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고삐'로 전분야 통틀어 대상 수상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경남대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정일근 교수) 1기를 수료한 권수진 시인(철학과 졸업, 사진)이 한국영농신문사가 주최한 제8회 한국농촌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1일 경남대에 따르면, 권씨는 시 ‘고삐’로 이번 문학상에서 시를 비롯 시조, 동시, 동화, 소설, 수필 등 전 분야에 걸쳐 한 작품을 뽑아 수여하는 대상을 차지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과 상금100만원을 받게 됐다.

권씨는 경남대 청년작가 아카데미 1기에 재학 중인 지난해 8월 지리산문학제 최치원 신인문학상(계간 ‘천년의 시작’ 신인상 인정) 수상으로 등단해 <미네르바> 등 전국 문예지에서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권씨는 “시인을 꿈꾸던 청년을 ‘시인의 길’을 걷게 하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경남대 청년작가아카데미에 감사를 드린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경남대 청년작가아카데미는 지난 2010년 5월 1일 개원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시 창작에 시인 정일근, 소설창작에 소설가 전경린 등 경남대 출신 동문을 교수로 초빙해 ‘문학이 강한 경남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8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열린다. 다음은 대상을 받은 권씨의 시.

                    고삐

                                          권수진

이 땅에 나약한 짐승으로 태어나서
종신토록 일만하며 살아왔다
순종을 덕목으로 우기는 세상에서
식솔을 거느리는 가장이었으므로
스스로 코청에다 구멍을 뚫었다
주인이 쇠줄을 잡아당길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안으로 삼켰다
초원을 마음껏 누비는 자유보다
우직한 남편의 길을 걸어갔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자식들
되새김질하며 묵묵히 쟁기를 잡았다
복종을 미덕으로 강요하는 세상에서
고통의 크기만큼 황폐했던 광야는
점차 기름진 땅으로 바뀌어갔다
다만 자상한 아버지이기를 포기했을 뿐
박봉을 쪼개가며 악착같이 살았던
아내의 야윈 손이 거칠어졌을 뿐
무럭무럭 자라나는 어린 자식들에게는
코뚜레에 족쇄를 채우고 싶지 않았다
가끔씩 구멍 뚫린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아버지도 고삐를 풀고 음머어- 음머어-
목 놓아 울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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