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설명회부터 교수가 직접주선까지 ‘분주’

“로스쿨 졸업생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원장인 나도 졸업생들 취업이 걱정되는데 당사자들은 오죽하겠어요. 사법연수원생까지 취업이 어렵다는데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죠. 유명 법무법인(로펌)이냐, 아니냐 가릴 처지도 안 돼 중소 로펌들을 대거 초청했습니다.” 

서울 유명 로스쿨 원장의 하소연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 졸업생들의 취업난에 로스쿨들이 바빠졌다. 로스쿨들은 채용설명회를 여는가 하면 자체 취업준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교수들이 발 벗고 나서 알음알음 일자리를 주선하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7일 로스쿨들에 따르면 지난 3~7일 처음 치러진 변호사시험 직후부터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연세대 로스쿨이 16일부터 18일까지 개최한 채용설명회 형식의 잡 페어(JOB FAIR)에는 법무법인 대륙아주·도연·비전인터내셔날·우리하나로·우면·제현·청파·한결 등이 참여했다. 유명 로펌들이 명단에 없는 것은 우수 사법연수원생과 로스쿨 졸업생을 입도선매한 데 따라 중소규모 로펌들만 아직 채용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잡 페어에는 알리안츠생명보험, 이랜드그룹, 한국IBM, 현대자동차, KT, LG디스플레이, S-오일 등 일반 기업들도 참여했다. 로스쿨 졸업생들을 사내변호사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따라 이번 잡 페어를 기업설명회 겸 예비채용 절차로 활용한 것이다.

신현윤 연세대 로스쿨 원장은 “중소 로펌이나 기업에서도 법조인력을 뽑고 싶은데 적당한 기회가 없어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졸업생 취업을 타진하는 로스쿨과 이해관계가 맞아 잡 페어를 개최한 것”이라며 “참가 업체에 따라 잡 페어에서 졸업생을 곧바로 채용할 수도 있고, 채용 절차의 일환으로 예비 면접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앤장 등 이른바 ‘5대 로펌’은 모두 빠졌지만 당장 취업에 머리를 싸맨 로스쿨 졸업생들은 가릴 처지가 못 된다. 한양대 로스쿨 졸업생 이모(31)씨는 “변호사시험 통과보다 취업이 더 고민인 게 아이러니다. 앞으로 변호사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나마 채용설명회를 열 수 있는 서울 유명 로스쿨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채용설명회 유치는 엄두도 못 내는 지방 로스쿨들은 아예 교수들이 나서 알음알음으로 일자리를 주선하고 있다.

전북대 로스쿨의 경우 취업이 확정된 졸업생은 전체 75명 중 7~8명 선에 그치고 있다. 법원·검찰과 로클럭 등의 인력 채용 결과가 발표되는 2월 초가 되면 불합격한 졸업생들까지 추가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형편이다.

이준영 전북대 로스쿨 원장은 “로스쿨이 단독 채용설명회를 열려면 SKY급은 돼야 한다. 지방 로스쿨까지 와서 기업설명회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학생들이 희망하는 일자리를 일일이 파악한 뒤 교수들의 개별 네트워크를 통해 취업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남대 로스쿨도 직접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배병일 원장은 “지방은 서울권과 달리 로스쿨 채용설명회를 할 여건도 안 된다”며 “그렇다고 가만있을 수 있나. 로스쿨 교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획한 프로그램을 행정실이 실행에 옮기는 방식으로 졸업생 취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로스쿨 졸업생의 취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방 로스쿨 교수는 “사법연수원생들도 3월에는 취업률이 낮지만 반년 정도 지나면 변호사 사무실에라도 대부분 취업하지 않느냐”며 “결국 고액연봉 같은 조건, 눈높이의 문제다. 취업 자체를 그렇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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