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 초점맞춘 산학협력’ 기존사업과 차별화

학생교육 연계로 일자리 창출, 취업률 상승 노려

▲ 대구가톨릭대 LINC사업 모델

[한국대학신문 김봉구 기자] 대구가톨릭대는 이번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선정으로 날개를 달았다. 기존에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 지원사업에 선정돼 진행 중이던 교육과정 개편과 학생 취업률 상승 노력에 산학협력 프로그램 연계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LINC사업 준비도 수월했다. ACE사업으로 갖춰진 기본 틀에 산학협력분야를 덧입히는 정도의 노력이 가미됐다. 두 사업을 별개 프로그램이 아닌 이어지는 사업으로 설정해 유기적 연동이 가능했던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이미 관련 인프라가 구축된 덕분에 수고는 덜고 오히려 효과는 커진 셈이다.

대구가톨릭대의 LINC사업 모델은 기존 산학협력 관련 사업들과의 차별화 지점이 뚜렷하다. 산학협력 내용을 기업과의 연계 못지않게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ACE로서의 이점을 잘 살렸다는 평가다.

■ ACE사업 연장선상 ‘인력양성 산학협력’ 차별화 = 대구가톨릭대의 LINC사업 계획서는 다른 대학에 비하면 얇은 편이다. 내용이 부실해서가 아니다. 사업계획서에 담아야 할 학교의 변화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이미 2년여의 ACE사업 시행을 통해 해결됐기 때문이다. 그간 학생교육과 취업·창업 프로그램 개설을 비롯한 교원업적평가제도 부분 등이 확 바뀌었다.

사업계획서를 찬찬히 살펴보면 대학의 산학협력은 학생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지론이 곳곳에 배어있다. 대구가톨릭대의 특성화분야는 바이오·의료기기·IT융복합분야와 그린에너지분야로, 지역산업과 연계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계획서 첫머리에 ‘창의적 전문성 함양을 통한 실무형 인재 양성’을 비전으로 내세운 점은 독특하다.

이신호 특임부총장은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이하 산중사업) 같은 기존 사업은 기업과 연계한 산학협력에 치중해 오히려 인력 양성 시스템의 비중이 적은 감이 있다”며 “대구가톨릭대는 인성교육부터 시작해 기술교육과 산학협력을 접목한 학생 취업까지의 ‘토털 솔루션’ 개념으로 사업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전략적 고려도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많은 대학들이 LINC에 선정됐지만 해당분야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는 고민이 묻어난다. 각자 지역 전략사업과의 연계에 집중해도 결과적으로 중복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기업과의 산학협력만 강조하기보다는 이와 함께 학생들을 잘 가르쳐 해당 분야에 많이 진출시키는 게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앞서 취업·창업센터를 짓는 등 체계적 취업교육 인프라를 갖춘 점 역시 강점이다. 학생들도 정규 교과목이 아닌 센터의 방과후 수업에 2000여명씩 몰려드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센터 과정 수료 학생들을 채용한 기업체들과의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형성된 시점에 LINC사업이 시작돼 산학협력 효과가 단기간 내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 조직개편, 적극투자 산학협력 체질변화에 ‘올인’ = 대구가톨릭대는 LINC사업을 계기로 산학협력체제로의 변화에 올인했다. 우선 산학협력단이 조직 개편을 통해 최고 위상의 조직으로 부상했다. 연구정보처를 확대 개편해 산학협력단을 독립조직으로 만들어 연구에서 산학협력으로 무게중심을 옮겼고, 별도 조직인 LINC사업단 역시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1일자로 단행된 조직 개편에 따라 산학협력단은 취업·창업교육기능도 가져왔다. 기존의 학생취업처에서 학생처가 분리돼 나가고 학생들의 취업·창업 관련 역할까지 산학협력단이 맡게 됐다. 대구가톨릭대 관계자는 “학교 전체가 완벽히 산학협력 중심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조직 개편”이라고 귀띔했다.

자연히 적극적 투자가 병행된다. 전체 LINC사업 예산 축소로 인해 대구가톨릭대도 연간 40억원에서 28억 8500만원으로 지원 금액이 줄었지만 학교 측 대응자금 규모는 그대로다. 산학협력단이 강화되면서 인력·장비가 이관됨에 따라 사업 예산이 줄었음에도 원래대로 교비 10억원을 투입해 지원키로 했다.

산학협력 친화형 교원인사제도로의 개편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 대구가톨릭대는 지난 2010년부터 교원업적평가를 강력한 연봉제와 연계, 계열별로 표준점수화 해 급여를 차등지급하는 내용으로 손질했다. 연구·봉사·교육과 함께 ‘산학 및 취업업적’이 평가항목에 포함돼 있다. 기본 틀은 유지하는 선에서 산학 및 취업업적의 배점이 높아지는 정도로 적용된다.

대구가톨릭대 측은 “이미 틀 자체가 구축돼 있는 게 강점이다. 교원업적평가는 기본 틀을 유지하고 승진·재임용 시에 적용되는 산학협력 관련 배점을 높이는 정도가 될 것”이라며 “2010년 신임교원 58%가 산업체 근무 경력이 있을 만큼 산학협력 실적이 많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 방과후수업으로 취업·창업센터에서 창업특강을 듣고 있는 학생들.

■ 방과후 보충수업까지… 기업체 신뢰 구축 목표 = 물론 보완해야 할 취약점도 없지 않다. 여대로 시작해 종합대학으로 전환한 만큼 산학협력의 주된 분야인 이공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대구가톨릭대는 2010년부터 IT융복합·에너지신소재·전기에너지·화학시스템·제약산업공학 등 지역 성장동력분야 이공계 학과들을 잇달아 신설했다.

공학계열 전공 확충 노력과 함께 산업체 요구를 반영한 학과 개설 등 산학협력 친화형 학과로 육성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학교의 의료·보건계열이 강한 장점을 활용해 이 분야의 산학협력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 지역의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지원단지 조성,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 설립에 따른 바이오 메디클러스터 구축이 골자다.

이를 위해 교육 내실화부터 꾀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가 시행 중인 △전국 유일의 인성교육원 설립 △전국 최초 1:1 책임지도교수제 도입 △학업지도·상담계획서 및 보고서 의무화 △‘CU교육인증제’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대구가톨릭대가 인재 양성 중심 산학협력을 자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약 150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취업·창업센터가 기업 채용과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센터에서 취업 관련 방과후 보충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기업에 채용돼 좋은 평가를 받는 사례가 늘어나자 기업들이 먼저 학교에 산학협력과 인력 채용을 제의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신호 부총장은 기업과의 신뢰 구축을 되풀이 강조했다. 그는 “이 학교 학생은 채용하면 괜찮은 학생들이다, 하는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기업 현장실습이 늘어나고 그중에서 뽑아 쓰는 경우도 많아진다”며 “산학협력과 학생 취업이 동시에 달성되므로 LINC사업도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방향으로 교수·학생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기계공학(왼쪽)과 약학(오른쪽) 전공 학생들의 실습 장면.

참여교육 프로그램으로 생각 바뀌는 학생들
ACE사업 일환 ‘SRP’ 학생들 높은 호응 성과 

대구가톨릭대는 LINC사업을 통해 참여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학생들이 기업 수요를 반영해 조사하고 실제 개선안을 내는 과정이 핵심이다.

이유가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ACE사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스튜던트 리서치 프로그램(SRP)’을 정규과목으로 운영했다. 수업 결과 학부 학생들이 학술지에 논문 22편을 게재하는 실적을 거뒀다. 이전까지는 생각도 못했던 결과였다. 성과를 확인한 만큼 LINC사업을 통해서도 캡스톤 디자인 형식의 유사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SRP는 기업체 수요와 애로사항, 업계 현안을 직접 들어 수강 학생들에게 개선 기획서 제출을 요구했다. 예를 들어 식품회사와 연계된 프로그램일 경우 어떤 타입의 기능성 식품을 개발할지, 소재는 무엇이 좋을지, 업계 트렌드인 블랙 푸드를 활용할지 등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대안을 내놓도록 주문한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던 학생들도 교육과정에서 흥미를 느끼고 대학원에 진학해 관련 연구원을 목표로 공부하는 경우도 생겼다. 기업체와 연계된 과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라 취업에도 도움이 돼 학생들의 호응 역시 기존 강의식 수업보다 월등히 높다.

대구가톨릭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기업체 사람들과 직접 만나니 현장이 자신의 막연한 생각과 다르다는 깨달음을 얻곤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취직이 안 되더라도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던 학생이 방향을 잡기도 했다”며 “취업 뿐 아니라 교육효과도 커 LINC사업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산학협력 최종목표는 학생취업”
[인터뷰]이신호 특임부총장(외식식품산업학부 교수)

- LINC사업 방향을 어떻게 설정했나.
“궁극적으로는 산학협력도 학생교육과 연계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산중사업 같은 경우는 기업과의 연계에 방점을 찍었지만 우리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인력양성에 포커스를 맞췄다. 대학 입장에서 산학협력의 최종 목표는 학생들의 취업 아닌가. 인성교육부터 시작해 기술교육까지 접목시켜 취업을 잘되게 하는 게 목표다. 마침 ACE사업에 선정돼 교육과정을 운영해오던 터라 인재 양성 중심의 산학협력이라는 내용을 구상, 추진하는 게 수월했다.”

- 독특한 사업 방향으로 보여진다.
“결국 산학협력은 취업을 위한 도구이고, LINC사업도 일자리 창출의 한 방편이라 본다. 물론 대학 입장에서만 이득을 취하고 끝나지 않고 그 성과가 기업 활성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기존 산학협력과 조금 다르다고 볼 수도 있지만, 포인트가 다를 뿐이고 결과적으로 양측에게 모두 도움이 되지 않겠나.”  

- 수정 사업계획서에서 달라진 부분은 없는지.
“사업 예산이 깎여 콘텐츠를 다소 축소했다. 또한 컨설팅 결과를 수용해 적극적 방향으로 수정했다. 사업 참여 학과를 연차적으로 빠르게 확대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예산은 줄었지만 학교의 대응자금은 변동이 없다. 산학협력단 기능과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취업·창업교육과 산학협력까지 맡으므로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 학교가 완전히 산학협력 중심으로 변화해나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지역산업과는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기존에 의료기기와 IT융복합분야를 생각했는데 그린에너지분야까지 포함했다. 지역산업 활성화와 인력 양성은 별개가 아니다. 산학협력이라고 해서 기업에만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앞으로 교수·학생들의 기업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서로를 잘 알게 되면 신뢰관계에 바탕한 인력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산학협력중점교수가 그 역할을 많이 하지 않겠나. 5년간의 사업기간이 끝나더라도 학교 체질이 바뀌었는데 산학협력중점교수를 없앨 수는 없다. 정부도 그런 의도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LINC사업을 진행하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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