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장

2009년 3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정원 2000명으로 출범한 로스쿨 체제는 지난달 3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치른 제1회 변호사시험과 4월 10일 전후에 발표되는 합격자 발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10년 12월 7일 결정된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입학정원의 75%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4월에는 1600여명의 로스쿨 졸업생 중에서 1500명 가량의 변호사를 배출하게 될 것이다.

2007년 7월 3일 통과된 로스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입법과정을 돌이켜보면 그 당시까지 10여년간 로스쿨 체제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만 무성했을 뿐, 교육과정이나 운영 매뉴얼 등에 관한 세부적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그러나 졸속으로 시작된 로스쿨 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지난 3년간 로스쿨 교수와 학생 모두가 나름의 역할과 기여를 했다.

아직도 로스쿨 운영과 관련해 검토돼야 할 사항이 많고, 특히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취업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또 다른 아쉬운 점이다. 그동안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취업과 역할에 대해서는 로스쿨협의회에서도 몇 차례나 언급했고, 최근에도 로스쿨 졸업생의 직역 확대와 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로스쿨 출범 당시와 마찬가지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취업에 관한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투명한 취업전선은 향후 먹구름이 몰려올 징조가 아니라 일시적인 흐림 현상으로 봐야 한다.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 양성 체제에서 로스쿨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체제로 이행됨으로써 나타난 가장 뚜렷한 변화가 법조인의 산술적 증가이다. 이로 인해 변호사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사시의 합격 인원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변호사를 기다리는 패러다임은 바뀌지 않았다. 이제는 변호사가 고객을 기다리는 패러다임으로 바뀔 것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기 시작하면 고객의 불만족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송무영역에 바로 뛰어들기보다는 공공기관과 기업체, 사회단체 등 법적 자문영역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로스쿨 입장에서는 MB정부의 대선 공약인 행정고시 폐지가 내년 제18대 대선 공약에도 계속 반영될지의 여부와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응시자 75% 이상이 될지를 살펴보고 있다. 앞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송무영역을 고집하지 않고 사회 각계각층에 진입해 우리나라 법치행정 기반 확충에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정도의 취업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1기 로스쿨생들은 4월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더라도 바로 취업할 수는 없다. 6개월의 실무수습이 끝나야만 변호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기 로스쿨 변호사들의 본격적인 취업전선은 오는 10월에야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대규모 취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많은 로스쿨이 이에 대비하고 있다. 의료영역의 전문의 제도와 마찬가지로 법률시장에서도 각 영역에 대한 전문변호사 제도가 정착돼야 일반 시민들이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금과 같이 다원화되고 복잡한 사회에서는 한 개인변호사가 모든 영역의 변호를 맡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지나지 않는다. 각계각층에 진입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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