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명 홍익대 입학관리본부장

▲ 장호명 홍익대 입학관리본부장

홍익대는 2013학년도부터 모든 미술계열 입학전형에 실기고사를 전면 폐지하고, 비실기전형 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미술계열 실기고사는 이미 2009학년도 입학전형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되고 있는데, 미술대학(서울캠퍼스)과 조형대학(세종캠퍼스)의 신입생 전원을 학교생활기록부, 수학능력시험, 미술활동보고서, 면접 등의 비실기 전형방법 만으로 선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이러한 미술계열 비실기전형의 추진 배경과 향후 전망을 간략히 짚어 본다.

홍익대에서 미술계열 실기고사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대학입학 실기고사가 지나치게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창의성을 고갈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 입시에서 미술 실기고사는 1960년대에 도입되었는데 이후 사교육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회취약계층의 대학 진학에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공교육 부실화까지도 야기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둘째, 숙달된 기능으로 천편일률적인 작품을 만드는 현재의 실기고사로는 수험생의 실기능력을 적절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수용한 점이다. 실기고사를 준비하는 미술교육은 창의적 미술이 아닌 암기식 미술로 변질되고 있으며, 수험생의 작품들이 서로 유사해져 실기능력의 변별력이 낮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잠재력 있는 미술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홍익대는 2009년에 처음으로 미술계 비실기전형을 일부 도입하였으며, 이 결정에 대한 교내외의 긍정적인 평가, 그리고 입학생의 학업성취도 분석 결과 등에 힘입어 미술계열 비실기전형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게 된 것이다.

미술계열 신입생을 실기고사 없이 선발하는 전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실기고사를 통과한 입학생을 대상으로 하던 대학의 교과과정을 비실기전형으로 모집한 학생에 맞도록 바꾸어야 하는 일도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숙제이다.

또한 미대 입시 실기학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익대가 실기고사 폐지를 일관되게 추진하였던 데에는, 그 사이에 진행된 입시자료의 분석과 입학생의 추적연구의 결과로 얻은 자신감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분석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비실기전형으로 선발한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실기고사로 선발한 학생에 비하여 일관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실기전형으로도 미술적 잠재력과 창의성을 지닌 학생을 선별하는 변별력이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었다.

미술계열 비실기전형의 구체적인 방법들은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미술계열의 홍익미래인재 전형은 입학사정관 전형의 한 가지로,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의 미술 관련 활동을 기재한 “미술활동보고서”라는 서류와 심층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미술적 열정, 소양, 창의성 등을 평가하고 있다.

이 전형은 실기고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입학전형 모델을 제시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 대한 고등학교 현장에서의 호응과 변화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홍익대에서는 고교-대학 연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홍익미술체험 캠프, 창의적 체험활동 사례공모 및 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를 실시하여, 미술계 비실기전형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함께 병행해 나아 갈 것이다.

2013학년도 입학전형을 기점으로 시작한 미술계열의 전면 비실기전형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며, 창의적 미술인재의 선발과 공교육 활성화라는 큰 목표에 접근해 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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