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진출·교명변경 등 “거점국립대 역할 다할 것”

지난해 12월 취임한 권순기 경상대 총장은 역대 경상대 총장들 중 가장 나이가 적다. 1959년생으로 올해 53세인 권 총장이 선거에서 내세웠던 슬로건은 ‘ACTIVE GNU’. 반값등록금 때문에 대학이 여기저기서 질타를 받는 상황인 데다가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방안 등이 맞물린 시점인 점, 그리고 대학이 위치한 진주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상황 등을 돌아볼 때 ‘ACTIVE’라는 슬로건은 참으로 적절했다는 평가다. 총장직선제로 선출된 권 총장은 “지난 한 달 동안 업무보고를 받아보니 권위주의나 엄격함보다는 친근하게 소통하고 누구의 목소리든 경청할 수 있는 총장을 바라더라”며 구성원의 의견을 담아 대학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대담=이인원 본지 회장

- 선거 때 ‘ACTIVE’를 내세웠다
“우리 경상대 교훈이 ‘개척’이다. 개척정신을 실천하는 슬로건으로 ‘ACTIVE GNU’를 설정했다. ACTIVE는 ‘꿈을 갖는(Ambitious)’, ‘창의적인(Creative)’, ‘협동정신을 지닌(Team-minded)’, ‘혁신적인(Innovative)’, ‘자발적인(Voluntary)’, ‘열정적인(Energetic)’이라는 말의 머릿글자에서 따온 단어다.”

- ACTIVE의 구체적 전략은 뭔가
“대학의 3대 기능이자 목적은 교육·연구·봉사다. ‘ACTIVE 교육·연구·봉사 1530’을 통해 개척정신이 충만한 ‘ACTIVE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철학을 담았다. 임기 동안 학과단위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 30개를 지원한다. 전국적 경쟁력을 갖는 연구그룹 30개를 육성하고 지역협력과 봉사 프로그램 30개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ACTIVE 교육 1530·ACTIVE 연구 1530·ACTIVE 봉사 1530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15’는 임기인 2015년을 뜻한다.”

- 곧 혁신도시 들어선다 들었다
“경남을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학인 경상대가 위치한 진주시는 인구가 33만에 불과하고, 산업기반도 매우 취약하다. 다행히 혁신도시가 건설돼 몇 년 후에는 나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주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도청 소재지인 창원지역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2010년부터 산업대학원 기계시스템학과, 2011년부터 식의약품대학원이 창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경영대학원의 글로벌(Global)경영전공을 창원에서 강의한다. 2015년 개원 예정인 ‘창원경상대 병원’도 창원 진출 중 하나다.”

 
- 총장직선제로 당선 되셨는데
“사실 총장직선제는 1987년 국공립대 최대 이슈였고, 대학 구성원들이 스스로 쟁취했다는 측면이 있다. 총장직선제의 핵심은 ‘대학의 자율성 확보’다. 그리고 실제로 직선제가 대학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직선제의 장점은 대학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학교의 문제점과 현황 파악에 유리하고 계획을 세워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직선제의 단점으로 파벌로 인한 갈등 문제와 인사 문제가 거론되곤 하는데, 이 점은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교과부는 폐지방침 밝히지 않았나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다. 운영하는 사람이 제도의 취지를 벗어나 투명하지 못하게 운영하면 제도의 단점만 부각될 것이다. 갈등이 생기면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고 특히 인사 문제는 파벌에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적합한 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면 직선제의 단점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교과부는 총장직선제 폐지를 무조건 추진하기보다 대학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직선제에 대한 근본 논의부터 운영방안 등에 대한 합의점까지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켜봐 줬으면 한다. 다만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 직선제 폐지가 포함돼 경상대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구성원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2단계 국립대학선진화 문제는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 중 성과급적 연봉제는 교수 간 갈등을 유발하고 나아가 정신건강까지 심각하게 위협하는 제도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연봉산출에 있어 기본급은 충분히 보장하고 차등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했으면 한다. 특히 최근 기성회계 제도와 관련한 법원 판결에서와 같이 국립대학 재정 운영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성과급적 연봉제를 무리하게 시행하는 경우 국립대학 교원에 대한 처우가 악화될 것이다. 대학 경쟁력의 핵심인 교원들의 처우가 반드시 개선돼야 선진화를 이룰 수 있지 않겠나.”

- 기성회비 판결이 논란인데
“국공립대학 등록금 또는 기성회계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기성회비를 걷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 판결, 기성회비를 교직원 인건비로 사용했다는 문제제기, 반값 등록금 또는 등록금 인하다. 관습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번 판결은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전국 국공립대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초청해 기성회비를 대체할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청하면서 정부의 고등교육 분담비율을 현재 22%에서 50% 이상으로 늘려 국공립대부터 반값등록금 실현하도록 요청했다. 이 장관도 국공립대 기성회계를 국고와 통합하는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 LINC·ACE 준비는 잘 되나
“올해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대학역량을 총결집하고 있다. 대학의 교육역량을 지원하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 뿐 아니라. ACE나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에 대비해 사업의 근본 취지에 맞추어 대학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사업 지표에 초점을 두고 체질 개선을 해나갈 예정이다.”

▲ 본지 이인원 회장(사진 왼쪽)과 환담하고 있는 권순기 경상대 총장
- 국립대 법인화가 이슈다
“법인화를 하느냐 마느냐보다 경쟁력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본다. 유감스럽지만 경상대는 아직 법인화를 할 만큼 경쟁력을 못 갖췄다고 생각한다. 우선 도를 대표하는 국립대지만 도명을 사용하지 못하는 유일한 국립대다. 거점국립대지만 교수 1인당 기성회비도 거점 대학 중 가장 적다. 앞서 이야기 했던대로 교명 찾기와 창원 진출이 관건이다. 국립대 입장에서 법인화는 사실 홀로서기나 마찬가지다. 법인화를 하려면 무엇보다 대학 구성원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면서 법인화를 추진해야 한다.”

- 교명 두고 경남대와 갈등 중인데
“‘경남국립대’로의 교명 변경은 계속 추진한다. 서울대가 있고 서울시립대가 있다. 전남대가 있고 전남도립대도 있다. 경남대가 있고 경남정보대학도 있다. 비슷한 사례는 국내외에 수없이 많다. 교명에 설립주체(국립·도립·시립)를 표기할 수 있는 이상, 경상대가 ‘경남국립대’가 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현재 몇 가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는 특허청에 상표를 등록한 것, 즉 상표권에 관한 분쟁일 뿐이지 교명 사용과는 별개라는 점이 중요하다. 교명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고등교육기관의 교명사용에 관한 지침’에 따라 인가돼야 할 사안이다. 두 대학이 공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교명변경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접근할 예정이다. 이른 시일 내에 경남대 총장과도 만날 의향이 있다.”

- 임기후 어떤 총장으로 남길 바라나
“2015년까지가 임기다. 경상대가 지역에서 세계와 당당히 경쟁하는 대학이 됐으면 한다. ‘ACTIVE-GNU’가 그런 뜻 담고 있다. 경상대는 거점국립대학이지만 실질적인 위상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맞는 대접도 못 받고 있다. 경상대가 위상에 걸맞게 제대로 대접받도록 기여한 총장으로 남고 싶다.”


권순기 총장은...

서울대 사범대 화학교육과를 나온 뒤 KAIST 화학과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미국 MIT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1987년 경상대에 부임해 나노신소재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1999년 생산기술연구소 산학협동센터장을 시작으로 2000년 기획연구부처장, 2006년 i-큐브소재·부품인력양성사업단장, 2009년 공과대학장, 산업대학원장, 항공우주특성화대학원장, 2011년 삼성OLED센터장 등 교내 보직을 두루 거쳤다. LG전자기술원 R&D우수연구개발협력상, 대한화학회 고분자분과회 학술진보상, 경상대 공학연구원 최우수 연구상, 삼성전자 휴먼테크논문대상 특별상, 경남과학기술대상 연구부문 대상, 한국과학기술단체연합회 우수논문상 등 연구업적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경상대 개교기념일 특별상, 2011년 지식경제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prohanga@unn.net/ 정리=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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