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최초 사회봉사단 설립·동문 봉사단 ‘함께한대’ 출범…봉사 학점제 운영

 
[한국대학신문 송아영 기자] “사랑은 인간 삶의 가치 중 으뜸 되는 가치입니다.”

임덕호 한양대 총장이 학생들에게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사랑의 실천’은 한양대의 건학이념이다. 한양대는 사랑과 나눔의 철학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어느 곳에 가든 진정한 ‘사랑의 실천자’로서 따뜻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길 바란다”는 임 총장의 말처럼 한양대는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1994년 국내 대학 최초로 사회봉사단을 설립했다. ‘사회봉사’를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고 2009학년도 신입생부터 이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수 사회봉사단 부단장은 “사회봉사를 학점제로 시행할 때 강제성을 띠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봉사 자체가 의미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강제라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의무화했다”며 “우리 대학은 태생부터 ‘사랑의 실천’을 강조했고 그것이 봉사학점제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회봉사 친화형’ 대학 구조 = 한양대 사회봉사단의 특징은 사회봉사 전담기구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한양대 사회봉사단은 부처 소속으로 운영되는 타 대학들과 달리 독립부서로서 존재한다. 권오경 교학부총장이 단장을 맡고 있고 실무를 총괄하는 김정수 부단장을 비롯해 전담인력만 4명이 배치돼 있다.

한양대의 사회봉사 의지는 예산 배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양대는 올해 등록금을 2% 인하하면서 부처별 예산을 축소했다. 그러나 사회봉사단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김 부단장은 “한양대는 사회봉사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며 “현 이사장인 김종량 전 총장님이 총장으로서의 마지막 업무조정 시 후임 총장에게 사회봉사를 중하게 여기길 당부했고, 동문 봉사단 ‘함께한대’ 출범 아이디어는 임덕호 총장님이 제공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양대가 올해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사회봉사에 대한 지원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양대는 ACE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약 25억원을 지원받는데, 이 중 4억7000만원을 사회봉사활동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70일간의 헌혈 나눔…봉사문화 확산 = 한양대는 18년의 사회봉사단 역사만큼 눈에 띄는 성과도 많다. 개교 70주년에는 대한적십자와 함께 릴레이 헌혈 대장정 ‘70일의 기적’을 진행했다. 70일 동안 진행된 헌혈 대장정은 5831명의 헌혈자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이로써 한양대는 △70일 최다 헌혈 △1일 최다헌혈(769명) △동시 최다헌혈(120명) 등 3개 부분에서 한국 헌혈 기네스 기록으로 인정받았다.

 
‘유니세프(UNICEF)와 함께하는 생명 살리기 프로젝트’도 헌혈 캠페인과 함께 한양대 개교 70주년 사랑 나눔의 대표 프로젝트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으로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모금운동 △생명 살리기 ‘한 끼 체험하기’ △동문연예인 점심경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양대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캠퍼스 곳곳에 잔돈 모금함을 설치해 잔돈 모으기 운동을 벌였으며, 유니세프를 통해 빈곤국가 아동을 돕는 정기 후원자도 모집했다. 이를 통해 총 1131만5280원의 성금이 모금됐으며, 71건의 유니세프 정기후원 신청이 이뤄졌다.

이 외에도 한양대는 △하계방학을 이용, 문화 소외지역 학습캠프 진행 △하계·동계 방학 해외봉사 파견(연 200여명, 30여개 국가) △성동한양영재스쿨 운영(저소득층 학생 위한 교수들의 지식 나눔) △캠퍼스 나눔 도전(지적장애인 취업훈련 노방카페)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활동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 동문도 ‘함께한대’ = 한양대는 올해 개교 73주년을 맞아 동문이 주축이 된 ‘동문 사회봉사단 함께한대’(이하 함께한대)를 지난 15일 출범했다. ‘함께한대’는 ‘함께’라는 단어에 한양대의 약칭 ‘한대’를 합친 이름이다.
함께한대는 지난 1994년 국내 대학 최초로 재학생 사회봉사단을 설립한 데 이어 졸업 후에도 봉사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출범됐다. 이들은 다양한 재능기부 형태의 봉사를 펼칠 예정이다.

함께한대는 사회봉사단 창립 이래 18년간 배출된 500여명의 OB학생팀장과 30~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10개의 교내 봉사단 동아리 출신 동문 1000여명을 핵심 단원으로 출범했다. 첫 사업으로 6월 24일 필리핀 테르나테 지역의 해외봉사단 파견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필리핀에서 의료·건축·IT·교육 등 각 분야에 걸쳐 2주간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게 된다.

임덕호 총장은 “함께한대의 출범은 사회봉사의 소중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국내외 각계각층의 많은 동문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봉사문화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정수 사회봉사단 부단장
[인터뷰] “강제성 띄더라도 봉사는 좋은 것”
김정수 사회봉사단 부단장(행정학과 교수)

김정수 사회봉사단 부단장은 “봉사를 학점제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봉사이기 때문에 강제성을 띠더라도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양대는 ‘사랑의 실천’이라는 건학이념의 영향으로 사회봉사가 학내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김정수 부단장은 “한양대는 유행처럼 봉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학교를 처음 세울 때부터 ‘사랑의 실천’을 강조했고, 이를 몸으로 실천하자고 해서 사회봉사단을 설립했다. 최근엔 ‘함께한대’라는 동문 봉사단까지 출범시키는 등 포괄적인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사회봉사단의 강점 중 하나는 봉사단의 독립적 운영이다. 특히 서울캠퍼스와 에리카캠퍼스는 각각의 사회봉사단을 운영, 지역별 특성에 맞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두 개의 캠퍼스에서 별도 사회봉사단을 운영하는 것은 그 지역(사정)에 맞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봉사활동을 실시하기 위해서다. 에리카캠퍼스의 경우 안산 특성에 맞는 봉사활동이 필요하고, 서울캠퍼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평소에는 별도로 운영되더라도 협력이 필요한 경우엔 같이 활동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여름방학을 이용한 해외봉사 프로그램과 연탄봉사다.”

지난해 8월부터 사회봉사역량 지표가 정보공시 사항에 포함된 데 대해 김 부단장은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가 봉사를 평가지표에 포함시킨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지식탐구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봉사 역할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에게 지식만 강조할 게 아니라 타인과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머리만 커진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선 봉사는 어떤 식으로는 같이 가야 한다.”

무늬만 봉사, 양적 성장에만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김 부단장은 “타당한 우려라고 본다”며 “그럼에도 양적 성장, 무늬만 시작이라도 좋다. 어떻게 시작하더라도 봉사를 직접 해보면 달라진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봉사활동도 이젠 전문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봉사가 사회적으로 확산된 만큼 이젠 봉사 프로그램도 다양화·전문화돼야 한다. 대학 특성화와 맞게 특화시킬 필요도 있다. 대학 내에서도 학생들 전공에 따라 전문화된 봉사가 이뤄져야 한다. 대학에서도 전공지식을 가르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 부가 가치가 높은 봉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 유지원씨
[인터뷰] “일단 해보세요. 그냥 좋다는 말밖엔…”
유지원 사회봉사단 학생봉사팀장(신문방송학과 3)

한양대 사회봉사단 학생봉사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지원씨를 만났다. 유씨는 “졸업하기 위해 봉사학점을 이수하면서 처음 봉사를 접하게 됐는데, 그 다음 학기에도 자연스럽게 수강신청을 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러다 사회봉사단 학생봉사팀장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한양대 사회봉사단에서는 봉사활동기관과 학생을 연계해 관리할 수 있는 학생대표로 학생봉사팀장 제도를 운영한다. 학생들이 봉사하며 어려운 점이나 봉사기관과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때 학생봉사팀장들이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유씨는 “학생봉사팀장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봉사 프로그램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어 좋지만 일반 학생들보다 개인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팀장으로서 의무적으로 참여할 일이 많다”며 “부담도 되지만 팀원들과 만나서 봉사활동에 대해 논의하고 계획하는 과정에서 봉사에 대한 애착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고 귀띔했다.

한양대 사회봉사단은 봉사활동에 필요한 교재나 도구 등도 직접 만든다. 해외 교육봉사에 필요한 한국어 교재 등은 시판되는 교재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꼼꼼하게 잘 만들어졌다.

“학생들은 보통 해외봉사를 떠나기 4개월 전부터 준비를 한다. 한국어 교재를 만들 때는 직접 외국인 학생을 초빙해 교재 수준을 체크하기도 한다.”

유씨는 동문 봉사단 함께한대를 보면서 미래 자신의 모습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문들이 졸업 후에도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은 몸으로 뛰지만 졸업 후에는 재정적 지원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봉사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봉사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다. 봉사활동을 주저하는 학생이 있다면 두려워하는 시간을 봉사에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달라지는 자신을 봤을 때 봉사의 매력에 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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