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문우식 서울대 교수
향후 우리나라가 발전을 지속하고 동아시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FTA허브나 금융허브와 더불어 교육허브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교육허브에 대한 인식도 미약했고, 이를 위한 국제화 전략도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다. 그러나 한미 FTA나 한-EU FTA가 타결됨에 따라 아시아시장의 관문(Gateway)으로서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만 고려되었던 이들 국가와의 협력의 범위가 사회·문화·교육·과학 등 광범위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동시에 한중·한일 FTA의 실현도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동아시아 교육허브 구축을 위한 정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선 미국·EU와의 FTA에 발맞추어 이들 국가와의 교류협력을 강화해야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와 이들 국가 간 기술수준이나 학문수준에 상당한 격차가 있어 지속적으로 이들 국가를 쫒아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한 교육협력전략은 우리나라 학생이나 교원이 일방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교류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단순한 교환학생제도를 탈피하여 미래교육의 새로운 조류로 떠오르고 있는 공동·복수학위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이나 EU의 관심이 적었으나 이들 국가와의 FTA를 계기로 현재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선호되는 협력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이 EU와 맺은 교류협력사업(ICI-ECP사업)은 유럽 측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사업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유럽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 대한 공동재원출연 등도 적극 모색할 수 있으며, 최근 한국의 이미지 개선과 맞물려 국내 교육기관의 미국·유럽 진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들 국가가 모두 ODA(공적개발원조) 선진국인 점을 고려해 후진국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협력선도대학 사업 등에서도 이들 국가와의 삼각협력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역적 차원에서는 올해 협상을 시작한 한중 FTA나 향후 협상이 예상되는 한일 FTA, 혹은 한중일 FTA 체제 내에서 적극적인 교육협력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이나 EU와 같은 선진경제권과의 FTA 협상에 있어 우리나라는 무역이나 투자분야와는 달리 교육산업 개방에 소극적이었다. 이는 무엇보다도 국내 교육산업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교육산업 개방도가 중국보다 낮게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향후 중국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교육기관의 대 중국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도 고려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캠퍼스아시아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 심화시켜 ‘아시아적인 학문과 아시아공동체의 거점’으로서 한중일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아시아대학의 설립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한중일 삼국의 학생만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는 캠퍼스아시아 사업을 아시아전역으로 확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글로벌 전략과 지역적 전략은 별도의 전략이 아니다. 양 전략이 잘 추진된다면 우리나라가 싱가포르를 뛰어 넘는 아시아의 교육허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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