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 장학금’ 반 토막에 상대적 박탈감까지

서울시의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지원 방식을 놓고 타 대학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지원의 영향으로 기초학문 분야 대학원생들을 위한 장학금의 규모가 대폭 줄고, 타 대학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심화돼 “서울시립대만 신나는 반값등록금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8일 서울시립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은 최근 개최된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반값등록금 시행을 최종 확정했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으로 서울시는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올해 총 148억1400만원의 예산을 새롭게 편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시립대 입학생의 1학기 등록금(입학금 포함)은 △인문사회계열 111만4000원 △수학계열 121만8500원 △이학계열 132만500원 △공학계열 144만2500원 △체육계열 146만3000원 △미술계열 153만6000원 △음악계열 170만2500원으로 지난해보다 정확히 절반이 줄었다.

문제는 절반이 된 게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예산을 신규 편성하면서 경제사정이 어려운 기초학문 분야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하이서울 장학금’ 대학원 분야 예산을 반 토막 냈기 때문이다.

하이서울 장학금 대학원 분야의 지난해 예산은 48억2000만원(집행액 41억4500만원)이었으나 올해는 23억6500만원으로 무려 51%가 줄었다. 당초 서울시가 편성했던 40억3700만원의 예산에서 서울시의회가 신규 수혜자 몫인 16억7200만원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하이서울 장학금 대학원 분야 장학생 신규 선정은 불가능해졌고 기존에 선정된 860명의 학생들에게만 장학금을 겨우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측은 “박사과정 학생보단 학부생을 지원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 하이서울 장학금 예산을 줄였다”며 “박사과정 학생들은 본인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고 학부생보단 경제 사정이 낫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서울시의회의 설명에 박사과정 학생들은 울분을 토한다. 이화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최선영씨(28)는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의 취지에는 동감하나 지원 방식엔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학부생들의 반값등록금 지원을 위해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 예산을 삭감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기초학문은 돈 있는 사람만 공부하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최씨는 “기초학분 분야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외부 장학금은 손에 꼽을 만큼 적고 공부를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란 과외·아르바이트 등이 전부다. 하이서울 장학금에 의존하고 매달리는 학생들도 정말 많다”며 “그나마 얼마 안 되는 기초학문 분야 장학금을 삭감하기 보단 각 대학원들의 과도한 학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숭실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강모씨(31)도 “국가의 앞날을 걱정했다면 기초학분 분야 박사과정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진 못할망정 줄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가난하면 공부에 욕심조차 내서는 안 되는 것인지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새 학기 등록금 걱정에 마음을 졸이고 있는 타 대학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상당하다. 고려대 한 재학생은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만 해도 학비를 낼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서울시립대에도 형편이 괜찮은 학생들이 있을 텐데 그들에게 지원할 예산을 타 대학에 재학 중인 어려운 학생들에게 줬다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립대는 안 그래도 등록금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는데 이제 반값까지 됐으니 정말 부럽다”며 “서울지역 타 대학들도 반값은 못하더라도 등록금 인하를 위해 제발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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