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반발 속 복지부 증원여부 고심

목포대·서울시립대 의대설립 준비 착수

저출산·고령화에 편승한 대학들의 의대 증원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는 의대정원 증원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학계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을 강력히 촉구하는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 이익단체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의대 정원감축 주장을 펼쳐왔다.

■ 올해 의대 증원될까 = 이번 논란은 약 8년 만에 촉발된 것이어서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004년 당시에도 사회적으로 의대 정원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의사협회의 강한 요구로 의대 총정원은 3300여 명에서 오히려 300명 감축됐다. 지금도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이 배출하는 연간 의료 인력은 약 3000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더 많은 의료 인력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반면 의사협회 측은 오히려 ‘추가 감축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복지부에 보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의료계가 이미 포화상태이며, 의대 정원을 현행 유지 또는 늘릴 경우 저출산으로 인한 인력 과잉으로 의료비용이 더 비싸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감축하거나 부실의대 구조조정을 통해 의료 인력수급을 낮춰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현 정원 3000여 명에서 20%를 대폭 증원해야 한다”고 다시 반박했다. 정 교수는 “2020년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 인력이 3600명은 돼야 의료 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될 수 있다”며 “의사 양성에 10년이 걸리는 만큼 증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OECD 평균 인구 1000명 당 임상의사 수는 3.1명이지만 국내의 경우 선진국들의 1/3 정도인 1.9명에 그친다. 의사 1명 당 환자 진찰 건수도 선진국 평균 3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모두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확연히 갈리자 복지부도 고민에 빠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신중히 검토한 뒤 올해 상반기에는 의대정원 증원 또는 감축안 중 한 가지를 채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의대 유치전, 승자는 있을까? = 의대 증원 가능성이 타진되자 그동안 의대를 신설하고 싶어도 남는 정원이 없어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대학들이 다시 칼을 갈고 있다.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인 건 목포대다. 목포대는 의대 유치를 위해 2009년 간호학과, 2011년 약학과를 개설했다. 이어 최근에는 의대 설립을 위해 부지(목포 옥암지구)까지 선정했다. 지난 14일에는 ‘전라남도 의대유치도민결의대회’를 개최하며 지역여론 형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학 남상호 기획처장은 “전라남도는 의대가 없는 유일한 지자체이며, 이미 초고령화 지역”이라며 내년도에는 반드시 의대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시립대와 서울시의회에서도 의대 설립을 위한 구체적 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대학 이광훈 기획부처장은 “‘반값등록금 의대’구현을 통해 공공성을 갖춘 의료 인재를 배출하고 시립병원·보건소 등 공공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의대 설립을 계획 중”이라며 “시와의 협의를 거쳐 틀을 잡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대 역시 의대 설립을 희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명과학대학을 신설하고, 만약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시립 인천의료원과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대학들의 이 같은 희망은 의사협회의 강한 반발로 언제든 좌초될 수 있다. 실제로 90년대 이래 계속된 의대 정원 감축에는 의사협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왔다. 사회적으로 의대 증원 요구가 계속되는 지금도 오히려 정원감축을 복지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소재 한 사립대 의대 교수는 “의사협회의 주장은 결국 의사들의 기득권과 맞닿아있다”며 “의사들이 늘어나면 의사들의 권위와 이득이 낮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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