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을 늘려라

획일적 인증지표 지방대 절대 불리… 규모 큰 대학만 혜택
서열화 부추기는 인증제… 대학 특성에 맞는 기준 적용해야

대학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우수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이다. 우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면 ‘충원대란’의 해소뿐만 아니라 대학의 글로벌 역량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의 무분별한 양적팽창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학생 수 늘리기에 급급해 학위장사를 하는 대학도 있었고, 외국인 유학생들이 중도 이탈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사태도 발생한 것이다. 이는 국내대학의 대외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져 되레 외국인 유학생 증가세를 둔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유학생 인증제 등을 활용해 질적 관리를 하면서도 꾸준히 양적확대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학령인구 ‘급감’ 유학생 시장을 노려라 = 현재 국내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 수는 2011년 4월 기준 8만9537명으로 집계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9만명을 돌파, 곧 10만명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숫자는 ‘스터디 코리아’ 등의 교과부 유학생 유치정책에 따라 2004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4년 1만6832명에서 2006년 3만2557명, 2008년 6만3952명, 2010년 8만3537명, 2011년 8만 9537명 등 꾸준히 증가해 왔다. 160여개국 출신의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출신국가별 분포는 중국(4만77725명), 몽골(2515명), 베트남(1940명), 일본(1430명) 순이다.<표 참조> 

연도별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출처 : 교육과학기술부 2011)

연  도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유학생 수

12,314

16,832

22,526

32,557

49,270

63,952

75,850

83,842

89,537

 

출신 국가별 유학생 현황(출처 : 교육과학기술부 2011)

년도/구분

중국

몽골

베트남

일본

미국

기타

합계

2011

47725

2515

1940

1430

1408

8635

63653

2010

45944

2196

1667

1350

1182

7661

60000

2009

39454

1632

1457

1107

918

6023

50591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 영국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어교육기관대표자협의회 김중섭 회장은 “많은 나라가 유학생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 호주 등 경쟁국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우수 유학생을 선점하기 위해선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 회장은 “외국인 유학생이 2007년까지 급증하다가 이미 2008년 이후 증가율이 서서히 둔화되고 있다”며 시장 다변화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우수 유학생 잡아라” 대학들 ‘해외로’ = 이에 따라 수도권 지방을 막론하고 대학들은 우수 유학생 유치를 위해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존에는 가장 많은 입학자원이 있는 중국에 치우쳐 있었다면, 이제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한류붐’이 불고 있는 국가로 교류 대상을 확대하면서 유학생 유치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또 국내 대학들은 우수한 외국인 학생을 먼저 데려오기 위해 현지를 돌며 입시설명회를 하거나 해외사무소를 설치해 상시적으로 운영한다. 특정 국가에 한국어교육원 등을 설치해주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식으로 유학생을 유치하기도 한다.

이 같은 경향은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방대에서 더욱 확연히 나타난다. 배재대는 몽골에 배재한국어교육원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나아가 배재대의 유학생 유치로 연결시킨다는 복안이다.

선문대는 유학생 동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선문대 관계자는 “세계화라는 단어가 익숙지 않았던 1996년도부터 유학생을 유치해 왔다”며 “오랫동안 다져온 외국인 유학생 관리 노하우를 통해 현지에 입소문이 났고,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수 입학자원을 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수도권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번 유학생 인증제를 통해 모범대학으로 선정된 한양대는 우수 유학생 유치를 위해 해외에 사무소를 설치해 면대면 면접부터 시험까지 치르고 있다. 이기정 한양대 국제협력처장은 “중국에 현지사무소 2곳을 두고 직접 해외에서 면접을 보면서 우수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 파키스탄의 교육부 등과 계약을 맺고 그 나라의 국비유학생을 데려오는 것도 우수 유학생 유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 유학생도 수도권 ‘쏠림’…중도이탈 등 걸림돌도 많아 = 이처럼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양적으로는 팽창하고 있지만 사후관리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이탈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기숙사 부족과 이들을 관리할 프로그램 미비도 유학생 유치를 막는 걸림돌이다.

유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는 점 중 한 가지는 ‘주거’문제다. 단기 연수를 왔다 떠나거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하숙이나 원룸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들도 이점을 감안, 유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증설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교과부가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 수용률을 살펴보면, 2011년도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 수용률은 38.2%에 머물고 있다. 8만 9537명의 유학생 가운데 3만4246명만이 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다. <아래 표 참조>

 외국인 유학생의 기숙사 수용률
연도 시도  외국인유학생수  수용률
 수용   미수용   계 
2011 서울       8,904     27,904     36,808 24.2
2011 부산       3,001       3,294       6,295 47.7
2011 대구         877       1,982       2,859 30.7
2011 인천         430       1,398       1,828 23.5
2011 광주       1,608       1,468       3,076 52.3
2011 대전       3,329       2,232       5,561 59.9
2011 울산         482          12         494 97.6
2011 경기       3,855       4,150       8,005 48.2
2011 강원         881       1,014       1,895 46.5
2011 충북       1,220       1,744       2,964 41.2
2011 충남       3,360       2,952       6,312 53.2
2011 전북       1,313       2,558       3,871 33.9
2011 전남       1,328         459       1,787 74.3
2011 경북       2,044       2,936       4,980 41.0
2011 경남       1,133         769       1,902 59.6
2011 제주         481         419         900 53.4
2011 합계     34,246     55,291     89,537 38.2
 출처 : 교육과학기술부 2011.04 

지역별로 보면, 울산이 97.6%로 수용률이 가장 높았고, 전남 74.3%, 대전 59.9%, 경남 59.3% 순이었다. 인천(23.5%)과 서울(24.2%) 등 수도권은 최하위권으로 기숙사 수용률이 현저히 낮았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된 탓이 크다.

실제 외국인 유학생은 수도권에 절반(서울 40%)이 집중돼 있으며 경상지역 19.6%, 충청도 16.5%, 전라도 10.6% 순으로 집계됐다. 배재대 이창인 국제교류처장은 “지방대가 우수 유학생을 유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 한계 때문에 서울로 빼앗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방대는 국내학생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마저도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유학생 중도이탈 문제는 가장 심각한 걸림돌로 꼽힌다. 박영아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국내 유학생 7만1531명 가운데 8465명(11.83%)이 다니던 학교를 이탈했다. 전문대의 경우 상황이 훨씬 심각해 외국인 유학생 3명 중 1명이 불법 체류자 신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도 이탈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학생들이 늘면, 한국에 대한 대외 이미지도 하락해 유학생 유치에 영향을 미친다. 기숙사, 한국어교육원 등 유학생 유치를 위한 기반을 다져놔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 결국 양적 감소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기정 처장은 “유학생의 중도 이탈을 막으려면 유치할 당시 출신 고교와 성적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보통 취업을 목적으로 유학 온 학생들이 중도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유치단계서부터 제대로 걸러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공인되지 않은 외국의 유학중개소나 업체를 통해 국내에 유학 오는 경우 중도이탈의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대학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이창인 처장은 “절대로 유학중개소에 커미션을 주고 학생 유치를 해선 안 된다”며 “대학에서 직접 나가 학생들을 꼼꼼히 살펴야 우수 유학생 유치와 동시에 중도이탈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인증제로 질 관리 vs 대학 자율 맡겨야 =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교과부는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ㆍ관리역량 인증제(이하 인증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우수 유학생 유치부터 질적 관리, 졸업 후 취업까지 책임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취지다. 이는 장기적으로 질 높은 유학생 확대로 이어진다는게 교과부의 전망이다. 교과부는 인증제 시행 첫해인 올해 10개 모범대학과 17개교의 부실대학을 가려냈다.

그러나 인증제를 두고는 찬반의견이 팽팽하다. 수도권 대학에선 인증제로 양질의 외국 입학자원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지역대학에선 불만이 크다. 획일적인 지표로 평가하다보니 규모가 큰 서울 주요 대학만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4년제 모범대학은 모두 서울 소재 대학이 차지했다.

이창인 처장은 “아무리 지역대학에서 잘 관리를 한다고 해도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면 지방대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유학생을 부실관리 하는 대학이 문제라면, 하위 15%대학만 발표하면 될 것을 상위 대학까지 발표해 서열을 매김으로써 잘하는 지방대에마저 편견을 갖게 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인증제는 대학 서열을 정하기보다 부실대학 적발에 집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국내 대학 입학 기준인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을 대학 자율에 맞게 유동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지역대학 관계자는 “언어가 전공인 학과는 오히려 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상의 기준이 필요하지만, 미대, 음대 등에선 굳이 3급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며 “획일적인 기준이 유학생 유치의 걸림돌이 된다. 인증제로 부실대학을 가려내면서도 대학의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해줘야 유학생 유치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ㆍ관리역량 인증제란?

서면ㆍ현장평가 통해 모범ㆍ부실대학 선정

‘외국인 유학생 유치ㆍ관리역량 인증제’는 그간 양적 확대에 치우쳤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질적 관리를 하기 위해 교과부가 지난해 도입한 것이다. 올해 교과부는 서면평가와 현장평가를 통해 유학생 관리 모범대학 10개교와 비자발급이 제한되는 부실대학 17개교를 선정했다.

평가는 8개 주요 지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외국인 전임교원 비율 △해외파견 학생 비율 △국내 유치 교환학생 비율 △외국인 유학생 순수 충원 비율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율(이탈율) △외국인 유학생의 다양성 △유학생 유치를 통한 재정건전성(등록금 감면율) △유학생 숙소제공 비율 등이다.

이를 통해 모범 인증대학은 한양대·연세대·연세대(원주)·이화여대·서강대·서울대·경희대·고려대·동양미래대학·인하공업전문대학 등이 선정됐다. 비자발급 제한 대학은 기존 6개 대학(4년제 명신대, 2년제 광양보건대학ㆍ송호대학ㆍ한영대학ㆍ영남외국어대학ㆍ성화대학)을 비롯해 올해 한민학교·한성대·대구예술대·상명대(천안)·숭실대·성신여대·동아인재대학·부산예술대학·주성대학·송원대학·충청대학 등 11개교가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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