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 소외분야 활성화 위한 지역경청형 대학체제 개편

기존 특성화 방향 연계한 복지형 LINC모델 구축

[한국대학신문 김봉구 기자]

▲ 대구대의 LINC사업 모델
대구대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51개 선정 대학 가운데 독특한 사업계획을 내놓아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공계 분야 산업단지 대규모 기업들과의 연계가 주축이 되는 기존 산학협력과 차별화되는 색다른 형태의 모델을 제시해 주목받은 것이다.

대구대의 LINC사업 비전은 ‘NEO형 산학협력체계’ 구축으로 요약된다. NEO는 새롭다는 사전적 의미와 함께 ‘New Ecosystem for the Other 90%’의 약자이기도 하다. 대구대가 신(新)산학협력 생태계를 선도한다는 의지를 담아 명명했다. 기존 산학협력이 포괄하지 못했던 소외분야를 끌어안는 복지형 산학협력모델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장애인·재활과학·사회복지분야 등 학교의 기존 특성화 방향과도 잘 연계됐다. 대구대는 지역의 중소기업부터 다문화·여성·1인창업자·사회적기업까지 산학협력에 동참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 분야의 노하우와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어 산학협력 수혜 대상과 범위 확대를 목표로 한 대구대의 LINC사업 모델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

■ 산학협력 소외분야 집중 ‘블루오션’ 개척 = 승부수를 던진 게 주효했다. 대구대는 LINC사업계획을 제출하면서 큰 모험을 했다. 지금까지 산학협력에서 다소 소외됐던 산업체들, 일반적 산학협력 개념으로는 연계(LINK)가 어려워 보이는 분야를 타깃으로 사업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려도 있었지만 차별화를 위해 과감히 밀어붙였다.

대구대가 위험을 무릅쓴 데는 이러한 사업모델이 의미 있는 모험이라는 판단이 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여러 부처로 나눠져 있던 관련 사업들이 통합된 LINC사업을 주관함에 따라 교육적 의미를 부각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식경제부·중소기업청 등 기존의 타 부처가 주관하는 사업이었다면 어려웠을 시도였다.

최병재 산학협력단장은 “기존 산학협력과는 다른 내용이라 걱정됐지만 그간의 산학협력 소외분야를 파고드는 내용이 의미가 있어 모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경부가 아닌 교과부 사업이라 위험을 무릅쓸 수 있었다. 대학을 둘러싼 지역사회 전반을 끌어안고 가는 내용이 교과부가 원하는 폭넓은 의미의 산학협력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구대는 그간의 산학협력이 제조기업 위주, 이공계 대상에 한정됐고 비이공계 사업의 경우 재정지원이 불안정하거나 학과 단위의 개별적 사업으로 추진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 대구·경북지역의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이 90% 이상으로 많은 졸업생이 중소기업에 취업하지만 이를 위한 산학연계 교육시스템이 부족했다는 점도 고려해 계획을 내놓았다.

그 결과 대기업 중심에서 소규모 영세기업 위주로 교육시스템을 바꾸고, 장애인·다문화·여성·1인창업자·사회적기업 등 이른바 ‘HOME(Handicapped·Old·Multi-Culture·Etc) 분야’ 특성화로 산학협력의 사각지대 활성화를 선도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 홍덕률 총장(왼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산학연 기술개발사업 연구결과 전시회장을 둘러보고 있다.

■ 지역사회 ‘경청’ 바탕해 산학협력 방향설정 = 대구대는 지역산업인 IT융복합·스마트기기 부품과 연계한 미래 복지산업분야를 특성화분야로 설정했다. 이공계와 비이공계를 아우르는 특성화를 위해 공과대학·정보통신대학·자연과학대학·생명환경대학 전학과를 비롯, 재활과학대학·조형예술대학·인문대학·사회과학대학·사범대학 등 학교 전체가 사업에 참여한다.

대구대가 제시한 HOME분야 특성화가 기존 산학협력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이공계의 산학협력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공계는 각 분야의 맞춤형 산학협력 콘텐츠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주고, 이 바탕 위에서 다양한 산학협력모델을 추진한다. 실제로 대구대는 사업에 참여하는 공대와 정보통신대 인력이 약 30%를 차지한다.

사업 추진의 첫걸음은 ‘NEO Listen’, 즉 경청에서 시작된다. 대구대는 산학친화에 초점을 맞춰 지역 경청형 대학체제로 개편한다. 학교 특성과 지역의 요구를 십분 살린 재활복지대학 설립 등 대학 구조조정부터 시작해 학과와 중소기업 연합체 간 교류 강화를 통한 NEO형 계약학과 설립, 후진학 활성화를 위한 융합형 야간학과 설립이 추진된다.

대구대 관계자는 “재활분야 단과대가 독립적으로 있는 것은 전국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며 “대구·경북지역은 고령화·다문화사회라는 특색이 있다. 지역사회의 특징을 고려하고 학교가 강점이 있는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장애인·노인·다문화 등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산업 특성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 학생 현장실습 20배 확대… 인프라 혁신 = 이러한 노력은 인프라 혁신으로까지 이어진다. 대구대는 산학협력분야를 포함하는 대외협력부총장직을 신설, 산학협력단장 겸임을 통해 위상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산학협력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전담조직인 산학협력조정실을 설치해 산학협력중점교수들을 원활하게 활용하도록 돕는다.

사업 내용의 전반적 확대도 뒤따른다. 170여개의 가족회사는 1000여개로, 60% 수준인 취업률은 70%까지 끌어올리고 학생 현장실습 참여 규모도 지금의 20배로 늘릴 계획이다. 최병재 단장은 “LINC사업 뿐 아니라 공학교육혁신센터 사업에도 선정됐다. 이미 운영 중인 창업교육센터 등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학생 취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 빠른 움직임이 특히 눈에 띈다. 현장밀착형 사업에 선정된 대구대는 기술혁신형에 선정된 같은 지역의 영남대와 협약을 맺어 상호보완관계를 구축했고, 삼성경제연구소(SERI)와의 독점계약을 통해 산학협력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윈윈(win-win)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산학친화형 체제 개편의 틀을 마련했다는 자평이다.

최병재 단장은 “사업 효과 극대화를 위해 지자체 대응자금과 함께 국고 지원금의 25%를 교비로 투입한다. 단순히 금액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현장실습지원센터 설치와 SERI와의 협력 교육체제 수립 등 실질적 내용이 확정됐다”며 “지역사회로부터 존경받는 따뜻한 산학협력이라는 독특한 비전 실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캡사이신의 비만억제 효과를 연구하고 있는 모습.

산학협력교수 82명 대거채용해 체질개선
교원확보율 향상, 업적평가 정비 효과도

현 시점에서 산학협력중점교수를 15명이나 채용한 것은 드문 사례다. LINC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올해 안으로 산학협력중점교수를 12명 이상 채용해야 한다. 그러나 대구대는 이미 이 요건을 초과 달성했다. 빠르게 산학협력체계를 정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구대는 15년 이상의 현장근무 경험을 지닌 산학협력중점교수를 사업기간 5년간 모두 82명까지 채용할 계획이다. 100% 채용형으로 충원해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접목시키기로 했다. 기존 교수들 중에 선정하는 지정형 산학협력중점교수는 제한 없이 문을 열어둬 대구대 100여개 학과 전체에 산학협력중점교수를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대구대의 이 같은 행보에는 학교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됐다. 학교 입장에서는 산학협력중점교수 대거채용이 교원확보율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낸다. 때문에 사업 종료 후에도 학교 기금을 매년 10억원씩 투입해 산학협력중점교수를 계속 채용할 예정이다. 

대구대는 이와 함께 교원업적평가제도에 산학협력 평가영역을 마련하고 ‘산학협력중심형 교원트랙’을 신설해 재임용·승진 시 트랙에 따라 평가하게 했다. 봉사 10%와 교육 20%를 기본치로 하고 선택 트랙에 따라 비중이 달라진다. 대구대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복잡했던 교원업적평가가 각자의 영역에 맞춰 현실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반겼다.

사업 2~3차년도부터 시행되는 산학협력중심형 교원트랙을 택하는 교수는 지정형 산학협력중점교수로 바뀐다. 또한 전임교원 채용기준도 산학협력 실적으로 연구실적 최소기준을 대신할 수 있게 변경하고, 산학협력 실적평가로 대체평가 받을 수 있는 비중도 단계적으로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산업계 편중 탈피… 복지센터도 참여”
[인터뷰]최병재 산학협력단장(전자공학부 교수)

- 사업 선정의 의의를 말해달라.
“지금까지의 산학협력은 이공계 중심이었지 않나. 이번에 모험을 걸었다. 산학협력에서 다소 소외됐던 소규모·장애인·여성·다문화·1인창조기업과 상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산학협력모델을 제시했다. 심지어 사회복지센터까지 산학협력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산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 넓은 의미의 산학협력을 시도한다는 의의가 크다. 특수교육·재활·사회복지 등 학교의 특성화분야와 매치(match)시키는 의미도 있다. 소외됐던 90%와 함께 하는 신산학협력 생태계 구축을 대구대가 해나가겠다.”

- 독특한 사업모델의 배경이 궁금하다.
“이공계분야 산학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구대도 이공계 비중이 상당히 크다. 다만 대학을 둘러싼 지역사회 환경과 여건을 아울러 가는 산학협력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고, 일종의 블루오션을 찾는 측면도 있었다. 사실 사업 신청을 하면서도 혹평을 받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있었다. 그러나 교육적 의미를 부여하는 교과부 주관 사업이라 시도했고 인정받아 기쁘다. 의미 있는 모델로 잘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수정 사업계획서에서 달라진 부분은 없는지.
“가족회사 수를 사업 5차년도까지 많이 늘릴 계획이다. 현재 170여개인데 1000개까지 확대할 것이다. 이름뿐인 가족회사가 아니라 교수들을 기술적 전문지식, 디자인, 재정회계 등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전담 멘토로 배정해 유기적 연계가 이뤄지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네트워크가 마련되면 자연히 학생들의 현장실습, 캡스톤디자인 활용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수정 사업계획서는 예산 축소에 따른 변경 외에 사업 내용이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 학생 현장실습이나 취업은 어떻게 달라지나.
“현장실습 참여인력 수는 현재의 20배인 1900명 수준까지 확대하고, 캡스톤디자인 참여비율은 10.26%에서 4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 현실을 외면한 대기업 중심 프로그램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기 때문에 취업률 향상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약 60% 수준인 취업률도 연간 2%p씩 올려 사업 마지막 해에는 70%까지 향상시킬 계획이다. 창업교육센터는 이미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이다. 기술창업아카데미·창업교육패키지사업을 수주했으며 창업진흥원의 ‘예스 리더스 특강’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LINC사업 뿐 아니라 공학교육혁신센터 사업에도 선정돼 인프라 대폭확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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