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중 강릉원주대 경제학과 교수

▲ 김근중 강릉원주대 교수

2년 임기의 학장선거를 둘러싸고 교수들 간의 반목이 심해지고, 교수사회에 파벌이 조성되며, 심한 경우에는 금권선거까지 동원되는 등 많은 부작용이 따른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런 이유를 들며,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립대학의 단과대학장 임명에 선거를 금하고 추천조차 금하는 강력한 법령을 만들었다. 즉, 2011년 2월에 신설된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4는, “대학의 장이 단과대학장을 보할 때에는 그 대상자의 추천을 받거나 선출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해당 단과대학 소속 교수 또는 부교수 중에서 직접 지명하여 보한다.” 라 규정하고 있어, 얼핏 보면 개혁의 칼이 대학의 부조리를 토막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국립대학의 학장직선제는 버려야 할 제도인가? 우리는 모든 현실을 단편적으로만 파악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분명 국립대학의 학장직선제는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그것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어떠하겠는가?

현행의 법규와 각 국립대학의 학칙에 따르면 거의 모든 대학의 의사결정권한이 총장 1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인사위원회를 제외한 모든 위원회가 단지 총장의 자문기구이거나 또는 심의기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총장은 각종의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더욱이 대학의 최고의사기구인 교무회의나 인사위원회조차 대부분의 위원은 총장이 임명하는 교수들로 구성이 되기 때문에 총장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교수들의 자발적인 기구인 교수회의가 견제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조차 교수회장이 선명하고 총장의 영향력을 받지 않거나 보상을 바라지 않는, 흔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해야만 한다.

직선제 학장의 일부만이 적어도 교무회의나 인사위원회에 참여하여 총장의 의사를 반대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인다. 총장이 행하는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하여 약간의 견제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장에 의하여 임명된 절대 다수의 다른 위원들이 총장을 옹호하기 때문에 그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 대학의 경우를 보면, 총장이 자신의 선거참모에게 보상하는 차원에서 전 대학을 통틀어 몇 사람 되지 않는 박사학위가 없는 사람을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원장에 임명하려 하여도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없었다. 총장이 수년에 걸쳐 수억원의 기성회비를 해외출장비라는 명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조차 어느 누구 하나 총장을 견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총장의 권한이 부족하여 대학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지금도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는 총장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려는 것이다.

단과대학 학장선거를 금하고 있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4는 그 규정 자체로서도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틀을 부인하는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동 조항이 개별 교수 또는 복수의 교수나 단과대학교수회가 대학의 장과의 만남에서 구두로 단과대학장을 추천하는 것을 포함하는 폭넓은 행위들을 허용하거나 금한다는 의미인지? 개개인의 교수나 복수의 교수들 또는 단과대학교수회가 소속 단과대학장을 추천하거나 선출하는 절차를 진행한다면 그러한 행위들을 처벌할 것인지? 만일 대학의 교수들이 단과대학 내의 1인을 제외한 모든 교수를 추천한다면 대학의 장은 추천되지 않은 나머지 1인을 단과대학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의미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 

대학의 경쟁력 향상과 교육개혁이 곧 총장직선제 폐지와 학장직선제 폐지라고 억지를 펴는 교과부의 탁상행정에 휘둘려 오락가락 해야만 하는 40여개 국립대학들과, 선출된 총장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대하여 적절한 견제의 역할조차 할 수 없는 우리 국립대학 교수들의 처지가 초라해 보일 뿐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