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공개하지 않아 불합격 이유도 몰라

수험생들, 고사장 허술한 감독 ‘성토’

“토익도 고사장에서 핸드폰이 울리면 바로 퇴실시키는데, 하물며 ‘제2의 수능’이라는 편입은 시험 보는 도중에 벨소리가 들려도 감독관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편입시험은 한 문제로 합격과 불합격이 좌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학교는 편입시험이 끝났는데도 정답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수험생끼리 학원에서 답을 맞춰보고 가늠해 볼 수밖에 없다.”

해마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편입시험이 허술한 시험 감독과 정답을 공개하지 않는 탓에 수험생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대학은 성적 통지 없이 바로 합격자 발표만 하고 있어 수험생들은 학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상당수의 대학은 편입시험 정답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입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주요대학의 경우 일부에서 시험문제를 공개하고 있지만 정답은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외대는 지난해부터 전적 대학 성적 반영을 전면 폐지하고, 인문·자연 계열 구분 없이 자체적으로 만든 FLEX 유형의 영어시험으로만 뽑는다. 한국외대는 편입에서 영어시험 비중이 가장 높은 대학으로 꼽히지만 정답을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서강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 등 주요대학도 편입 영어시험의 문제는 공개하지만 정답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편입 수험생들은 “불투명한 전형”이라면서 비판하고 있다. 최근 편입시험을 치른 한 수험생은 “학교가 왜 영어시험 정답을 공개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학원에서 채점하는 것과는 별개로 학교가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서 정답을 발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사실 학원에서 정답을 알려주기 때문에 학교가 따로 발표할 필요성 자체를 못 느낀다”며 “컴퓨터로 채점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우려하는 오답이 정답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허술한 시험감독도 도마에 올랐다. 감독관이 시험시간이 시작됐는데도 지각한 수험생을 입실시키거나 핸드폰이 울려도 당사자를 퇴실시키지 않는 등 시험 규정이 감독관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치러진 서울의 한 대학 편입 시험장에서는 시험 도중에 핸드폰 소리가 들리자 감독관이 직접 내용을 확인하고 부정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험생을 퇴실시키지 않았다.

이를 목격한 편입 수험생 A씨는 “시험 시작 전에 아예 핸드폰을 수거하는 감독관이 있는가하면 벨이 울려도 퇴실 시키지 않는 감독관도 있다”며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는 시험은 처음”이라고 성토했다.

김재삼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편입은 한 문제가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인데 학교가 정답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보공개투명성이 결여돼 있는 만큼 정답을 발표하고 편입 전형 자체를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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