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 교과부도 고민해야

대학 수줄이기 보다 ‘콩나물 강의실’ 개선이 우선

▲ 합계출산율과 출생아수 변동 추이
2018년이면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의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이 장기적 관점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출생아 수가 곧 미래 학생자원으로 이어지는 만큼 대학 생존을 위해 교과부와 대학이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자녀 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교과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육비 경감이나 고등교육비 부담 완화 등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저출산 문제를 풀어야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대학도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가족, 출산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 개선을 위해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 저출산 영향, 30년 후 대학생 수 ‘반 토막’ = 앞으로 30년 후에는 대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통계청이 2010년 내놓은 ‘인구추계’에 따르면 6~21세의 학령인구가 2010년 990만 명을 시작으로 △2015년 872만 명 △2020년 743만 명까지 감소한다. 대학생 인구(18~21세) 역시 △2010년 257만 명에서 △2020년 226만 명 △2030년 164만 명, 30년 후인 △2040년에는 143만 명으로 줄어 현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출생아 수 감소에 따른 결과이다. 출생아 수는 2011년 47만1400명으로 전년 대비 1200명(0.3%) 증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4명으로 전년대비 0.01명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09년 기준 1.1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이며, 출생아 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이 2010년 발표한 ‘인구동태 건수 및 동태율 추이’를 보면 국내 출생아 수는 2009년 총 44만5000여 명으로 30년 전인 1981년 86만 명 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출생아 수 감소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2015년 38만 명 △2025년 36만 명으로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OECD 국가의 합계출산율 현황
출생아 수 감소에 따라 대학진학률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학진학률은 2008년 83.8%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09년 81.9% △2010년 79.0%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6.5%포인트 급락하면서 곧 70%선마저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대학진학률이 급감하는 것은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안 되는 청년실업문제도 크지만 OECD 국가 중 가장 아이를 안 낳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이를 더 채찍질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출생아 수 감소 → 학령인구감소 → 대학생 수 감소’가 대학 위기로 귀결되면서 교과부와 대학들도 저출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 박종서 연구원은 “현재 저출산 기본계획은 정부의 각 부처에서 종합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인력수급 예측하고 관여하는) 교과부가 저출산에 관해 문제의식을 더 가져야한다”며 “사교육비나 청년취업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교과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 저출산 대책 “단편적이다” 비판 =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에서도 관련 정책을 다양하게 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 출산율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실효성 논란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2006년부터 5년마다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인 ‘새로마지플랜’을 마련했다. 2006년 1차 계획에서는 42.2조원, 2010년 2차 계획에 75.8조원을 투입해 연도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오고 있다. 이중 저출산 예산은 2011년 14.3조원에서 2012년 17.1조원으로 2.8조원 증가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교과부 등 정부 부처에서 저출산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교과부가 소관하는 고등교육 관련 과제는 △학생 부부를 위한 국공립대학·대학원 내 기혼자 기숙사 확대 △저소득층 중 기혼자에 대해 장학금 수혜 우선순위 부여 △보육 교육비 지원 확대 △둘째아 이상 고등학교 수업료 지원 △둘째아 이상 대학교 자녀 국가장학금 우선 지원 △사교육비 경감 대책 등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저출산 대책과 예산 증액에도 출산율은 제자리걸음이다. 이 문제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아이를 낳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단순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단기적 접근”이라며 “자녀 양육, 출산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주대 이선이 사회학과 교수는 “출산장려금을 주는 등 인센티브 형식은 장기적으로 아무 효과도 없는 정책”이라며 “보건복지부는 자녀 양육을 개인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펴야하며, 교과부는 양성평등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저출산 원인 1위 ‘자녀 교육비 부담’…경제 부담 줄여줘야 = 우리나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자녀 교육비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 우리나라 저출산 주요 원인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저출산의 가장 주된 원인은 ‘자녀 양육비·교육비 부담’(60.2%)이다. 이어 △소득, 고용 불안정 23.9% △가치관 변화 7.5% △일·가정 양립 어려움 7.2% △주택 마련 비용 부담 1.2% 순으로 조사됐다. 일반 국민 10명 중 6명은 자녀 양육비·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으로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24만원이었다. 이는 △2007년 22만2000원 △2008년 23만3000원 △2009년 24만2000원 △2010년 24만원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수치다. 교과부와 통계청이 전국 1081개 초·중·고교 학부모 4만6000명을 대상으로 사교육비 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사교육비 규모는 2010년 20조8718억 원보다 3.6% 줄어든 20조1266억 원으로 추산했다.

정부에서 사교육 억제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이처럼 실제 사교육비는 줄지 않고 있어 탁상행정이란 지적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서울 A대학 관계자는 “교과부가 학업에 지친 학생들을 자유를 주겠다는 취지로 추진한 한 달에 두 번 놀 토를 아예 없애면서 오히려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사교육 팽창에 대한 대책도 없이 놀 토만 없앤 것은 탁생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결국 공교육 문제도 사교육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교육 절감 등 정부가 교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대책들이 실효성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교육비 문제부터 풀고 가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교육비는 경감하고 공교육비 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특히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학 서열화를 없애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남훈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위원장은 “대학의 서열화 때문에 사교육비가 지나치게 많이 들고, 사교육비가 많이 드니 아이를 낳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대학 서열화는 물론 지나친 경쟁체제를 완화해야한다”고 꼬집었다.

울산대 한상진 사회학과 교수도 “교과부에서 사교육을 부추기는 대학 서열화를 폐지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 지방대에도 정부의 예산을 투입해 학벌중시 관행을 타파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학 수 줄이기? “콩나물 강의실 개선이 우선” = 대학생 B씨는 “계단식 대형 강의에서 수강생이 80명씩 많게는 100명도 들어간다. 맨 뒤의 30%의 학생들은 거의 딴 짓을 한다. 글씨도 잘 안 보이고 수업 내용도 알아듣기 힘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대형 강의는 점점 더 늘고 있다. 비싼 등록금은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학령인구감소에 대항하는 방식은 대학 구조조정을 통한 대학 수 줄이기다. 그러나 대학 수 줄이기에 앞서 대학의 ‘콩나물 강의실’부터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콩나물 강의실 문제를 해소하고 학생 교육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대학 수 줄이기 보다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 년 전부터 콩나물 강의실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하면서 강좌 수를 줄이거나 강좌의 수강생을 늘려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올해 등록금을 2.5% 인하한 건국대는 올해 교양과정을 개편하고 교양과목 수를 지난 학기 259개에서 210개로 49개로 줄였다. 수강생을 늘린 강좌도 있다. 이에 건국대 학생들은 지난달 전체 학생총회를 열고 ‘수업권 보장’을 공론화하기도 했다.

국민대에서도 지난해 말 콩나물 강의실에 뿔난 학생들이 전체 학우를 대상으로 ‘수강생 줄이기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 대학은 각 단과대 각 학과 전공 강의 수강생이 50~60명인 과목이 많고, 교양 강의 수강생은 70~80명을 넘거나 심지어 100명을 상회하는 강의가 매학기 개설돼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 같은 학생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학교들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건국대 교무처 관계자는 “강좌 수를 줄여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몰리는 시간대와 강좌만 항상 인원이 넘치는 것”이라며 “학교도 학생들 입장에서 최대한 배려하고 싶지만 공간이나 시간, 강사 스케줄 등의 물리적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은 내면서도 양질의 교육 환경은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교육여건을 나타내는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여전히 OECD 회원국의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평균 16.2명이다. 지난해 대학알리미를 통해 발표한 ‘2011년도 정보공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재학생 기준 28.7명(수도권 대학 28.8명, 비수도권 대학 28.6명)으로 OECD 회원국과의 격차가 크다. 전임교원 확보율도 지난해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4년제 대학 평균 약 77%였다(수도권 대학 81.6%, 지방대 73.3%).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은 “우리나라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OECD 국가 평균의 2배나 된다”며 “학생 수가 줄어드는 만큼 대학을 통합하면서도 교육의 질은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개혁을 실시해야한다”고 말했다.

 

대학가, 저출산 강좌 개설 늘고 있어 

▲ 경북도에서 발간한 저출산 교재 ‘행복한 삶과 가족’
저출산 문제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면서 대학에서도 교육 차원에서 저출산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저출산 관련 교양강좌를 통해 젊은이들의 인식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최근 대학들이 저출산 관련 강좌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경성대는 2010년 1학기부터 저출산 관련 교양과목인 ‘미래 사회와 예비 부모 교육’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주로 △현대사회와 부모 △아름다운 사랑과 성 △부모 역할과 자녀 양육 △연령별 자녀 양육 방법 △건강한 가족 △화목한 가정을 위한 대화기술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출산과 가정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와 대학 간 연계를 통한 저출산 강좌 개설도 확산되고 있다.

경북도는 경북대, 영남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안동대, 동국대, 경북도립대학 등 도내 7개 대학에서 지난해 2학기부터 저출산 강좌를 개설했다. 개설된 강좌는 △인구 현황 △성과사랑 △행복한 결혼생활 △부모와 자녀관계 △가족윤리 △결혼의 경제학 등이다. 특히 저출산 강좌를 위해 2010년 2월 교재개발 공동연구 위원회를 구성해 ‘행복한 삶과 가족(저출산 문제의 이해)’의 교육교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경북도에 이어 경기도 내 대학에서도 올 2학기부터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한 ‘대학생 인생설계 교육’을 정규교양과목으로 개설할 예정이다. 현재 경희대, 아주대 등 도내 5~6개 대학이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교재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아주대 이선이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이 결혼과 가족, 출산, 진로 등 생애주기별 인성설계를 스스로 전망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학들의 저출산 교육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경북도는 올해 도내 38개 대학으로 저출산 강좌 개설을 확대할 계획이며, 경기도 역시 참여 대학을 늘려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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