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 장기 현장실습으로 취업률 높여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삼성경제연구원이 지난 2006년 6월 발행한 'CEO Information-지방자치 4기 출범과 자립적 지역발전' 보고서에는 ‘진주 바이오산업 육성 사례’가 수록됐다. 2002년 당시 인구 30여만명에 제조업 비중 10.6%에 불과하던 진주시는 미국 샌디에이고를 모델로 바이오 산업도시로의 활로를 모색했다. 경상남도와 경상대, 진주시가 손잡고 공동으로 250억원을 출자, ‘진주바이오센터 21’을 설립했다. 자치단체의 예산 지원과 경상대의 적극적인 기술지원으로 18개 기업을 유치, 연간 250억원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샌디에이고의 발전 원동력은 주변 대학인 캘리포니아주립대, 하버드대 등 연구중심대학이었다. 마틴 케니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이를 ‘대학산업복합체(University-Industry Complex)’라 표현하기도 했다. 경상대가 추구하는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이하 LINC사업) 방향과도 잘 맞는 이야기다.

■ 선택과 집중 특성화 육성 = 경상대는 LINC사업 기술혁신형 부문에 선정돼 매년 42억7000만원씩 5년 동안 모두 213억5000만원을 지원받는다. LINC사업을 통해 특성화 분야를 육성하고 동남권 선도산업의 기술혁신을 견인하도록 하는 게 주목표다.

 
경상대는 특성화 분야 선정은 ‘선택과 집중’을 기조로 한다. 특성화 분야는 △중점육성분야 △예비육성분야 △미래육성분야로 나뉘는데 지난 2006년 중장기발전계획을 수정해 △기계항공공학분야 △나노·신소재분야 △생명과학분야 등 3개 분야 6개 학과(기계·항공·재료·고분자·환경생명·축산학)를 중점 육성분야로 지정하고 지원체제를 구축했다.

특성화 분야의 하위로 특성화 학과들은 LINC사업에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국가 신성장동력사업, 광역선도사업, 대학 중장기 발전계획을 심의 후 매년마다 학과를 재선정하게 된다.

남상용 LINC사업 부단장은 “대학 자체적으로 특성화 분야를 지원해오고 있으며, 지난 2006년 대학 장기발전계획에 특성화 분야에 대한 지원체제를 갖추었다”며 “LINC사업을 통해 특성화 학과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LINC사업에서는 전임교수를 우선 배정하는 한편, BNIT 산학협력관·항공우주공학관 신축 준공 시 공간도 우선 내어줄 계획이다. 특성화 교원의 산학협력 실적을 점수화해 차등 지원한다. 이 밖에 특성화 기자재 구입비 지원, 기업연계트랙, 기술개발 컨소시엄 과제, Co-op 연구실, 중소기업형 계약학과, 융복합 연계전공 운영 등 핵심사업을 통해 특성화 분야를 육성할 계획이다.

■ 장기현장실습 대폭 늘린다 = 경상대는 우수한 인력, 취업에 강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LINC사업에서 15주(한 학기) 장기현장실습 비중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24개 학과가 현장실습 과목을 개설해 연간 365명의 경상대 학생이 현장실습에 참여했는데, 현장실습 기간별로는 4주짜리 단기 현장실습이 70.4%로 가장 많았다. 장기 현장실습(교과부 기준 12주 이상) 비율은 14.2%에 불과했다.

이들에 대한 통계를 낸 결과, 4주 이상 단기 현장실습의 동일기업 취업 연계비율은 7.3%에 그쳤지만 장기 현장실습은 42.5%나 됐다. 이에 따라 LINC사업에서는 현장실습 참여 학생을 2017년 7개 단과대학 140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 중 장기현장실습을 300명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LINC 현장실습지원센터’를 마련한다. 현장실습지원센터는 현장실습을 수행하기 위한 수요조사, 학생 및 참여기업 선정, 현장실습 실시, 평가, 만족도 조사 등의 과정을 총괄 운영하며 통합 현장실습 관리·운영체계를 확립한다.

이정규 산학협력단장은 “장기 현장실습을 늘리기 위해 자율성과지표에 ‘장기 현장실습 참여 학생 수’를 넣어놨다”며 “대학원생들도 현장실습을 보내 산학협력형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창업교육과 취업지원에 주력할 것”

[인터뷰]이정규 산학협력단장(축산학과 교수)

이정규 산학협력단장은 “교과부가 요구하는 산학협력단 조직은 이미 갖췄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3년 동안 2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이하 산중사업)에서 거둔 성과다.

“각종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일, 나아가 관리 매뉴얼 역시 철저히 갖췄습니다.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문제가 됐던 부분들은 사전에 걸러낼 수가 있었어요. 앞으로 5년 동안 LINC사업을 어떻게 해야겠구나 하는 것을 대학 전체가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경상대의 강점인 특성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박차를 가해 동남권 산학협력에서 두각을 보일 일만 남았다. 이와 관련, ‘특성화에서 배제된 학과의 참여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연차별로 단과대학 단위로 LINC사업을 추진하도록 이미 설계가 됐기 때문이다.

“LINC사업은 학과 베이스로 진행해선 안 됩니다. 교수업적 평가나 승진 심사, 교수 처우에 대한 규정을 바꾸는 일은 대학 전체를 변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죠. 같은 단과대학 내에서 어느 학과는 참여하고 어느 학과는 참여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끌고 갈 수가 없어요. 경상대는 4개 단과대학으로 시작해 연차별로 대학 전체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특성화 분야 육성과 함께 사업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그동안 미흡했던 창업교육과 취업지원이다. 이 단장은 “산학협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학생”이라고 강조했다. 학생 취업만 잘되면 나머지 부가적인 것들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이야기다.

“경상대는 진주지역에 머물지 않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으로 나갈 예정입니다. 이들 동남권 기업 취업비율이 현재 60%인데, 무작정 비율을 늘리기보다 현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애쓸 예정입니다.”

이 단장은 현장으로 직접 투입되기 어려운 비이공계 학생을 위해 LINC사업에서 이들 단과대학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법대 학생은 법원이나 검찰청, 변호사 사무실 등으로 보내 현장실습을 경험케 한다는 뜻이다.

“현장실습이라고 무조건 공장 같은 곳에 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경상대만의 특성화 프로그램을 만들 테니 지켜보세요.”


“장기 현장실습, 취업으로 연결”

[인터뷰]노루홀딩스 취업한 졸업생 정상구씨

“장기 현장실습을 확대해야 합니다. 취업이 어려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장기 현장실습은 취업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올해 2월 경상대를 졸업한 정상구씨(고분자공학과 03학번)는 장기 현장실습 강점으로 ‘취업’을 꼽았다. 정씨는 지난해 1학기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노루페인트 지주회사인 ‘노루홀딩스’에서 한 학기(15주) 동안 장기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연말에 취업까지 했다.

“교수님께서 노루홀딩스의 연구 파트로 장기 현장실습을 추천해주셨어요. 취업도 어려운 데다가 제가 원하는 분야이기도 해 열심히 배우면서 일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일해보니 대학에서 배운 것과 아주 다르더라고요.”

정씨는 노루홀딩스에서 수지·합성 분야를 연구했다. 직장 선배가 정씨의 사수가 돼 정씨를 꼼꼼하게 가르쳤다. 배우는 틈틈이 대학과 연락을 했다. 직장생활의 어려움이라든가, 현장에서도 잘 모르는 것은 학과 교수님을 만나 해결했다.

“교수님이 조언을 많이 해줘 큰 도움이 됐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지난해 3월 2일부터 6월 말까지 한 학기를 현장에서 배웠는데 회사도 마음에 들었고, 이곳이라면 일도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방학부터는 인턴으로 고용됐고, 4학년 2학기에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학점을 보충했다. 지난해 11월 입사시험을 거쳐 12월에 연구원으로 정식 취업했다.

“단기 현장실습을 나가면 회사는 ‘한 달 배우고 나갈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업무를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하더군요. 반대로 장기 현장실습은 ‘취업’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정식 사원처럼 생각합니다. 장기 현장실습으로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배울 점이 많아 좋은 것 같습니다. 경상대처럼 다른 대학도 장기 현장실습을 늘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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