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옥 교육과학기술부 산학협력관

▲ 최은옥 교육과학기술부 산학협력관
긴 추위가 물러나고 봄이 되었다. 대학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활기와 신입생들의 설렘으로 가득할 때이다. 그러나 최근 대학에 대한 개혁 요구는 대학의 분위기를 무겁게 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한편 우리 사회가 대학에 대해 가지는 높은 기대 수준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교육의 질을 높여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우수한 연구 성과를 창출해 산업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변화해야 한다. 기업, 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 청년 실업과 취업 미스매치,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의 불만,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로 위기 상황에 있는 대학이 직면한 많은 난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산학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이다.

산학협력은 해묵은 화두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것 같다. 어떤 이유로 산학협력이 잘 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의견을 들어보았다. 산학협력에 참여하시는 교수님들, 산업체에서 근무하시는 분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대학교원인사제도 등 대학체제가 산학협력을 촉진하는 데 부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즉 산학협력을 통한 변화의 열쇠는 결국 교수가 갖고 있는데, 교수업적평가와 승진·승급이 논문실적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산학협력 활동을 열심히 하는 교수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2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산학협력국이 신설된 이후 가장 먼저 마련한 것이 ‘산학협력 촉진을 위한 대학 교원인사제도 개선방안’이다. 교수업적평가와 재임용·승진 심사에서 논문실적 뿐 아니라 산학협력 실적으로도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교수 신규임용 시 산업체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였다.

또한 여러 대학에서 지역산업체 퇴직 전문가 등을 교수로 채용하여 인턴십, 현장실습, 창업교육 등에 활용함으로써 취업률이 높아지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런 사례를 ‘산학협력중점교수’로 제도화하였다. 산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우수 인력을 대학에서 교수로 채용해 기업공동연구와 현장중심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다. 고등교육법을 개정하여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교과부 장관과 지경부 장관의 합의에 따라 양 부처에서 2012년 각 1000명씩 채용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지금 대학은 체질개선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3월말 각 50개교, 30개교를 선정할 예정인 산학협력 선도 대학·전문대학(LINC) 사업의 경우 △기술이전 실적 △현장실습 △캡스톤디자인 지도 등 산학협력 활동을 SCI 논문에 대체하여 인정하는 교수 평가제도를 갖출 것을 신청요건으로 하고 있다. LINC 사업을 신청한 92개 대학은 지난 1년간 대학 내부의 논의과정을 거쳐 교수평가 관련 대학규정을 개정하였다. 지난 십여 년 간 그 필요성에 대한 논의만 있어왔던 점과 교수평가제도가 대학 변화의 가장 핵심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대학이 크게 변화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추어진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제 이러한 토대 위에 산학협력을 통한 특성화와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충실히 채워가는 것은 대학의 몫이며, 정부는 대학과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 나갈 것이다.

모두가 주지하듯 LINC 사업은 대학 내 하나의 사업단을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다. 대학의 인재양성 시스템을 현장적합형, 기업친화형으로 혁신해가는 과정이며, 그 변화의 핵심은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성과로 이어져, 올해가 본격적인 산학협력의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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