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역량, ACE, LINC 등 3개 국책사업 휩쓸어

의과학대학 등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손자를 보듯이 애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하는 것, 그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칭찬을 쏟아주는 것, 이것이 지난 20년간 대학을 성장시킨 비결입니다.”

교육역량강화사업 5년 연속 선정, ACE 사업, LINC사업 등 정부의 주요 국책사업을 모두 휩쓴 김희수 건양대 총장은 그 비결로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칭찬을 해주는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수도권에 진학한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칭찬을 들을 일이 적었던 지방대 학생들에게는 칭찬만큼 큰 동기부여가 없다는 것이다.

“총장과 교직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학생을 변화시키고 학생 한 명의 변화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김 총장은 교수들에게는 엄격하면서도 학생들에게는 다정다감한 국내 최고령 할아버지 총장으로도 유명하다.

갓 입학한 신입생들과 화상채팅으로 대화하고 비오는 날 우산 놓을 곳이 없다는 학생들의 불만에 바로 우산꽂이를 설치해 주는 김 총장. 과연 이러한 관심만이 건양대가 3대 국책사업에 선정된 비결의 전부일까. 김 총장을 만나 지방대의 위기 속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양대의 저력에 대해 들어봤다.

▲ 김희수 건양대 총장
-건양대가 전국의 대학들이 각축을 벌인 ‘교육역량 강화사업’,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 등 정부 3대 국책사업에 선정됐다. 소감은.
“이번 정부의 3개 대형국책사업에 모두 선정된 대학은 전국 200개 대학 중 건양대, 성균관대, 가톨릭대, 울산대 등 4개 대학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지방대는 단 2곳이다. 이러한 성과들은 ‘건양대가 잘하고 있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정부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학 구성원들이 ‘지방대도 할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지방대의 위기 속에서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건양대의 원동력은 역시 대학구성원들이다. 조교, 직원, 교수 대학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대학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했기에 건양대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 특히 대학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적절하게 조직을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데, 구성원들은 이러한 변화에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교육에 충실한 대학이 되기 위한 노력했다. 교육의 일선에 있는 교수들에게 학생을 잘 가르치라는 의미로 엄격한 평가제를 실시했다. 강의평가를 100% 공개하고 강의자체도 학교 홈페이지에 그대로 공개해 교육의 질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게끔 유도했다. 이 뿐만 아니라 교수업적평가에서도 교육의 비율을 크게 높였다. 앞서 말한 것들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지키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사회에서, 국가에서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양대만의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인 ‘동기유발학기’도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건양대가 학생교육을 위해 진행하는 많은 프로그램 중 으뜸은 당연 ‘동기유발학기’다. 동기유발학기란 1학년 입학 후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향상과 나아가 성공적인 취업설계까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특별프로그램이다. 정해진 수업을 수강하는 것이 아니라 왜 공부해야 하는지,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 나의 미래는 어떨지 등을 다양한 주제별 체험활동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4년 동안 강력한 학습동기를 부여하는 학기다. 수년 간 신입생을 분석해보니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기 위해선 동기가 유발되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동기유발학기를 시행한 후 실제 학업 성취도, 대학적응 및 전공 이해도 등이 높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는 특히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지방대 위기, 대처방법은 무엇인가.
“지방대라서 어려운 점이 참 많다. 지방대라는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다. 실제로 지원하는 고등학생의 성적에서 서울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것들도 그렇게 평가하는 서울제일주의가 사람들에게 박혀있는 느낌이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시설과 질이 떨어진다는 편견, 이럴 때 일수록 지방대는 교육의 본질에 더 충실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한 학생의 변화’를 말한다. 즉 입학할 때보다 졸업할 때 어느 정도 성장시켜줄 수 있느냐가 지방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건양대만의 지방대 발전방안을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지방대가 살아남으려면 학생들이 이 대학에 가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건양대는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 예로 의과학대학, 의과대학, 전국 최초인 의료공과대학, 군사경찰대학 등 사회가 바라고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를 신설하고 기존의 학과를 변화시켜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대학운영을 방식을 지속할 것이다. 대학의 교직원들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그래서 내 자식을 보내고 싶을 정도의 대학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이것이 지방대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설립자이자 국내 최고령 대학총장이다. 남다른 ‘교육철학’이 있을 것 같다.
“학생을 내 손자 같은 마음으로 대하자는 것이다. 교수들에게는 내 아이들을 가르치듯 사랑으로 가르치고, 직원들에게는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듯 봉사하고, 심지어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께도 내 아이 밥 차려주는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런 진심어린 마음으로 대할 때 학생은 감동을 받고 우리학교에 애교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교수들에게 학생들에 대한 ‘무한책임주의’를 강조한다. 대학의 역할은 학생을 졸업시키는 것이 아니라 취업, 즉 미래까지도 책임지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대학에서는 졸업생을 위한 ‘찾아가는 취업컨설팅’과 지속적인 취업처 알선으로 졸업생이 취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대학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어떤 대학이 되어 있기를 바라나.
“‘스무 살의 푸릇푸릇한 대학’에서 새롭게 발전하는 ‘성숙된 건양대’를 만들어 건양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고 싶다. 이를 위해 4가지 방안을 실천하려고 한다. 첫째, 체계화된 교육시스템을 개발해 학생을 잘 가르치는 대학에서 ‘더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다. 둘째, ‘입학에서 취업까지 책임진다’는 슬로건도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할 것이다. 졸업하면 바로 취업으로 이어지는 맞춤형 학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기업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과 현장실습도 강화할 계획이다. 세번째로는 세계로 뻗어가는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해외봉사와 국제 인턴십 프로그램을 적극 확대해 건양대가 ‘해외취업 선도대학’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 고품질 저비용의 교수학습을 실현하는 대학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김희수 건양대 총장은...

192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의대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수학하고 62년 서울 영등포에 김안과를 세웠다. 79년 논산에 건양 중·고교, 91년에는 건양대를 설립해 육영사업에 나섰다. 건양대 이사장을 거쳐 2001년부터 직접 총장직을 맡아 대학을 이끌고 있다. 1982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1996년 ‘충남을 빛낸 100인’으로 선정됐고 2001년 연세대 의대총동문회 ‘올해의 동문상’을, 2007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 2011년에는 한국언론인연합회에서 수여하는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을 수상했다.

대담 = 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 = 홍여진 기자 dike@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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