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 제한대학 총장들, 노동부·중기청 사업 계속지원 촉구

- 정세현 원광대 총장: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지역 대학이 살아남는 방법은 특성화밖에 없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난데없이 특성화하기는 어렵고, 기존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특성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는 과감히 통폐합해야 하는데 학과별 특수성을 감안해달라는 반대에 부딪힌다. 제안을 하나 하겠다. 학과별 평가를 학과별·계열별 상대평가로 하면 자연스럽게 경쟁력 부족한 학과를 구조조정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역 대학의 특성화가 용이할 것으로 본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전면 지원을 끊는 것은 1년 고생해보라는 느낌이다. 물론 대학이 자구노력을 통해 벗어나야 하지만, 중기청 창업선도대학 같은 사업도 재정 지원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는 게 문제다. 대학 창업 관련 사업은 정부 고용증대 정책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창업보육센터 관련 2010년 통계를 인용하면 전국 센터를 통해 2만명이 넘는 취업 효과를 거뒀고, 창업기업들이 2조원 이상 매출이라는 효과를 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됐다고 해서 중기청 창업 관련 지원사업도 1년을 쉬면 농토를 묵혔는데 황폐화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교과부 정책의 방향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구조조정과는 별개로 고용증대 측면에서 대학 창업보육센터 기능만큼은 계속됐으면 한다. 교과부가 힘써 달라. 원광대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전북, 인구 30만명 정도의 중소도시 익산에서 약 140개의 기업을 창업했고 매출도 약 56억원을 기록했다. 지역사회에 이 정도 기여했으면 의미가 있는데 한해 쉬어버리면 내년에 다시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 박희종 관동대 총장: 다른 총장님들도 얘기했듯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돼 올해 재정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지난해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계속 지원받던 정부 지원사업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노동부나 중기청이 발주하는 관련 사업들은 대학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창업이나 일자리 창출이 주목적 아닌가. 교과부도 창업교육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니 이런 맥락에서 사업을 계속 유지하고 지원받을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 신규사업도 아닌 연속성 있는 사업을 1년 지원받지 못하면 다시 시작할 때 어려움이 따른다. 재고해 달라.

또한 모든 여건에서 수도권과 지역이 현격히 차이나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학들에 8개 지표를 일률 적용해 평가하는 것은 문제다. 출발점이 다른 주자들이 시합을 벌이는 모양새다. 교육정책을 펼 때 최소한 ‘지방균형발전’ 철학을 갖고 해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우선 수도권과 지역 대학을 구분해 평가하고, 지역 대학에게는 별도로 지역공헌도를 평가하는 지표도 개발해 적용했으면 한다.

- 조규향 동아대 총장: 정부(교육부 차관)에 있어봤지만 대학 총장으로 직접 와보니 시각이 달라지더라. 장관께서 ‘큰 틀’을 언급했는데 우리 대학교육에는 여러 모순된 틀이 있다. 국내에 3D 업종 기피로 외국 노동자들 숫자가 80만명 정도 된다. 이것만 국내 대학생들이 대체해도 취업률이 좋아질 것이다. 그런 점부터 바꾸려 하지 않고 대학이나 학생 숫자부터 줄이자는 것은 모순이다. 또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데 비례해 각 대학 정원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단 이런 점들부터 조정한 뒤 적응하지 못하는 대학은 탈락시키는 방향이 돼야 한다.

수년 전만 해도 국내 대학교육의 질이 형편없다,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조가 주류였다. 교육의 수월성이나 대학경쟁력을 강조했는데 지금은 기준이 바뀐 것 같다. 가난한 사람, 대학 못 가는 사람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정책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대학교육만 볼 게 아니라 전체적 산업정책·실업정책도 같이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학 구조조정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간강사 봉급만 해도 국립대만 지원해 올려주고 사립대는 예외를 둔다. 지역 사립대는 재정이 어려워 교수 봉급조차 못 올리고 있는 형편인데도 말이다. 등록금 인하 역시 국·사립대의 처지가 다르고 서울과 지역의 등록금 격차가 있는데도 퍼센테이지(%)만 본다. 이런 점을 잘 조율해야 한다. 지역거점국립대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성격을 바꿔 학부 정원을 대폭 줄이고, 지역 사립대 학부로 입학한 우수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거점국립대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게 맞다고 본다.

- 손풍삼 순천향대 총장: 지역 대학의 아픔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지금 대학들은 경쟁·서열로 끝없이 아픔을 겪고 있다. 취업·창업 같은 부분까지 모두 지표화해 평가받는데, 너무 이런 식으로 몰아가면 곤란하다. 지표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 같은 문제를 떠나 대학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한다.

- 이 장관: 총장님들 말씀에 충분히 공감하고 많이 배우고 있다. 교과부 입장에서 자신할 수 있는 점은 현재 정책이 장기적 관점에 입각해 마련했다는 것이다. 10년 후 대학의 모습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하며 정책을 고안하고, 가능한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 원칙을 지켜왔다. 큰 틀에서 보면 MB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가장 많이 평가받는 부분이 고졸자 관련 정책이다. 마이스터고 33개를 위시한 고졸만 돼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MB 정부의 브랜드 정책이다. 대학 구조개혁도 중요하지만 고졸 취업 등 고교 지원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통해 고졸자 정책과 대학 발전이 같이 갈 수 있게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있다.

(조규향 동아대 총장님 지적과 관련해) 사실 국립대 총장님들과도 만나봤지만 분위기가 더 썰렁했다. 지역거점국립대까지 구조개혁 대상으로 지정해 여파가 훨씬 컸다. 그럼에도 국립대 교수 성과연봉제를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했고, 국립대 총장들과 성과목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사립대 뿐 아니라 국립대도 함께 구조개혁을 시행 중이며 국립대 개혁이 더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

시간강사 관련 법은 제가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것이다. 대학 측에서는 재정적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고학력 비정규직인 시간강사들을 이대로 놔두기는 어렵다. 정말 지금이 제일 어려운 시기이고, 그 가운데 가장 어려운 분들이 여기 총장님들이라 생각한다. 교과부의 대원칙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강력한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다른 누구보다도 총장님들에게 힘을 실어드리겠다는 것이다.

- 최은옥 산학협력관: (정세현 원광대 총장님, 박희종 관동대 총장님의 주문 사항에 대해) 중기청 사업의 원칙은 재정지원 제한대학이라 하더라도 연속성 있는 사업은 계속 지원토록 하고, 다만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둔다는 것이다. 중기청이 주관하는 창업 관련 사업이 다양해 직접 협의한 후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창업선도대학 등 창업 관련 사업은 총장님들 주문대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겠다.

- 이 장관: 창업 관련 부분은 탄력적으로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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