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업지원부장

짐승들은 ‘약육강식’ 법칙을 따른다. 먹이를 먼저 먹어야 살아남는다. 새를 보라. 알에서 부화해 먹이를 달라고 입을 크게 벌린 새끼에게 더 많은 먹이를 준다. 사람 사는 사회가 이렇다면 어찌 될까. 부와 권력을 가진 자만 살아남고, 힘없고 약한 자들은 모두 도태돼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외 받는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까지 보듬고 가르쳐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배우고 익히는 모든 학생들에게 혜택의 손길이 골고루 미쳐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어 안타깝다. 바로 전문대학이다. 전문대학에 진학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보다 혜택을 적게 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교육기능면에서 크게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으로 구분된다. 일반대학은 연구중심교육을 표방하고 전문대학은 직업교육을 표방하고 있다. 전문대학이 고등교육기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2011년 기준으로 학교 수는 전체 42%, 입학정원은 38.8%, 재학생수는 24.6%다. 그렇지만 정부 재정지원은 교과부 소관 전체 고등교육예산 중 7.0% 정도 밖에 안 된다. 목적성사업비 대비로는 13% 수준에 불과하다.

2010년도 교과부 및 타 부처 재정지원규모를 보면 이런 현상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해진다. 일반대학은 약 5조1000억원(교과부 4조3000억원)이 지원됐지만 전문대학에는 4400억원(교과부 3900억원)밖에 돌아가지 않았다. 일반대학의 경우 1인당 지원이 364만원인 반면, 전문대학은 90만원에 불과하다.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형편을 고려할 때,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은 더 늘어나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문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에 대한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일반대학생에 비해 전문대학생에게 가는 정부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왜 교육역량강화사업비를 줄여야 하나. 사업을 맡고 있는 담당 부서장으로서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전문대학 전체에 끼친 영향 및 효과에 대해 자신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교육역량강화사업을 실시한 결과, 전임교원확보율, 장학금지급률, 교육비환원율, 졸업생취업률 및 재학생 충원율이 개선됐고, 전문대학 교육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게 전문대학가의 지배적 평가다.

전문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은 지역발전위원회가 지난해에 이어 금년도에도 ‘최우수’ 사업으로 선정한 사업이기도 하다. 교과부 13개 사업 중 가장 성과가 우수한 사업으로 당당히 1등을 할 만큼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성과가 좋은 사업의 사업비를 줄이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은 현재 다른 사업들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교과부 지원예산 중 사업을 위한 예산 2710억원 중 전문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 예산은 2340억원에 달한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전문대학의 대표 사업인 만큼, 지원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무성을 가지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다. 교육당국, 그리고 예산당국의 미래를 보는 혜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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