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보안문자·책가방식 수강신청제 등 앞 다퉈 도입

 서울의 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수강신청 기간을 앞두고 미리 학교 커뮤니티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다운 받았다. A씨가 다운 받은 매크로란 짧은 시간 동안 적게는 수백 번 많게는 수천 번 동안 홈페이지를 자동으로 접속하는 프로그램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빠르게 수강신청을 마무리 할 수 있지만 서버가 과열되면서 다운돼 다른 학생들은 홈페이지조차 접속할 수 없는 탓에 피해를 보기 일쑤다. 하지만 A씨는 “원하는 과목을 제때에 맞춰 수강신청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지난해에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수강신청을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마다 개강을 앞두고 ‘수강신청 대란’을 피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최근 들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수강신청을 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자 대학도 보안문자와 책가방식 수강신청제 등 매크로 시도를 무력하게 하는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올해 수강신청이 예년보다는 수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6일 1학기 예비수강신청을 앞두고 있는 서울대는 보안문자를 입력해야만 수강신청을 마칠 수 있도록 절차를 한층 강화했다. 변경된 수강신청 방법에 따르면 올해부터 서울대 학생들은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고 두 자리 숫자로 구성된 보안문자를 반드시 입력 후 버튼을 눌러야만 정상적으로 수강신청이 완료된다. 특히 5번 이상 보안문자를 다르게 입력할 경우 자동으로 로그아웃 돼 홈페이지에 다시 접속해야 한다. 또 서울대는 수강신청 홈페이지 창을 두 개 이상 띄우거나 10분 동안 아무런 사용이 없을 경우 자동종료 되도록 했다.

서울대는 “최근 매크로 등 사설프로그램 사용이 증가하면서 보안문자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주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 ‘책가방식 수강신청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일종의 예비 수강신청 제도인 책가방식 수강신청제는 학생이 듣고 싶은 강의를 온라인상 ‘책가방’에 담아 놓는 제도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장바구니’와 비슷하다. 학생들은 강의를 미리 정해놓고 본 수강신청 때 ‘책가방’에 담아둔 강의를 ‘신청’ 버튼만 누르면 쉽게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수강신청을 위해 새벽부터 컴퓨터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거나 여러 대의 컴퓨터로 동시에 접속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학교도 각 강의에 대한 잠재수요를 파악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설하는 강의 수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수강신청에 큰 혼잡은 없다.

아주대 교무팀 관계자는 “현재 전체 70% 정도의 학생들이 예비수강신청에 참여, 강의수요를 실질적으로 파악해 반영할 수 있어 예전처럼 수강신청 대란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단순하게 수강신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강에 앞서 학생이 듣고 싶은 과목을 미리 살펴봄으로써 구체적인 학습계획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현재 수강신청 ‘번호표 대기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번호표 대기제란 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의를 먼저 신청한다. 만약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지 못하면 우선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다 다른 학생이 해당 과목을 수강취소하면 번호순으로 차례로 신청하는 방식이다.

SMART교육혁신팀 김정미씨는 “수강신청 번호표 대기제는 기존의 수강신청의 단점을 보완해 학생들의 반응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2학기에는 수강신청 번호표 대기제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다운받아 수강신청에 사용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자 일부 대학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유해 프로그램으로 규정하고 공식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곳도 생겨났다.

인하대는 수강신청 기간에 정보통신처가 학생들의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모니터링 한다. 한양대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강신청을 하다가 적발되면 해당 학생의 수강신청 내역 전체를 삭제 처리하고 별도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아예 못 박았다. 성균관대도 수강신청에 앞서 공지사항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공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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