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시행 눈앞 대학 저작권문제 어떻게 되나

문광부-대교협 다른 목소리, 일선대학 갈팡질팡
최종결정은 개별대학 몫, 6월 말까지 약정 체결

[한국대학신문 김봉구·홍여진 기자] 시행을 눈앞에 둔 대학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제도(이하 보상금제도)의 논란이 여전한 것은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비롯한 대학 협의체는 대학 측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권리자와 이용자 양측이 합의해 광범위한 표본조사를 거쳐 보다 합리적인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학 측이 문제제기한 내용은 이미 개정고시에 반영됐다고 반박한다.

문광부는 2006년 저작권법 개정 이후 이용자인 대학 측에 제도를 줄기차게 설명해왔다는 입장이다. 수년 전부터 보상금제도 시행에 관한 각종 공청회·설명회·워크숍 개최와 연구용역까지 시행한 이상 더 미룰 수 없다는 얘기다. 대학 협의체는 지난해 문광부가 보상금 수준을 고시한 뒤에 본격적 의견 개진에 나섰으나 정작 당사자인 일선 대학들은 아직도 제도가 생소하다. 대학 협의체는 대학들을 위해 앞장서 보상금제도 개선 또는 유예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개별 대학은 제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장에서 저작물 사용을 놓고 대학과 학생들이 혼선을 빚는 이유다.

■ 대학 측 “광범위한 조사로 합리적 기준 마련해야” = 대학 협의체들은 수업목적 저작물 보상금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려 공동대응에 나섰다. 비대위는 대학과 문광부를 포함한 권리자·이용자 양측의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광부와 보상금 수령단체인 한국복사전송권협회(이하 복전협)가 실시한 50개 대학에 대한 실태조사의 표본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보다 많은 해외사례를 참고하고, 보상금에서 무료이용·공정이용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형규 비대위원장(한양대 교무처장)은 “보상금제도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도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합리적 대가 산출이 선행돼야 한다”며 “문광부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실태조사도 했다고 하지만 대학 입장은 다르다. 문광부와 대교협이 각각 위탁한 연구·조사 결과를 비교, 검토해 대학의 불만이 없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문광부가 개정고시에서 보상금액을 낮췄다. 대학이 불만을 제기해 감해줬다고 하는데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문광부가 대학들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밀어붙이면 입법 개정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만약 복전협이 개별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대교협을 비롯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원격대학협의회 등이 힘을 합쳐 대응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 보상금제도 협의경과 살펴보니… ‘객관성’ 쟁점 = 문광부 입장은 정반대다. 이미 양측이 참여한 연구를 진행했고, 대학 측이 제기한 무료이용·공정이용 부분을 충분히 수용해 보상금액을 낮췄다는 것이다. 또한 무료이용에 대한 부분은 개정고시에서 양식을 신설했고, 향후 신청을 통해 보상금 산정에서 제외할 수 있게 해 대학들의 입장을 수렴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말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때문에 그간의 협의 경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광부는 올해 1월 대학 협의체에 개정고시 의견조회를 받았다. 대교협은 정상조 서울대 교수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보상금제도 유예와 금액기준 하락(기존고시 금액 20% 미만) 등을 골자로 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교협과 비대위는 2월에 각 대학에 복전협과의 약정 체결을 지양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어 3월에도 문광부에 보상금 산출근거가 문제가 있고 저작물 무료이용 동의서 반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제도 보완 요청을 해왔다.

이에 문광부는 보상금액 기준을 조정하되 보상금제도의 유예나 금액의 대폭 하락은 수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대학 협의체는 4월에도 양측이 합의하는 보상금 기준 마련과 공정이용 인정, 무료이용 동의서 반영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이후 문광부는 추가 회신 없이 4월 27일 개정 고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광부 측은 “올해만 대교협 요구사항에 대해 4번에 걸쳐 반영 여부를 회신했으며 대교협 회장과 문광부 장관 면담을 비롯, 5회에 걸쳐 협의를 진행하며 대교협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양측 주장의 객관성 확보 여부다. 대학 협의체는 문광부의 50개 대학에 대한 실태조사가 표본이 적으므로 광범위하고 합리적인 연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문광부와 복전협은 이러한 대학 협의체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대교협과 비대위가 근거로 삼은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는 아예 조사 표본 자체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기존고시 금액의 20% 미만이 적정하다는 내용 또한 구체적 산정근거가 부족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헤매는 일선대학, 시행목전 제도 정확한 이해부터 = 문제는 일련의 과정에서 정작 일선 대학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데 있다. 당장 6월까지 개정 고시된 종량·포괄방식 중 택일해 복전협과 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대학 협의체가 보상금제도 시행에 반대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수업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교수들은 저작권법 저촉 여부를 문의해오고, 학생들에게 직접 복사하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해프닝도 발생하고 있다.

복전협은 이미 5월 말 개별 대학에 보상금제도 시행과 약정 체결을 안내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제도 시행이 임박하자 대학들은 복전협에 제도의 세부사항과 약정 체결방법 등을 문의해오고 있다. 이들은 “약정은 개별 대학과 체결하지 않느냐. 대학 협의체의 제도 반대 입장과는 별개로 일선 대학들은 내용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며 “제도 시행이 코앞인데 손 놓고 있을 수만 없는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일선 대학과 학생들이 우선 고려돼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학 입장에서도 보상금제도에 대한 찬반을 떠나 개정고시의 세부 내용부터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개정고시에서는 무료이용에 대해 2개월 이내에 보상금 청구권 포기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했지만, 절반 이상 지난 시점에도 무료이용 동의 신청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로 가면 교수 5만 8천여명의 무료이용 동의는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문광부·복전협과 대교협·비대위는 제도 내용과 이에 대한 의견을 정확히 제시하고, 궁극적으로는 개별 대학이 판단해야 할 문제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형규 비대위원장은 “개별 대학이 약정을 체결한다면 반대할 명분이나 이유는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강압적으로 대학과 약정을 체결하거나 소송을 걸어온다면 공동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단 소송 당사자는 개별 대학으로 대학 협의체는 직접적 소송 권한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상금제도 시행 일정은…
6월 약정체결, 7월 금액청구, 8월 보상금 납부

개별 대학은 보상금제도(포괄방식 기준) 시행에 대해 복전협과 6월 30일까지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7월 31일 금액이 확정돼 청구되며, 이때까지 대학이 납부방식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복전협이 문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종량·포괄방식 중 임의로 결정하게 된다. 이어 8월 31일까지 2011년도 보상금(조정계수 적용, 일반대학 기준 학생 1인당 1879원)을 납부해야 한다. 저작물 이용량에 따라 부과되는 종량방식을 택했을 경우에도 큰 틀은 동일하게 진행되며 저작물 산정장치 확인, 이용내역 제출 절차가 더해진다.<표 참조>

종량방식은 대학이 제출하는 이용내역서와 이용량에 기초해 보상금을 산정하며 포괄방식은 재학생 수를 기준으로 보상금을 부과한다. 종량방식을 선택할 경우 저작물 이용내역 제출 의무가 있으며 기한 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포괄방식으로 산정된 보상금이 부과된다. 약정은 온라인 계약페이지(www.clms.or.kr) 또는 오프라인 약정서(관련 서류양식 참조 www.krtra.or.kr)를 통해 진행된다. 분교가 있는 대학의 경우 본교에서 일괄지급할지, 각각 지급할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

▲ <표>보상금제도 운영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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