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창업 교과부가 나서라

교과부, 노동부·지경부에 ‘일자리 창출’ 주도권 내줘
대학도 “대학 취업·창업지원 사업 교과부가 주도해야”

▲ 산학협력을 통해 취업·창업 역량을 끌어올려야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작년 11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1 대한민국 취업박람회'는 몰려든 구직자들로 발 디딜 틈이 보이지 않는다.
바야흐로 대학의 위기 시대다. 앞으로 6년 뒤면 고교 졸업자 수가 대입 정원보다 적어지는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입학자원 급감의 파고는 지방대를 시작으로 수도권 대학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학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2008년 83.8%로 정점을 찍었던 대학 진학률은 2009년(81.9%), 2010년(79.0%)에 이어 작년 72.5%로 3년 내리 하락하고 있다.

대학 진학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탓이다. 대학 4년간 2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고 교육을 받아도 취업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들의 평균 취업률은 2009년 64%였지만, 2010년에는 51.9%로 곤두박질쳤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직장 건강보험 DB 연계 취업률’을 발표하자 취업률 거품이 꺼진 것이다. 이와 동시에 대학에 대한 인기도 급락하고 있다.

대학이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고, 입학자원 급감의 파고를 넘어설 방법은 ‘취업’과 ‘창업’에 있다. 정부가 대학의 취업·창업을 끌어올릴 수 있는 틀을 만들고, 대학의 자체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특히 교과부는 대학생 취업·창업 부분에서 그동안 노동부와 지경부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 △예비기술창업자 육성사업 등 대표적 청년 창업 지원사업은 모두 지경부 산하 중소기업청이 주관하고 있다. 또 직장체험·청년고용센터·취업아카데미 등 청년취업 관련 사업도 노동부가 실권을 잡은 지 오래다.

교과부도 향후 불어 닥칠 대학 위기시대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산학협력국(관)을 신설했다. 여기에 산학협력과·지역대학과·전문대학과·취업지원과를 설치하고, 대학생 취업·창업지원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우리 부처가 대학생 취업·창업에 대해 뒤늦게 뛰어든 면이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의 위기 극복방안 등을 고민하면서 산학협력과 취업·창업에 그 해답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취업·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지경부·노동부 보다 교과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대학 관계자는 “중기청 창업선도대학 사업을 예로 들면 대학 당 지원예산 40억 원 중 실질적으로 대학에 직접 지원되는 액수는 10% 정도”라며 “나머지는 중소기업에 지원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기업 지원사업이지 대학 지원사업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창업지원을 하더라도 해당 대학의 특성화 분야와 관계가 깊은 예비창업자나 벤처기업이 들어와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대학 창업지원 사업을 교과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과부도 이런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만시지탄’격이지만 지방대 살리기의 핵심 정책으로 산학협력 활성화를 들고 나온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부터 지방대 살리기 일환으로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이 기획됐고, 이는 앞으로 대학들의 체질을 ‘친(親)산업’적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산학협력 하려면 “교수를 움직이게 하라”

교수한테 학생 취업 맡기고 독려한 대학 ‘부실 탈출’
산업체 경력 교수 중용한 대학은 ‘취업률 1위’ 고수
LINC, 교수평가 개선에 ‘긍정적’···특성화도 선행돼야

대학 위기 시대에 ‘산학협력’이 대학의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은 어제 오늘 강조돼 온 주장이 아니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위기 극복 방안이 거론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주장이 바로 산학협력 활성화다.

◆ 산학협력, 경쟁력 제고 ‘다목적 카드’= 산학협력은 대학 경쟁력을 배가시키는 다목적 용도가 될 수 있다. 산학협력을 잘 하려면 대학이 특성화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학내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산학협력 활성화로 현장실습이 강화되고, 커리큘럼이 개선되면 취업률은 자연스럽게 제고된다. 대학이 과거의 영예를 회복하는 열쇠는 산학협력이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 동안 국내 대학의 산학협력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산학협력과 관련된 정부 지원금을 타내기에만 급급했지 체질적으로 변화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산학협력이 거론될 때마다 단골로 지적되는 문제 제기가 산학 간 ‘미스매치’다. 산업계는 대학교육이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대학들은 “대학교육은 기본에만 충실하면 됐지 실무교육까지 시킬 필요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교육과 산업현장의 요구는 따로 노는 현상이 나타난다. 교과부에 따르면 2010년 현재 ‘대학교육의 산업 수요 일치도’는 인문계열 12.2%, 이공계열 19.0%에 그쳤다.

물론 ‘대졸자의 실무교육은 기업이 시켜야 한다’는 대학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도 산업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대학 교수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에서는 교수가 움직여야 연구도 되고 산학협력도 된다. 지난 2010년 11월 정부가 산업단지 캠퍼스 조성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을 때 일각에선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산업단지 내 캠퍼스를 조성, 산학 간 밀착도를 높이자는 좋은 취지의 사업이었지만, 정작 교수가 움직이지 않으면 이 또한 소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천안의 한 대학 교수는 “거리만 가까워진다고 산학협력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교수들이 움직여야 산학협력도 잘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단캠퍼스 조성사업은 이런 지적을 감안해 '교수 업적평가 시 연구실적만큼 산학협력실적도 중시할 것'을 조건으로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산학협력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우승 한양대 산학기획처장도 “교수들을 평가할 때 논문으로만 평가를 하면 어떤 교수가 학생 취업을 위해 현장실습에 신경을 쓰겠나”라며 “교수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산학협력을 열심히 한 교수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교수업적평가에 산학협력 실적이 반영되는 비율은 특허·기술이전을 제외하면 지극히 낮다.
◆ 논문 1편을 못 따라가는 산학 실적= 교수들이 나서야 대학이 변한다는 점은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가 살아 돌아온 대학들의 사례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대출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가 2011년 여기서 벗어난 대구외대의 경우 교수 1인당 졸업반 학생 6명을 배정, 취업을 책임지도록 강제했다. 그러자 34.3%였던 취업률이 54.7%로 수직 상승했다. 그만큼 교수가 책임감을 갖고 손을 걷어붙이면 변화는 나타나게 마련이다.

졸업생 취업을 높이기 위해선 산업체 경력을 갖춘 교수가 대거 임용될 필요가 있다. 교과부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4년제 대학 기준 산업체 경력을 갖춘 전임교원 비율은 전체의 9.6%에 불과했다. 이는 교수를 새로 뽑을 때 산업체 경력보다는 연구실적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경험을 아무리 많이 쌓아도 교수 채용에서 논문을 많이 쓴 경쟁자를 이길 수 없었던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다.

교수들의 재임용·승진·승급 시 평가재료가 되는 교수업적평가도 연구실적 위주로만 설정돼 있다. 2009년 현재 대학 교수업적평가에서 SCI 논문 1편을 100점으로 놓고 보면 기술자문은 24.2점, 현장실습은 10.6점만 인정받을 수 있다. 또 무려 절반이 넘는(56.5%) 대학이 교수 업적평가 시 산학협력 실적을 10% 미만까지만 반영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산학협력 실적 10개를 쌓는 것보다 논문 1편 쓰는 게 낫다’는 뜻이 된다.

대학 내 산업체 경력 교수의 비율을 확대하는 일는 산학협력 활성화와 취업률 제고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지난 해 교과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DB 연계 취업통계 조사’에서 취업률 81.1%를 기록, ‘라’그룹 1위를 차지한 한국기술교육대(한기대)는 전임교원 채용 시 산업체 경력 3년 이상을 필수조건으로 두고 있다. 교수들은 임용 뒤에도 3~5년마다 한 학기 가량 산업현장에 파견돼 산업계 동향과 기술 변화를 체험하고 학교로 돌아온다. ‘교수 현장연구학기제’로 알려진 이 제도로 한기대는 비슷한 규모(졸업자 1000명 미만 ‘라’ 그룹)의 대학 간 취업률 경쟁에서 수년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교수들의 산업체 경력을 중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무중심 교육을 펼친 덕이다.

▲ 대학이 산업체 경력 전임교원 비율(출처 : 교육과학기술부)

◆ 교수 산업체 경력 중시한 대학은 ‘웃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는 산학협력을 통해 상당 부분 극복될 수 있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 산학협력을 통해 특성화 분야를 해당 지역의 산업과 연계시켜 고용을 창출하고, 취업률을 높여 나가야 한다. 산학협력으로 얻어지는 산학 공동연구와 연구비 수주는 대학의 재정확충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선 교수들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교과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은 비교적 방향을 잘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이 사업 심사에서 1단계 통과 대학(75개교)을 가려낸 교과부는 이들 대학에 교수업적평가의 대폭 개선을 요구했다.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교수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를 깨기 위해서다.

정의붕 호원대 산학협력단장은 “LINC 사업을 통해 교수업적평가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에 동의한다”며 “논문만 쓴 교수와 산학협력을 충실히 한 교수가 동등하게 평가 받아야 산학협력이 잘 될 수 있다. 교육·연구에 충실한 교수와 산학협력에 주력하는 교수가 대학에 상호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선 차별화된 분야를 특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김우승 처장은 “산학협력은 자기 대학의 비교우위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 입장에선 ‘저 대학에 가면 특정분야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야 산학협력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교수 업적평가 개선과 더불어 대학의 특성화가 산학협력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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