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이번 한국대학신문이 주최한 대학총장 신년 간담회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와 지역대학 총장 20명간의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에는 아직도 너무나 큰 격차가 있어 보인다.
지역대학 총장들은 지역의 어려움과 우리가 처한 현실을 고려해 달라고 주장한데 비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한 구조조정의 당위성이 팽팽히 맞선 모습이다. 결국 올 한해도 총선과 대선 못지 않게 각종 대학현안들마다 두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일 것 같은 우려가 앞선다.
작년부터 대학가에는 가히 쓰나미가 몰려왔다고 할 정도로 여론이 매섭게 대학을 몰아부쳤다. 반값 등록금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더니, 대학의 방만한 재정운영과 연계된 부실대학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2000년 광주예술대, 2008년 아시아대에 이어 역대 3,4번째 퇴출대학으로 명신대와 성화대가 확정되기도 하였다.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해 이전에는 정부에서도 대학을 폐쇄시키는데 주저하였던 모습에 비하면 앞으로 대학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빠르게 속도를 낼지 예측하는 것은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특히 작년 9월 교과부가 전국의 4년제 346개 사립대학을 평가한 결과, 부실대학으로 발표한 대학이 43개교에 이르며 이 중에서 32개교가 지방에 있는 대학이었다. 38개 국립대학에서도 지방대학 5개교가 부실대학으로 선정되었다. 국․사립이나 수도권과 지방에 상관없이 부실대학은 언제든지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48개 대학을 발표하자마자 해당 대학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이 뻔하였고 정부의 컨설팅을 거부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부실대학이라고 언론에 공표된 대학은 저마다 다양한 이유를 들어 정부정책을 집중적으로 성토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반 국민의 눈에는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변명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은 다는 모습에 대학이 처한 현실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대학평가 지표로 사용된 재학생충원율이나 취업률은 지방대학으로서는 올리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나 일률적 하위 15% 부실대학 선정지표로 인해 지방의 거점국립대학이 포함되게 되었다는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 비리와 부실운영이 만연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와 더불어 대학이 변해야 한다는 일반 국민의 성난 여론에 앞에 대학의 목소리가 맥없이 뭍혀버려다는 것은 대학 관계자들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오늘날 대학이 처한 현실은 48개 부실대학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국 400여개에 이르는 대학 모두에 해당되는 대학위기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자율성 보장보다는 책무성에 대한 요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과거에 대학이 향유하던 상아탑 울타리에만 대학이 머물러서는 대학의 존재의미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앞으로 5년 이후에는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생보다 더 많아지게 되고, 20년 후에는 대학정원이 20만 명이 부족하게 되면 대학은 현재보다 많게는 3분의 1정도가 문을 닫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최악의 경우에는 모든 대학이 동시에 부실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제 대학들은 잠깐이나마 위기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을 늦춰달라고 얘기하기에 앞서 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량적인 평가지표가 적절하지 않다면 지방대학의 현실과 특성화를 반영할 수 있는 대안지표를 제시하고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개혁을 대학협의체가 앞장서서 스스로 진행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수도권대학이나 지방대학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정원감축을 장기계획에 따라 자체적으로 조정하고, 지방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지역대학연합체를 구성해 학생 및 교원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하며, 지방이전 공공기관과 지방대학이 연계해 지역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정부주도의 대학 구조조정이 지속되는 한 대학은 정부에 끌려갈 수밖에 없고 대학의 자율성 확대는 요원해질 것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정부와 담판을 통해 대학 구조조정을 대학 스스로 할 수 있는 명분을 쌓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나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손을 맞잡아 한국공학인증원을 비롯한 대학관련 모든 기관들을 대학타운과 같이 한곳에 집중시켜 각 기관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해야 한다. 또 대학타운내에 대학현안을 중장기적으로 연구하는 씽크탱크를 만들어 대학이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이끌어 나가도록 하는 것만이 현재의 대학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