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위기 특성화로 뛰어넘자

▲ <표>수도권 대학 대비-지방대 졸업생의 연봉 비율(수도권대학을 100으로 봤을 때)
“소수정예 특성화로 글로벌 인재 양성” “차별화된 특성화 대학으로” “취업역량 바탕 실용중심 특성화” “지역에 기여하는 교육중심대학으로” “국제화 지명도 제고에 총력”

본지에 게재됐던 지방대학 총장들의 인터뷰 제목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지방대학의 위기이고, 이 문제를 뛰어넘어야 전체 대학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동시에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들도 다수 제시됐다. 바로 ‘특성화’와 ‘지역화’다. 여기에 정부가 재정지원사업에서 지방대학을 배려하고, 지방대학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고쳐나갈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 위기의 지방대학= 지금이 지방대학의 위기라는 것을 부정할 이는 없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초래한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난 1996년 설립준칙주의를 들 수 있다. 1996년 이후 10년 동안 대학은 모두 43개교가, 입학정원은 10만명 가까이 늘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를 가했고,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고 설립 비용이 적은 지방에 사립대학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지방대학이 늘어나면서 대학생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설립준칙주의 당시 50%에 달했던 대학 진학률은 5년 만에 80%를 웃돌았다.

이러한 대학생 포화 상황은 결국 ‘우수학생 미충원→입학생 질 저하→재학생 유출→졸업생 취업난’이라는 지방대학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했다. 대학 숫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대학생도 늘어났지만, 기업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 되는, 이른바 ‘학력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학력 인플레이션에 따른 지방대학생들의 차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지방대생과 수도권 졸업생들의 임금격차다. 지난 2010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53개 4년제 대학의 1982년·1992년·2002년 졸업자들의 기준연봉을 출신대학별로 비교한 결과, 지방대 졸업생의 연봉은 수도권 대학 졸업생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수도권 대학 졸업생의 연봉을 100이라 했을 때 1982년 지방대 졸업생 연봉은 88.2에 불과했다. 1992년은 86.5, 2002년은 85.1로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추세다.

■ 특성화로 위기 극복해야= 이러한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가장 먼저 제시되는 해법이 바로 특성화다. 모든 지방대가 서울대를 쫓아갈 수는 없는 일이며, 지방대의 존재 이유에 맞는 세밀한 지방대 육성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김희삼 KDI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소규모 지방대학은 다른 대학에 없는 전공을 만들고 실용학문 위주로 교육해 취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특성화는 대학이 표방하는 건학이념과 창학정신을 바탕으로 추진하되, 지역 산업과의 연계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방대학은 생존을 위해 지역 내에게 ‘작지만 강한 대학(강소대학)’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소대학 전략을 택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경쟁력이 낮은 분야는 과감히 정리해야 하는 일이 필수다.

유학생 비율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국제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선문대학의 김봉태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권에 편중되지 않고 64개국에서 유학 오는 다양한 학생들, 이들이 선문대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선문대는 현재 국제교류교육처 산하에 교류협력팀과 유학생 교육팀을 두고 유학생유치와 관리를 각각 담당토록 하고 있다. 유학생 교육팀에는 일본담당, 중국담당, 서양권 담당과 유학생과 한국학생을 이어주는 ‘G스쿨 학습코치’가 있다. 특히 200여 평에 달하는 국제교류교육처 사무실은 널찍한 상담공간과 글로벌 라운지까지 갖추어 항상 외국인 학생들로 북적인다.

‘작지만 내실 있는 기독교 대학’을 내세운 성결대의 경우 지난해 대학원 구조조정을 시행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문화예술대학원을 신설하고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원에서 정원을 빼 탄력적으로 정원을 조정했다. 그 결과 기존에 반만 채워졌던 정원을 모두 채웠다. 대학원 구조조정을 계기로 올해는 학부 구조조정도 예정됐다. 정상운 총장은 “교수들의 반대가 있겠지만 현실에 맞춰 변모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대학원보다 더 강도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난 2004년 ‘공무원사관학교’를 내세워 지방의 특성화 대학으로 자리 잡은 동양대. 1994년 설립된 지방 소도시 작은 대학이지만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무엇보다 사회적 수요를 적극 반영한 커리큘럼 개선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사진제공=동양대)

■ 지역과 협력관계 구축하자= 특성화와 뼈를 깎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이어 지역사회와의 밀착도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 중 하나다. 지역산업과 직접 관련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해 지방정부나 지방기업이 투자할 의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다.

‘새만금시대’를 선언한 채정룡 군산대 총장은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 주관대학에 선정돼 지역 특화대학으로 발돋움했다. 사업의 핵심은 시화·반월, 구미·왜관, 군산·새만금 등 3개 국가산업단지에 2015년까지 QWL(Quality of Working Life) 캠퍼스를 조성하는 것이다. 채 총장은 이에 대해 “QWL 밸리는 기업 연구소, 대학 캠퍼스, 기숙사 등을 갖추고 근로자·학생들이 일과 배움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교육·취업·연구개발(R&D)이 융합된 산학협력을 통해 현장 맞춤형 산업인력을 양성한다. 군산대는 군장대학·전북대·호원대 등 3개 참여대학과 협력해 군산·새만금 QWL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와의 협력모델 개발과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은 결국 지방대학만이 아닌 지방 전체에 활력을 준다는 분석이다. 대학이 지역의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자발적 노력을 하고 지자체가 이에 동조해 지역경제를 살리면 이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4년 시작한 공무원사관학교 브랜드로 전국적 인지도를 얻으며 특성화 대학으로 발돋움한 동양대의 최성해 총장은 이에 대해 “지방대와 지역경제는 상생 구조”라면서 “지역산업과 경제 활성화의 주역인 지방대가 문을 닫으면 지역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대 자체만으로 떼어놓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 정부 재정지원에 배려를= 교과부와 대교협이 지난해 8월 ‘2011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목포가톨릭대가 취업률 85%로 4년제 대학 중 1위를, 연암공업대학·조선간호대학이 취업률 84%를 기록해 전문대학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들 3개 대학은 모두 충청권 이남에 위치한 지방 소규모 사립대로, 수도권 문제를 넘어선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은 취업률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주요 이유로 ‘교육역랑강화사업 4년 연속 선정’을 꼽았다. 지방 소재의 소규모 사립대라도 안정적인 지원을 받아 노력한다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현재의 상태로는 대부분 지방대학들이 수도권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상당수 불리한 점이 있는 게 현실이다. 지방대학들은 이에 대해 “지방대학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을 통한 재정 지원이 대학의 규모 등 대학 간 차이를 고려하고 있으며,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ACE) 경우에는 기존의 정량적 지표 이외에 특성화 계획 등 정성적 평가 요소 도입된 것은 진일보한 일이지만 좀 더 세분화한 지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구조조정에 따른 아픔도 보듬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식 초당대 총장은 지난달 19일 본지가 주최한 ‘이주호 장관 초청 대학총장 신년 간담회’에서 “200여개 4년제 대학에는 국립대·사립대, 수도권·지역 대학, 종립대학, 특수목적대학 등 여러 범주가 있고 나름의 존립 이유와 특성이 있다”며 “따라서 대학을 일괄적으로 묶어 포뮬러 지표로 평가하기보다 대학의 특색이나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대학의 지역적 여건과 존립 필요성 등을 감안한 평가요소를 곁들여달라는 요구였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은 이 자리에서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지역 대학이 살아남는 방법은 특성화밖에 없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난데없이 특성화하기는 어렵고, 기존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특성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는 과감히 통폐합해야 하는데 학과별 특수성을 감안해달라는 반대에 부딪힌다. 학과별 평가를 학과별·계열별 상대평가로 하면 자연스럽게 경쟁력 부족한 학과를 구조조정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사회 인식부터 바뀌어야= 대학이 특성화의 방향을 정하고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정부가 배려를 해준다 해도 졸업생이 사회에 나가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지방대학생들은 채용단계에서부터 학벌에 따른 차별을 받기 때문이다.

김기현 새누리당 의원이 추진한 ‘학력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한 법안이지만 현재 2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2010년 5월 발의된 이 법안은 △공기업과 사기업의 모집·채용 및 국가자격 취득 시 학력 제한을 금지하고 △노동부 장관의 시정명령을 불이행할 경우엔 사업주 등에게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년제 수도권 대학 졸업생을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도다.

실제로 사기업은 물론 공기업까지 채용시 학력을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학력 인플레’를 부추기고 있다. 김 의원이 총리실·고용노동부·통계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38개 부처 중 15개, 공공기관 286개 중 94개가 채용 시 학력 조건을 제시하거나 학력에 따라 가산점을 부과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올해 신입행원 채용 인원 150명 중 50명은 특성화고교에서, 50명은 지방대 출신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사례라든가, 또한 장기적으로는 지점 창구직원의 절반 이상을 고졸로 채우고 지방 점포는 지방대 출신을 주축으로 운영하는 등 행원 채용의 폭을 확대할 방침을 밝힌 것 등이 사회 전체에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법으로라도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지방대학 아닌 지방대학, 분교 문제 해결 시급

인지도 높지만 내실 약해… 복구 캠퍼스체제 바람직

지방대학이지만 서울의 유명 대학 덕을 보는 대학들이 있다. 바로 ‘분교’다. 분교는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서울 소재 대학이 지방에 분교를 앞 다퉈 설립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지방대학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방에 있지만 사실상 서울의 유명대학 간판을 달고 있기 때문에 내실이 아닌 ‘인지도’ 면에서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낸 2009년도 재정사업 심층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충청·경상·전라의 각 지역 내에서 분교와 지방대의 졸업생 임금을 비교한 결과, 경기와 충청지역에서는 분교 졸업생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경기 지역의 경우 같은 지역 내 다른 대학보다 졸업생 임금이 10.4%, 충청 지역 분교는 같은 지역 내 다른 대학보다 졸업생 임금이 6.6% 더 높았다.

그렇지만 이 결과가 경기·충청 지역 분교가 같은 지역의 지방대보다 더 우수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들 지역의 분교가 본교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그나마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학과별 입학생 평균수능백분위 점수를 고려해 임금 차이를 분석하자 충청 지역 분교는 오히려 9.1% 낮았다. 경상 지역은 같은 수능 점수를 받고도 졸업생 임금이 13.1%나 낮았다.

지방의 한 대학 보직 교수는 이에 대해 “사실상 분교가 이름만 유명할 뿐이지 크게 특별한 것은 아니다”며 “유명대학들의 본교와 분교 간 문제들이 심각한 지경이다. 본교가 이를 인식하고 체제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사 전공의 중복이 허용되며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본교와 분교 체제를 전공을 지역별로 나눠 유기적으로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복수 캠퍼스 체제’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희삼 연구원은 이에 대해 “전공별로 분화된 캠퍼스 체제에서는 본교와 분교 간 우월개념이 사라지고 특성화와 규모의 경제가 가져오는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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