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구조조정 평가 앞두고 대학들 비상 경영

취업률·재학생충원율 핵심지표 올리기 ‘노심초사’
“지방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격해지는 비판론

▲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전북대에서 열린 지역대학발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있다. 사진제공 = 전북대

[한국대학신문 특별취재팀]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을 공개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이다. 이를 대학 구조개혁이 본격화된 시발점으로 삼는다면 올해로 3년차가 된다. 정책시행 3년차를 맞으면서 대학들의 지표가 상승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하위 15%를 벗어날 길 없어 고민하는 대학들이 많다. 또 지금의 대학 구조개혁 방식에 논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13일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재정지원·학자금대출 제한 평가도 충원율·취업률 등 몇몇 핵심지표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평가 반영비율은 재학생 충원율이 30%로 가장 높고, 취업률이 20%로 그 다음이다.

◆ 충원율·취업률 올리기 ‘안간힘’= 대학들은 이들 두 가지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특히 지난해 하위 15%에 포함된 지방대들의 고충은 크다. 박주관 경주대 발전기획처장은 “핵심지표들이 1년 안에 개선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특히 비중이 가장 큰 재학생 충원율은 지방대 입장에선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했다.

재학생 충원율은 지역 학생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를 고려할 때 지방대가 지표를 개선하기 가장 힘든 부분이다. 학령인구 자체가 수도권보다 적고, 학생을 유치해도 편입 등으로 유출되기 때문이다. 취업률도 마찬가지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인력수요가 적고, 채용시장에서도 지방대 출신은 경쟁력이 낮다.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취업률을 조사한 뒤 교수들을 동원해서라도 취업자를 늘리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지난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된 관동대는 지난 6월 1일 기준 집계 취업률 조사를 앞두고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27개 전체 학과별 취업률을 학내 전광판에 공개한 것.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두 달 가까이 진행된 이 ‘이벤트’로 학내 분위기는 술렁였다.

이 대학 관계자는 “교수들로부터 학생 취업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교내 전광판에 자체 조사한 학과별 취업률을 주간 단위로 공개했다”며 “자신이 속한 학과의 취업률이 낮은 교수들의 경우 굴욕감을 가질 수 있어 교수들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노력들로 지난해 하위권 대학에 포함됐던 대학들은 대부분 지표가 상승되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하위 15% 탈출을 자신할 수 없다. 목원대는 최근에 자교 졸업생의 취업률을 자체 조사한 결과 대출제한 대학 절대지표 수준인 51%를 충족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교과부의 공식 통계가 나올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

권경태 홍보과장은 “취업한 뒤에도 그만 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졸업자 중 취업을 했던 학생도 6월1일 기준 취업률 집계가 이뤄지고 있는 요즘, 벌써 직장을 그만둔 학생들이 생기고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로 이 대학의 한 보직교수는 “1~2개월 전에는 취업률이 60%를 넘은 것으로 파악했지만, 며칠 전 최종 집계에선 3%p 정도 빠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안타까워했다.

◆ “사정사정해 건보가입 확인서 받아”= 이 대학 경영전략실 이형주 팀장도 “취업률 자체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취업한 졸업생들에게 사정사정해 직장건보 가입 확인서를 받아냈다”며 “오차를 인정한다고 해도 절대평가 기준은 충족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40.1%의 취업률로 대출제한 대학에 포함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지표 개선 노력을 기울인 결과 취업률은 58%(자체 파악), 재학생충원율은 95%에서 100%, 전임교원확보율은 57.8%에서 63%로 올랐다.

원광대는 지난해 대출제한 대학에 포함된 뒤 학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당초 11개 학과(부)를 폐지키로 했지만, 반발이 심해 폐과 대상을 6개로 줄이는 선에서 구조조정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문화학과와 독일문학언어전공·프랑스문화언어전공·정치외교학 등 6개 학과는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

박춘배 기획조정처장은 “폐과 대상 학과 학생·교수들이 교과부 앞에서 상경 시위를 벌이는 등 갈등이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교수협의회와 하루에도 3~4번 만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 상황을 설명해 (구조조정안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신입생을 줄인다고 해서 재학생충원율이 곧바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박 처장은 “내년에 입학생만 안 뽑을 뿐이지 군 제대 후 복학하는 남학생까지 고려했을 때 큰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재학생충원율은 편제정원을 기준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입학정원을 줄인다고 금방 표가 나는 것은 아니란 의미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하위 15% 대학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는 재정지원·대출 제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다른 대학들의 지표가 상승하면 언제든지 하위권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모든 지방대가 안고 있는 고민인 셈이다. 임종보 배재대 기획처장은 “취업률 제고를 위해 취업·진로지도 교육과정을 개설했다”며 “특히 학과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학과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학생 정원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노력해도 안 되는 걸 어쩌나”= 반면 구조적으로 하위권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대학들도 있다. 이송현 웅지세무대학 기획처장은 “학교 설립목적이 세무 전문가 양성이고, 학생들도 세무공무원이 되기 위해 입학하기 때문에 취업률이 20%로 매우 낮다”며 “졸업 후 세무공무원이 되기 위한 수험 준비기간을 고려하면 2~3년이 소요 된다”고 토로했다.

경남대 하영정 평가감사팀장도 “우리 대학은 입학정원(3300여명) 중 사범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14%(460여명)에 달한다. 입학 목적이 뚜렷한 이들은 기업 쪽으로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며 “미취업자가 계속 쌓이고 있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박재관 경주대 발전기획처장도 “재학생충원율이나 취업률은 1년 안에 바뀌기 힘든 지표이고, 법인지표도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소규모 대학에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교과부가 올해 재정지원·대출 제한 대학 평가지표에 새로 추가시킨 법인지표(5%)는 해당 대학의 법인전입금 비율과 법정부담금 부담률이 각각 50%씩 반영된다. 법인전입금은 △경상비전입금 △법정부담전입급 △자산전입금으로 나누고, 이를 대학의 운영수익(등록금·기부금·부대수입)으로 나눠 산출한다. 법정부담금은 교직원에 대한 연금부담금·건보부담금·재해보상부담금을 말한다.

그러나 법인이 가진 수익용기본재산이 적거나 수익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대학은 법인지표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경성대 천갑원 기획조정팀장은 “병원을 갖고 있거나 수익을 낼만한 사업체가 있는 법인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대학은 법인지표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전체 교직원이 급여의 5%를 법인에 기부한 목원대도 법인지표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이형주 팀장은 “법인지표를 올리려고 직원들이 주머니를 털었지만 법인 자체에 돈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법인이 가진 기본자산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전입금을 낼 수 없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 “지방대 불이익 받는 구조 개선해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들은 지난해 입은 불명예를 설욕하기 위해 지표관리에 여념이 없으면서도 교과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선 여전히 불만을 제기한다. 임종보 기획처장은 “수도권으로의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 지방대 출신이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교과부 평가방식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4월 한 취업정보 커뮤니티에서 대졸 구직자 929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9%가 취업활동에서 ‘학벌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임 처장은 “대학의 지리적 위치상 지방대는 취업을 위한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수도권으로의 취업에선 지방대의 핸디캡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재학생 충원율도 편입 등으로 수도권 유출이 심화된 상황에선 지방대만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물론 교과부가 수도권 편입 인원을 축소하는 ‘지역대 발전방안’을 내놓았지만 그 때문에 올해를 마지막 기회로 보는 학생이 많아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박재관 경주대 발전기획처장은 “수도권 편입학 축소방침은 내년부터 적용되지 않느냐. 학생들은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더 빠져나가려 한다. 오히려 지방대에 악재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임종보 처장도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의 재학생 충원율 산정 기준을 아예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 지표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제기된다. 이 지표는 대학들의 학점관리 현황이 50%의 비중을 차지한다. A·B학점 이상을 받은 학생 비율이 높으면 점수를 잘 받기 어렵다. 임 처장은 “학점 인플레 여부는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지방대 출신의 핸디캡을 고려한다면 대학으로서는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교과부는 이런 지방대의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벌로 차별받는 졸업생의 취업을 위해 학점이라도 잘 줘야 하는 지방대 현실을 좀 알아달라는 읍소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