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학 주성대학 산업경영과 교수

▲ 홍성학 주성대학 산업경영과 교수
전문대학이 어려움을 맞이하고 있다. 지방 전문대학은 더욱 어렵다. 단순히 어려움이 아니라 위기라고 할 정도다.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산업대학, 기술대학, 폴리텍 대학도 있지만 전문대학은 현재 145개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30여 년간 약 450만명의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면서 중심역할을 맡아왔다. 이러한 전문대학의 위기는 고등직업교육의 위기로 연결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대학의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입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체성의 혼돈에서 비롯된다. 각 대학의 분명한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으로 나누어져 수도권에서부터 대학서열화가 이루어져 있고, 전문대학은 대학서열화의 낮은 순위에 위치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대학의 정체성의 혼돈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방기하고 정책 부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총장과 대학교 명칭을 사용하게 되고, 산업체 경력없는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설치 운영할 수 있게 되고, 수업연한이 다양화되게 되는 등 외형적 구조 변화는 이루어가고 있지만 전문대학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근본적 정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이런점에서 전문대학 정체성 확보 정책이 절실하다.

또한 무엇보다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각 대학의 목적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고등교육법 제28조에는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제47조에는 '전문대학은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 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각각 명시하고 있다. 즉 일반대학은 ‘연구인력양성’, 전문대학은 ‘산업인력양성’에서 그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과부는 지금과 같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 적용하는 대동소이한 평가지표를 지양하고,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각 대학의 목적과 부합한 평가지표를 만들어야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대학의 ‘취업위주 인기과’를 본뜬 학과를 만드는 일반대학에 대해서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학과심의기구’를 설치하여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 설치하는 학과를 심의하도록 하여야 한다.

2010년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의 13.6%인 2천965억원을 지원 받았는데,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지원금을 늘림과 동시에 정부지원사업도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정체성에 맞게 조정하여 전문대학의 핵심적 교육목표인 산학협력, 평생직업교육, 취업교육관련 사업에 일반대학의 참여를 배제하거나 억제하여야 한다. 
 
현재와 같은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교 졸업생들에 대해 ‘선취업-후진학’을 제시한 ‘고교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은 졸업생들이 후진학 시 일반대학에 입학할 수 있으므로 전문대학과의 교육 연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점차 일반대학 비중을 줄이고 고등직업교육기관의 비중을 높이고, 국립전문대학을 늘려가야 한다. 단계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방 사립전문대학부터 정부지원을 늘리는 ‘정부지원형 사립전문대학’ 혹은 ‘준국립대학’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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