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논설위원/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

민주통합당은 19대 국회 임기 첫날인 5월 30일에 민생 공약 8대 의제와 19개 민생 법안을 소속 의원 127명 전원이 서명해 1차 당론 발의했다. 그 중에 첫 번째 법안이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이다. 작년 이후 국가적 의제로 부각된 반값등록금 문제에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돼 그나마 다행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은 지난 2000년 이후 교육계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오랜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부금 형태의 고등교육재원 확보 방안은 재정배분에 있어서 특정세입과 세출을 연계해 칸막이를 만드는 경우 재정배분의 비효율성이 초래되고, 마땅한 재원조달 계획 없이 정부 재정건전성 악화와 국가재정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계에서 반대해 왔다. 그러나 정권에 따라 추진하는 각종 국가시책사업의 비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재정건전성 악화와 국가재정 부담의 우려는 근거 없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대학투자 확대 문제는 투자 우선순위의 문제고, 국가의 교육관에 대한 문제다.

교부금으로 국가가 대학에 지원하면 부실대학을 오히려 살려줘 대학 구조개혁과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이번에 발의한 법안 내용에는 부실·비리대학에게는 교부금의 교부를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교부금으로 고등교육재원을 확보하는 나라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정부에서 지원한 대학투자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는 대학투자에 대한 법적 장치로 강제화시킬 필요가 있는 국가라는 점이다. 한국은 OECD 30개 국가 중 GDP 규모는 9위인 반면에, 대학투자 규모는 22위에 머무르고 있다. ‘2011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9,081로 OECD 평균 $13,717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OECD 평균 교육비의 약 70%밖에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중 공공부문의 투자규모는 2008년 기준 GDP 대비 0.6% 수준으로 OECD 평균인 1%에 크게 못 미치고 있고, 대부분 민간부문(1.9%)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말로만 대학경쟁력을 외치고 있을 뿐, 정작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조건인 대학투자 노력은 매우 부끄러운 수준임을 국제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등교육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은 우선적으로 고등교육투자의 최소수준을 유지하고, 나아가 재정 확보과정에서 국가재정 여건 변화나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는 역기능 요인을 제거해 고등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특히 최근 반값등록금과 관련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으로의 재원 확보야말로 등록금 인하를 위한 근본적 조치라고 판단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한국의 대학등록금은 열악한 국가지원에 의한 대학의 기형적 재정구조가 가져다 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반값등록금 의제가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반값등록금 도입이 대학에 강압적으로 재정 부담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반값등록금의 근본적 취지는 국가의 재정부담 확대에서 출발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은 학생, 대학, 그리고 국가·사회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이며 대학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외 경제여건이 너무도 어려운 상황임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육의 중요성과 고등교육재원 확보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사회적 공감대와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18대 국회에서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바 있었지만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다른 나라에서는 도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포기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국가들을 선도한다는 관점에서 이 법안 제정에 대해 전향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19대 국회에서 교육계의 오랜 바람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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