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중 대전·충청지역 입학처장협의회 회장(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교수)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고등교육은 양적으로는 급속히 팽창해 왔다. 그러나 세계 여러 국가경쟁력 평가 기구의 한국대학 교육에 대한 경쟁력 진단은 OECD를 포함한 비교대상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교육수요자들의 한국대학 교육에 대한 선호도와 만족도 역시 낮다.

잭 웰치(전 GE사장)는 대학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고 미래사회에 걸맞은 핵심적인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대학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재능을 갖춘 인재를 제대로 교육해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각 대학은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교협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 선택 시 중요한 요인은 1위 수험생, 3위 부모․형제, 4위 교사의 순으로 나타났다. 1위와 3위, 4위는 상호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수험생이 대학선택에 있어서 교사와 학부모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의미다. 대학 선택 시 중요한 요인 2위는 책자와 광고였다. 이는 수험생들이 각 대학이 발간하는 학교안내서 또는 학과안내서, 그리고 입시설명회 등을 통해서 입시정보를 얻게 됨을 방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와 같이 다분히 획일적인 입시방법 아래에서는 수험생이 올바른 정보를 취득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 각 대학의 입학관련부서에는 온갖 수험공부를 다 마치고 밤12시가 되어서야 귀가한 학생들의 입시문의가 접수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기에 각 대학은 인쇄매체를 통해 자기대학의 특성을 올바로 알리고 우수한 수험생을 선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교육과학기술부)는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막론하고 대학을 온갖 입시비리의 온상으로 보고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위한 노력(?)을 철저히 수행하고 있다. 일례로 각 대학의 형편에 따라 책정한 전형료를 낮추기 위해 온갖 제재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그리고 수도권대학과 지역대학이다. 물론 수도권대학 내에서도 천차만별의 환경을 가지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렇듯 각기 다른 환경적 요인을 무시하고 입시전형료를 무조건 낮추라든가, 여러 대학의 공동입시설명회는 입시경비를 지출해도 괜찮지만 단독대학의 입시설명회는 지출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적 모순, 입학사정관제는 공동이든 단독이든 상관없다는 견해는 상식을 뛰어 넘는 발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약화되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무리한 간섭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 가하고 있는 각종 제재를 철폐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못하고 있는 대학을 봐주자는 얘기는 아니다. 법과 제도가 없어서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사실 입시와 관련된 비리의 대부분은 소위 명문대학이라 일컫는 몇몇 대학의 일이라 할 것이다. 서열화 된 사회에서 서열화 된 대학이 존재하고 서열화 된 부모가 저지르는 온갖 입시비리를 왜 지역대학들이 고스란히 떠맡아야 하는가?

우리가 소위 명문대라고 부르는 대학을 제외하고 각 대학 입시관련부서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이다. 입시경쟁률이다. 따라서 모든 대학은 이를 올리기기 위해 때론 다소 무리한 전략도 기획할 수밖에 없다.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고등교육의 장기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지 못하고 대학의 숫자를 무리하게 늘린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물론 근대화의 과정에서 필연이었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정부는 이를 인식하고 입학자원의 감소가 불 보듯 뻔 한 가운데 각종 입시정책을 내 놓고 급기야는 2013학년도부터는 수시지원 횟수까지 강제해야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고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여 볼 때, 이제 대학은 말만 고등교육기관이지 실제로는 보편화교육기관이고 대중교육기관이 된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대학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자율성과 책무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고통을 경감하려는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국공립대학과는 달리 예산편성의 탄력성이 있는 사립대학들은 입시전형료에 의한 입시관련경비를 교비에 의한 예산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국공립대학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홍보를 유발하는 예산편성을 자제함으로써 사립대학과 수험생 유치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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