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민주화 투쟁의 산물로 얻어진 대통령 직선제. 민주화의 흐름을 잇는다는 차원에서 1988년 도입돼 17년간 운영되던 국·공립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겠다는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선거과정 중 과열 혼탁, 파벌조성과 선거 후 보직제공 등 정치화가 심각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로 인해 학문발전이 저해되고 대학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논리다. 이 같은 가장 최근의 예는 최근 총장선거를 진행하며 교수간의 알력다툼으로 제주대와 제주교대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들 대학에서는 교수회와 그 외 교수간의 갈등으로 제주권 구조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데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고등교육계에서는 그동안 어렵게 일궈왔던 대학의 민주화에 역행하는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교육기관본부는 지난주 ‘총장직선제 폐지 주장은 교육공공성 말살 기도’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현행 총장직선제는 대학구성 3주체 중 직원, 학생을 배제한 채 교수들만 참여하는 절름발이 민주주의였다”며 “대학의 민주화를 실현해야 할 김 교육부총리가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교육부의 대학지배구조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국공립대 관계자는 “민주화라는 정서가 크게 자리하고 있는 현실에서 직선제만한 대안이 무엇이 있겠느냐”며 “간선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정말 총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그 위원에게도 로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반발 속에 대학의 실정에 맞게 직선제와 간선제 등 총장선거방식을 대학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바람직한 결과이든 그렇지 않든 그 결과에 대해 대학이 책임을 질 수 있는 여건조차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이기만 한 주장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송희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의장은 “모든 대학이 혼탁한 선거를 치르는 것으로 판단하고 총장선거방식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자율적으로 대학이 총장선출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가 밝혔듯이 결국 총장직선제가 문제고 이미 법 개정을 위한 자문도 받은 상태라면 그는 이를 대신하면서 민주화에 역행하지 않는 방안을 궁리해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요건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 중 대학자율화도 포함돼 있음을 김 부총리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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