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역할은 단순히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학의 발전이 없다면 사회발전의 원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는데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학들은 지금 매우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우리의 대학들이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양성하고 지식과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태이다.

과거와 같이 대학들이 등록금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활동이 중요한 대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우리 대학들의 기부금 비중이 낮아 2009년을 기준으로 사립대학의 경우 전체 수입의 2.8% 정도만을 차지해 미국 사립대학의 11% 수준에 비교하면 매우 낮은 상태이다. 이 또한 상위 20 대학에 집중되어 있어 대학별 그리고 지역별로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우리의 대학들이 민간의 기부를 유치한다면 기업의 기부보다는 개인들의 기부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대학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대학을 지원하려는 의미가 충분하겠지만 기업기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들은 개인의 기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의 경우 6만여 개에 이르는 민간의 재단들이 기부를 통해 대학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아직 민간재단이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어 개인기부자들의 기부활동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학이 개인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동문, 학부모 등의 연고가 있는 기부자들을 찾는 노력과 더불어 대학과 더불어 지역사회를 이루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우리와 같이 수도권 밖의 지역에 소재한 대학들의 경우 개인기부자를 대상으로 모금을 하기 어려운 여건 하에서는 대학들은 지역에 기반을 둔 모금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들이 개인기부자들로부터 모금을 하기 위해서는 소액이라도 정기적으로 꾸준히 기부할 수 있는 많은 수의 기부자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액의 기부가 이어지게 되면 대학을 지원하는 후원자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고 대학의 사회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많은 소액기부자를 통해 기부자가 소유한 자산을 생전 또는 사후 일정한 기간에 걸쳐 대학에 기여할 수 있는 계획기부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 정착되지 않은 개인들의 계획기부를 위해서는 기부자들에 대한  대한 법적,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배려가 필요하다. 계획기부가 대학기부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자선잔여신탁, 자선선행신탁과 같은 공익신탁제도가 도입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익신탁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관련된 법제의 도입이전에 공익신탁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기부자가 소유한 현금이자 자산을 기부하고 기부자가 생존하는 기간동안 기부자에게 또는 기부자가 지정한 가족에게 일정한 범위내의 수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연금기부상품도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현재 도입된 주택연금 역모기지 상품을 이용해서 일정기간 동안 연금가입자가 연금을 받은 후 잔여자산을 대학에 기부하는 방식을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익신탁제도, 연금기부상품, 그리고 주택연금 역모기지 상품 등을 이용한 기부는 모두 기부되는 자산의 일정한 부분에 대해 기부자의 권한을 행사하고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순수한 동기의 기부만을 기대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부자와 기부대상자인 대학이 공동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부방법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