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산학관 의료기기클러스터 구축, 기반 ‘탄탄’

LINC 핵심가치 ‘MEDICI’로 현장밀착형 연구인력 양성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강원권 현장밀착형에 선정된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산학협력의 교과서적 사례로 꼽힌다. 과거 군사도시였던 원주가 ‘첨단의료기기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LINC사업의 핵심인 산학협력을 통한 대학의 역량 강화 측면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첨단의료기기 산업 불모지이던 원주시가 확 바뀐 것은 연세대 원주캠퍼스와 원주시, 지역 산업체가 손잡고 십수년간 노력해온 결과다. 1998년 0개이던 지역 의료기기 관련 산업체 수가 2012년 107개까지 늘어났다.

한기수 연세대 원주부총장은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강원도의 산업지형을 변화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해 산학협력의 롤모델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LINC사업 선정을 계기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LINC사업비로 해마다 28억8500만원, 5년 동안 총 144억2500만원을 지원받는다.

 

◆ 1998년부터 ‘전자의료기기’ 분야 육성= 연세대 원주캠퍼스의 특성화 분야인 ‘전자의료기기’의 역사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 내 산업기반이 미약하던 원주시는 연세대 원주캠퍼스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의료기기산업 육성에 나섰다. 원주시가 파트너로 연세대 원주캠퍼스를 주목한 것은 1979년 아시아 최초로 설립된 4년제 의공학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8년 ‘의료기기 창업보육센터’가 문을 열면서부터 인프라가 하나 둘 갖춰졌다. 이어 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료전자기기연구센터(RRC),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의 지역기술혁신센터(TIC) 사업을 통해 의료기기 전문제조기업을 집적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김희중 LINC사업단장(방사선학과 교수)은 “지역에 산업체 기반이 전혀 없어 초기에는 창업을 유도하고, 어느 정도 기반이 조성된 후 외부 업체를 유치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지역 전자의료기기 분야의 눈부신 발전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기준 강원도 전체 전자의료기기 업체 수는 121개로 전국의 4.7%였는데 이 가운데 107개가 원주시에 위치한다. 산업의 규모로 보면 전국 대비 생산 15.6%, 수출은 23.4%를 차지했다.

다만 전자의료기기 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이라 연구개발·디자인·마케팅·경영·국제인증 등 이른바 ‘산업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의 역량과 인력 부족은 약점으로 꼽힌다. 단위학과(주로 의공학과) 위주의 연구중심 산학협력으로 인한 시스템의 유연성 부족도 아쉬운 부분이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이를 산업체 요구에 부응하는 통합지식형 인재양성과 유연한 산학협력시스템 구축으로 해결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 ‘메디치(MEDICI)’로 산학협력 르네상스 선도= 연세대 원주캠퍼스의 LINC사업 핵심비전은 ‘메디치(MEDICI)형 인재양성 및 산학협력시스템’이다. 메디치란 멘토링, 현장중심성, 다학제 간 융합교육, 내실화ㆍ 역량강화, 협력ㆍ동반성장, 혁신성을 조합한 조어다. 르네상스 시대를 연 메디치 가문처럼 지역 산학협력의 르네상스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도 담았다.

LINC사업에는 보건과학대학·정경대학·과학기술대학·인문예술학부에서 총 12개 학과가 참여한다. 한 부총장은 “이전의 산학협력이 주로 의공학과ㆍ방사선학과 등 이공학계열에 집중돼 있었는데 이제는 경영·디자인·패키징·물류 등 전 캠퍼스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산학협력중점교수(이하 산학교수)의 규모도 대폭 늘린다. 최소 15명 이상의 전임 산학교수를 채용하고, 인사제도를 손질해 비전임 산학교수도 추가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산학교수는 사업단 실무책임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창업교육센터·현장실습지원센터·공용장비지원센터·기술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는다. 김 단장은 “그동안 교수의 연구나 특허 출원이 산업 현장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LINC사업을 통해 연구 초기 단계부터 현장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체제 개편 통한 산학협력 내실화 중점=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일찌감치 대학체제 개편을 통한 산학협력의 내실화를 꾀했다. 우선 산학협력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 진행하기 위해 한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LINC추진위원회’를 지난해 6월 출범시켰다. 위원회에는 대학 관계자 뿐 아니라 강원의료기기산업협회 회장, 관련 지자체 국장, 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 등이 참석한다. 위원회 논의를 통해 LINC사업 자율 지표에 ‘경력개발포인트제’·‘창업보육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가시적 성과도 냈다.

원주캠퍼스의 독자적 움직임도 눈에 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가 주관하던 산학협력 기획·진흥 사업을 올 3월부터는 원주캠퍼스 산학협력단이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학생 교육과정 또한 산학협력 친화형으로 개편해 운영한다. 2007년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도입된 창의혁신 모범사례인 '레지덴셜 콜로키아'(RC; Residential Colloquia)를 기존 1학년에서 2학년까지 확대한다. 이에 따라 공동체 교육 중심의 1학년 과정에 이어 2학년 때는 진로 탐색·설계를 위한 멘토교수제가 도입된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RC를 기반으로 3·4학년 때는 실제 기업과 연계한 산학협력교육을 시행해 현재 취업률 64.4%를 더욱 끌어올릴 방침이다.


“메디치형 융합 연계전공으로 현장밀착형 인재 양성”
[인터뷰] 김희중 LINC사업단장(방사선학과 교수)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LINC사업 선정을 기점으로 산학협력의 르네상스에 앞장서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전 단과대학이 산학협력에 발 벗고 나선다. 사업 1차년도에는 총 4개 단과대학, 12개 학과가 참여하지만 최종적으로는 18개 학과가 참여한다. 의공학부와 방사선학과를 주력학과로 해 학내 모든 단과대학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승부수는 ‘메디치형 융합연계전공’ 개설이다. 각 단과대학의 융복합교육을 통해 다변화되는 산업체 수요에 부응한다는 취지다. 신규 개설되는 전공에는 △의료경영(경영·경제·글로벌 행정·의공·방사선) △BT융합(생명과학기술·화학및의화학·임상병리·의공·방사선) △GT융합(환경공학·화학및의화학·의공·방사선) △IT융합(컴퓨터정보통신·패키징·정보통계·경영·의공·방사선)이 있다. 김 단장은 “다양한 학문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창조가 일어나는 ‘메디치 효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산업체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산학밀착형 캡스턴디자인’과 학제 간 교육의 일환으로 ‘융합형 캡스턴디자인’을 운영키로 했다. 현재 의공학과에서만 개설된 캡스턴디자인 과정을 사업단 전체로 확대하고, 6학점을 필수로 지정해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낸다. 김 단장은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귀띔했다.

[박스] 첨단의료기기 산업의 메카 ‘멀티콤플렉스센터’

▲ 첨단의료기기 멀티콤플렉스센터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지난 2003년 캠퍼스 안에 재단법인 첨단의료기기테크노타워를 건립해 의료기기산업 관련 기업지원 창구를 단일화했다. 부지는 원주캠퍼스가, 건물 건립비용은 원주시가 부담했다. 타워 내에는 의료기기 전문창업보육센터와 기업부설연구소가 운영 중이며 디자인실습실ㆍ의료계측실습실ㆍ강의스튜디오 등이 들어섰다. 원주첨단의료기기클러스터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국제인허가 △기술지원 △인력양성 △마케팅지원 산업을 추진해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

여기에 첨단의료기기 멀티콤플렉스센터가 올해 12월 문을 연다. 기업의 수와 규모가 늘어나면서 공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센터는 동화의료기기전용공단ㆍ원주의료기기산업기술단지ㆍ원주기업도시 등 산업집적지 인근에 건립 중이다. 완공 이후엔 첨단의료기기 테크노타워의 기업 수요 기반 장비와 기업 지원 시설이 이곳으로 이전한다.

김 단장은 “교내 인접성이 핵심요소인 장비와 시설은 첨단의료기기 테크노타워에 입주하고 산업현장 인접성이 중요한 장비와 시설은 첨단의료기기 멀티콤플렉스센터로 이전한다. 양측 연계를 통해 수요자인 기업·학생 중심의 산학협력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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