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준호 전국대학신문주간교수협의회 신임 회장

 
“시대가 바뀌면서 학보가 위기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인터넷에 이어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미디어가 급속도로 발달해 학보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죠. 이제 학보도 학교 정보만 보도하기 보다는 지역사회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전국대학신문주간교수협의회(이하 전주협)에서 최근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이준호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학언론의 위기’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대학마다 학보사가 있지만 ‘유명무실’하게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이유에서다.

“대학이 언론사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늘리지 않는 추세에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살아남기 위해 학보사와 방송국을 통폐합해서 운영하는 대학도 생겨났죠. 반값등록금 이슈로 재정적인 압박이 심해지자 대학은 당장 눈앞에 수익성과 효율성이 나타나지 않는 언론사를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이 교수의 말대로 일부 대학에서 실제로 학보사 기자에 대한 장학혜택(등록금 면제)을 대폭 줄이거나 학년 별로 차등해서 지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기다 요즘 대학생 사이에서 종이신문과 같은 활자매체 자체를 꺼려하는 성향이 점차 강해지면서 학보의 위기를 가속화했다.

이 교수는 “학보사 기자는 기자이기 이전에 학생이라 취업을 피할 수 없다”며 “학보사 기자들이 학점·토익점수 등 소위 ‘스펙’을 포기할 수 없어 신문에만 ‘전력투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학보사의 현실에 대해 이 교수는 학보사에서 기자로 근무한 경력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운영방식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즉 학보가 일반적인 동아리처럼 아마추어리즘과 학내 정보에만 의존하는 체제에서 벗어나 기성언론과 격차를 점차 줄일 때 1990년대 이전의 ‘학보 황금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 교수는 갈수록 ‘하향평준화’ 되고 있는 학보사 기자들의 실력에 대해 “당연한 현상”이라며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우선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반대로 대학은 늘어나 과거에는 대입 문턱을 넘을 수 없었던 고등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컴퓨터에 익숙한 학생들이 논리적이고 긴 호흡의 문장을 읽고 쓰지 않는 탓이라고.

“글쓰기와 취재역량 강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글을 읽고 쓰는 습관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능력도 길러야 하는데 방대한 양의 독서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책을 많이 읽는 수밖에 없네요.”

지난해 12월. 1년 임기의 전주협 회장에 선임된 이 교수는 올해 “어깨가 무겁다”면서 포부를 밝혔다. 이 교수는 “올해에는 총선과 대선까지 양대 선거가 있는 만큼 학보도 영향력에 상관없이 정치화 될 수 있는데 주간교수들이 무게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라면서 “또 대학언론이 대학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지 않게 다각도로 논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 대학언론을 위해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흔히 옆에서 볼 수 있는 대학생보다 자기 시간은 많이 부족하겠지만 학보사 기자로서의 경험은 분명 ‘강력한 무기’라는 격려다.

“기성언론에서 학보사 기자를 크게 우대하지 않는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어요. 기성언론도 학보사처럼 위기상황인 건 마찬가지거든요. 대학언론사 경험은 졸업 후 세상을 보는 안목과 대처능력을 기를 수 있는 흔치 않는 경험입니다. 특히 학보사에서 쌓은 대인관계와 리더십은 분명 인생의 큰 자산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학보사 기자 여러분 힘내세요!”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