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이사회- 총장 ‘진흙탕 싸움’ 왜?
숙명여대 이사회- 총장 ‘진흙탕 싸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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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총장선거 앞두고 갈등 수면 위로

교과부로부터 임원승인 취소 처분을 위한 청문회를 준비 중인 숙명여대 이사진이 22일 이사회를 열고 한영실 총장을 전격 해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사회가 밝힌 해임 사유는 “한 총장이 재선을 위해 대학의 허물을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려 대학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30일 교과부 청문회가 예정된 가운데 터진 일이어서 이번 사태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사회 “한 총장이 꾸민 일”= 청문회를 받기로 한 재단 이사회가 청문회 직전 총장을 해임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일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 달 <중앙일보>에 게재된 숙명여대 관련 기사다. 당시 보도는 “숙명여대 재단은 지난 15년 간 대학이 모금한 기부금 686억 원을 법인 전입금으로 불법 전환했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인 서류 등 ‘물증’까지 함께 나오는 바람에 이사회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사회는 “관행이었다”고 해명하는 한편, 이 보도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사회가 내린 결론은 ‘한영실 총장’이었다.

재단 측의 모 교수는 “한 총장이 재단과 갈등 관계에 있었다는 것은 모든 교수가 아는 사실”이라며 “이번 돈 세탁 문제도 한 총장이 잘 알고 있었고, 사실상 가담했었다”고 밝혔다. 이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한 총장이 대학의 불법 관행을 총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렸다는 게 이사회의 주장이다.

실제로 한 총장은 2002년 사무처장을,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교무처장을 맡았다. 보직 자체가 ‘돈’을 다루는 일과 연관돼 당시 한 총장이 이사회의 이같은 돈 세탁을 모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언론에는 ‘기부금 세탁은 2008년 9월 취임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한영실 총장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2009년 10월 중단됐다’고 보도됐다. 한 마디로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이사회 주장대로라면 한 총장이 이 문제를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 된다. 이사회 관계자는 ‘한 총장의 연임’을 그 이유로 들었다. 현재의 이사회가 버티고 있는 한 한 총장의 연임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숙명여대 총장은 전체 교수회의가 후보 2명을 선출하면 재단이 최종 선임하는 방식이다. 현재 숙명학원의 현 이사진 8명 중 6명은 친 이사회 인사인 이경숙 전 총장 시절 임명된 이사들로, 이사회와 사이가 좋지 않은 한 총장이 현재 구도에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 힘겨루기 결국 진흙탕으로...= 이사회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언론 보도 이후 사태는 한 총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숙명여대 이사회의 돈세탁 사실이 언론에 처음 보도되자 학교 처장·학장단을 중심으로 구성된 ‘숙명발전협의회’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명문여대로서의 훌륭한 전통이 처참하게 훼손당하는 것을 목도할 수 없다”며 이사진 사퇴를 촉구했다. 총동문회도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장과 이사진의 사퇴를 요구했다.

재단은 돈세탁 의혹 보도에 대해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발전기금이나 기부금을 법인계좌를 거쳐 학교계좌로 들어가게 한 것은 사실이나 이 과정에서 1원도 유용하거나 배임 횡령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이후 추가로 교과부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지난 20일 “학교시설 사용료까지 법인회계로 받아 이를 전입금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사회는 더 이상 몸 둘 곳을 잃게 됐다. 교과부는 숙명여대 이사진에 ‘임원승인 취소 방침’을 내렸다. 이는 이사회에 '나가라'는 경고나 다름없는 처분이다. 이사회의 소명 이후 임원승인 취소가 철회되더라도, 이사회는 이미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대학으로 돌아와도 이사회의 퇴출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다 이사진 중 3명의 임기가 23일자로 완료된다는 점도 이번 한 총장의 해임 결정을 재촉한 배경으로 꼽힌다.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데다가 3명의 이사마저 나가버리면 이사회는 30일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결국 시간이 촉박한 이사회가 꺼낸 카드가 바로 ‘한영실 총장 해임’이다. 우선 한 총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후 교과부 임원승인 취소에는 법적 대응을 한다는 게 이사회의 현재 전략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결국 이사회와 한영실 총장의 힘겨루기가 발단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숙대 교수들도 이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도 현 총장과 전 총장(이사회) 세력이 나눠져 있다”며 이 일의 발단이 양측 간 갈등에서 나왔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진흙탕 싸움 때문에 ‘숙명여대’의 이미지가 추락한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다.

김기중·송아영 기자 gizoong·songay@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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