의 개발’이 전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북한은 중국에 심하게 종속되어 있다. 북한은 정치체제라는 상부구조가 하부의 생산관계와 생산력의 발전을 철저히 왜곡시켰기 때문에 역사의 추가 거꾸로 가는 상태다.

진보는 철학적 변증법적인 관점을 가지고 파악해야 한다. 정(正)-반(反)-합(合)이 가지는 미래지향적인 속성을 파악해 낡은 틀을 파괴하고 그 필요한 내용을 보존하면서 바람직한 미래사회를 만들어갈 때 진보니 개혁이니 하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북한 동포의 인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바로 내 형제자매들이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념적 갈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교육적 기능을 회복해야만 한다. 이제 우리는 과거보다 미래를 이야기하고 지역보다 세계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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