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현 교육과학기술부 국립대학제도과장

▲ 장보현 국립대학제도과장
최근 들어 대학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작년 하위 15% 대학을 선별하여 재정지원 제한 대학을 발표한 데 이어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을 추가 발표하고, 이들 대학에 대한 실사를 거쳐 2개 대학은 폐쇄명령을 내린 바 있다. 국립대도 재정지원·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을 가려내는 평가대상이었으나 상대적으로 성과·여건이 사립대보다 좋기 때문에 한 대학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국립대의 경우 이와는 별도로 상대 평가를 해 하위 15%를 가려냈다. 작년 9월 5개 대학을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로 지정한 게 바로 그것이다. 이후 강원대·강릉원주대·군산대·부산교대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자체구조개혁에 관한 MOU를 체결하여 지정 철회되었다.

일각에서는 국립대학은 부실대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위 15%를 선별하여 제재하는 것이 마땅하느냐는 주장을 편다. 국립대학은 등록금도 싸고 교원확보율과 취업률, 재학생충원률 등 여러 면에서 사립대에 비해 우수한데도 ‘부실’이라는 낙인을 찍어 학생·학부모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어서야 되겠느냐는 말이다. 또 정치권을 비롯해 일부 학계에서는 학비가 싸고 여건이 좋은 국립대를 대폭 늘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시키고, 많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고등교육 기회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국립대는 부실대학이 아니라는 말은 전적으로 맞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정부가 보장하는 대학이어서 망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대학을 둘러싼 현실이 녹록치 않다. 학령인구가 계속 감소하여 2018년 이후에는 고교졸업자 수보다 대학입학정원이 많아지게 되는 역전현상이 생기고 그 이후에도 고교졸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또 교육개방에 따라 외국의 유수 대학은 국내로 계속 들어오는 한편, 해외로 빠져 나가는 유학생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추세에 대비해 대학을 구조조정해야 할 이유는 국·사립을 막론하고 다르지 않다. 다만 사립대의 경우 퇴출까지 염두에 두고 부실대학을 가려내 양적인 구조조정에 힘을 쏟는 데 반해 국립대는 이미 갖춰진 여건과 성과를 최대한 살려 질적인 고도화를 이루어야 하는 차이가 있다.

국립대학 수는 전체 대학의 11%를 차지하고, 학생 수 기준으로는 23.5%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체 고등교육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선도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립 4년제 일반대 20개교와 주요 사립대 20개교를 비교해보면 취업률, 교원 1인당 SCI 논문 수, 기술이전 실적 등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물론 수도권에 몰려 있는 주요 사립대와 지방에 포진한 국립대를 단순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국립대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교육·연구 허브로서의 국립대의 기능과 책임을 말하자는 것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대학으로서 현실에 안주하지는 않았는지, 공무원 조직으로서 운영의 비효율성은 없었는지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총장직선제 개선도 대학의 수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개혁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다. 총장이 대학 내 역학관계에서 벗어나 △학사운영의 선진화 △재정회계 운영의 효율화 △성과·업적에 근거한 교원인사 등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자는 의미다.

국가경쟁력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이 좌우하고 그 정점에는 고등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이 주주인 국립대의 미래를 선도하지 못하면 국가경쟁력도 장담할 수 없다. 국립대 선진화는 고등교육의 미래를 여는 실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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