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시행 눈앞 대학 저작권문제 어떻게 되나

저작권자-대학 인식차 커 “못 미룬다” vs “더 낮춰달라”

[한국대학신문 김봉구 기자] 대학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제도(이하 보상금제도)가 본격시행을 앞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그간 보상금 액수를 놓고 논란이 일었으나 문화체육관광부가 4월 27일 보상금 기준을 개정해 고시했다. 개정고시 후 한 달여, 제도 시행은 코앞인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권리자와 이용자의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은 대학가 핫이슈로 떠오른 보상금제도의 협의 경과와 진행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앞으로 대학 일선에서 시행되는 방향과 내용에 대해 3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보상금제도는 저작권자에게 사전 허락을 구하지 않고 저작물을 수업에 자유롭게 이용하고, 사후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저작권 강화 추세에 따라 권리자에게 창작의 대가를 주고, 이용자인 대학은 저작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미 2006년 개정된 저작권법 25조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됐다. 지난해 구체적 보상금 기준을 고시했으나 보상금액이 너무 크다는 대학 측 건의사항을 일부 수용해 지난달 개정 고시했다. 곧이어 개별 대학과 보상금 수령단체의 약정 체결 절차가 진행된다.

■ 약정체결 목전 대학 일선은 깜깜 = 대학들은 비영리의 공익적 대학교육에 대한 보상금 징수는 유예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상금을 내더라도 현행 금액은 많다는 입장이다. 반면 저작권자들은 수년간의 기다림과 논의 끝에 개정고시 된 만큼 더 이상 제도 시행이 미뤄지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보상금제도 자체가 이용자인 대학 입장의 편의를 위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제한한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문제는 대학들이 아직도 보상금제도를 잘 모른다는 데 있다. 대학들은 6월 말까지 보상금 수령단체인 한국복사전송권협회(이하 복전협)와 저작물 이용방식을 택해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일선 대학에서는 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실정이다.

보상금제도 도입·시행에 관한 대학의 주무부서는 교무처다. 그러나 실무 책임자인 각 대학 교무처장들마저 진행 상황을 파악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박광국 전국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교무처장협) 회장은 “교무처장들에게 제도의 세부 내용에 대한 찬반을 묻기 전에 문광부가 개정 고시한 금액, 대학들의 대표 격으로 협상에 임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대교협)가 제시한 금액을 우선 설명해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문광부와 복전협이 대교협 등과 함께 4년 넘게 대학·사이버대 대상 공청회와 워크숍, 대학 수업·학적 담당자 대상 설명회 등을 열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던 셈. 문광부, 대교협, 교무처장협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실무자 협의체도 꾸려 논의했으나 일선 대학들에는 논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 <표>개정 고시된 보상금 기준

■ 수차례 협의 원점 되돌려야 하나 = 개정된 고시에 따르면 보상금제도는 종량방식과 포괄산정방식으로 나뉘며 포괄산정방식으로 납부할 경우 학생 1인당 대학이 납부하는 연간 금액은 일반대학 3132원, 전문대학 2840원, 원격대학(사이버대) 2684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4월 고시 당시 연구용역을 의뢰해 산정된 4474원에서 일반대는 30%, 원격대는 40% 하향 조정된 금액이다. 대학 부담을 덜어주고 보상금제도 안착 유도를 위해 연차별 조정계수를 적용, 올해는 기준금액의 60%만 부담토록 했다. 따라서 2011년에는 일반대는 학생 1인당 1879원, 전문대는 1704원, 원격대는 1610원을 납부하면 된다.<표 참조>

이처럼 개정고시에는 구체적 금액 수준이 명시됐다. 보상금제도 자체의 필요성이나 도입의 당위성이 전제됐다는 의미다. 문광부 측은 “보상금 수준까지 100% 합의되지는 않았지만 대학 측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 금액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모양새다. 대학 교수 5만 8천여명이 ‘수업목적 저작물 무료이용 동의서’를 제출한 게 대표적이다. 저작권자인 교수들이 무료이용에 동의한 이상 보상금제도를 유예하거나 금액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학생 1인당 3000원대, 재학생 수를 1만명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3천만원이 필요하다. 등록금 인하 여파로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 입장에서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권리자와 이용자 간 시각차가 심한 대목이다. 문광부가 개정 고시하기까지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고 어느 정도 양측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다시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 저작권단체 관계자는 “저작권법 조항이 마련된 후 5~6년을 참고 기다렸다. 보상금액을 정해 개정 고시까지 한 마당에 다시 걸음마 단계로 돌아가려고 하니 솔직히 지친다”고 했다.

■ “방송은 2만~3만원, 대학은 42원” = 대학들은 보상금제도 시행이 결과적으로 학생들 부담을 키운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대학 교무처장은 “반값 등록금 논란이 그랬듯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면 문제가 더 커진다. 대교협이 연구용역을 의뢰해 연간 학생 1인당 800원(포괄산정방식) 수준을 제시했는데, 문광부가 이를 수용해 좀 더 낮춰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입장은 다르다. 법에 권리가 명시된 만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임학연 경영지원국장은 “대학들이 학생들을 볼모로 저작물을 ‘무단이용’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보상금제도가 없었다면 이미 학교를 상대로 수십 번 소송을 걸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음악 1곡을 사용했을 경우 대학은 42원(종량방식)만 내는 데 비해 방송국은 2만~3만원을 낸다. 대학과 방송국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엄청난 차이”라며 “권리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양보했다고 본다. 개정 고시까지 마친 상황에 대학들이 제도 자체를 유예하자거나 금액을 낮춰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들이 저작권에 관한 긴 호흡과 너른 시각을 가질 것도 주문했다. 임 국장은 “대학생들은 1차적으로 저작물의 이용자지만 동시에 미래의 창작자이기도 하다”며 “당장 보상금제도가 재정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 투자 차원에서 학생들의 창작 환경을 마련하는 의미도 있음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보상금제도 오해와 의문점 무엇이 있나
종량·포괄방식 중 자율선택, 기간내 결정 않으면 임의지정

보상금제도 고시에 따른 대학들의 현실적 의문점을 문광부 문의·자료 참고를 통해 답해봤다. 대학들은 다음 달 말까지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해 약정을 체결해야 하며, 대학 측이 제기한 보상금액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하 요인이 이미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 대학이 약정 체결을 하지 않으면 제도 시행이 유예되는 것 아닌가.
제도 시행은 유예되지 않는다. 문광부가 개정 고시함에 따라 대학들은 보상금 수령단체인 복전협과 종량·포괄산정방식 중 하나를 택해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5월 말에서 6월 초에 걸쳐 약정 체결에 관한 안내 공문이 개별 대학에 발송되며 정해진 기간(6월 30일)까지 약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두 가지 방식 중 임의로 지정돼 보상금이 부과된다. 대학이 납부방식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복전협이 문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결정하게 된다. 또한 계속 약정 체결을 거부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저작물 이용 관련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 교수들이 저작물 무료이용에 동의한 경우 보상금을 안 내도 되나.
문광부가 법무법인에 자문한 결과 “교수들의 저작물 무료이용 동의서는 무료이용 대상 저작물과 이용 범위, 권리이전 여부 등이 명시되지 않아 보상금액 산출에 직접 참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며, 이를 위해 보상금 기준에서 정한 서식에 따라 동의서를 저작권자단체인 복전협에 제출하면 보상금 산정·배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 해외에서 인정되는 ‘공정이용(fair use)’ 부분이 보상금 산출에서 제외돼야 한다.
문광부 개정 고시에서는 공정이용에 해당하는 ‘저작물 1% 미만 이내, 음악·영상 저작물 5%(최대 30초) 이내’의 소량이용을 보상금 산출에서 제외했다. 해외에서 무료사용을 인정하는 공정이용은 비영리·교육적 이용에 적용되지만 원칙적으로 개별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 수업목적으로 활용할 경우에도 한정된 범위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공정이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특정 저작물을 제작하거나 기존 저작물을 교체·대체하기 위한 복제, 저작물 구매를 대체하는 복제, 같은 자료의 반복 복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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