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원 '저소득층->학자금대출->낮은 취업질' 악순환

학자금 대출 학생 ‘스펙’ 부족으로 취업 질도 낮아
4년제 대졸자 20대 9779명 대상 조사, '악순환' 입증

▲ 학비 조달 유형별 월평균 소득을 조사한 결과 융자에 의존한 집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소득이 낮은 계층의 대학생일수록 등록금을 학자금 융자로 해결하는 비율이 높고, 융자를 받은 학생일수록 취업의 질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부모의 저소득이 ‘자녀의 취업스펙 준비 미흡’으로 이어지고 결국 ‘저조한 취업 성과’로 나타나는 악순환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지난 15일 발행한 ‘이슈 브리프’를 통해 ‘대학 학비 조달방식과 노동시장 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4년제 대졸자 중 융자로 학비를 조달한 비율은 △고소득층 4.6% △중간소득층 8.1% △저소득층 14.3%로 나타났다.

여기서 고소득층은 부모의 소득이 ‘월 500만 원 이상’, 중간소득은 ‘월 200~500만원’을 기준으로 했다. 저소득층은 부모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경우에 해당한다. 이번 조사는 4년제 대학 졸업자 1만1730명 중 2010년 현재 만 30세 이상을 제외한 20대 9779명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구의 대학생이 학비를 조달하기 위해 융자에 의존하는 비율은 14.3%로 고소득층(4.6%)에 비해 3배가 넘었다. 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은 “학비 융자 의존비율은 가구소득이 낮아질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대학 장학금이 경제적으로 필요한 학생 보다는 성적우수자에게 지급되는 ‘능력주의’에 기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학비를 해결해야 하는 저소득층의 경우 이른바 ‘취업 스펙’을 준비할 여유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과적으로 취업의 질이 낮아져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스펙(specification)’은 학점과 토익점수, 자격증 소지 여부, 해외연수 경험 등을 말하는 것으로, 대졸자가 재학 중 취업을 위해 확보할 수 있는 외적 조건을 총칭한다.

직능원은 “융자로 학비를 조달한 경우 취업준비가 전반적으로 미흡한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실제 대표적 스펙인 토익점수의 경우, 학비 부담을 부모에게 의존한 경우는 평균 773.0점인 반면 융자를 받은 집단은 754.0점으로 무려 19점이나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의 경우는 778.9점으로 가장 높았다. 직능원은 “학원비 등의 비용이 수반되는 영어점수에서 유형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일자리의 질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학비를 융자에 의존한 경우 정규직 취업률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0년 현재 임금근로자로 취업 중인 707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학비를 부모에 의존한 경우 정규직 취업률은 70.0%였다. 반면 본인이 조달한 경우 63.4%, 융자에 의존한 경우 64.8%로 떨어졌다.

월평균 소득으로 비교했을 때도 격차가 드러났다. 장학금으로 학비를 조달한 집단의 월평균 소득이 207.4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부모에게 의존한 경우도 198.1만원이었다. 반면 융자를 받아 학비를 낸 경우 월평균 소득이 182.2만원으로 부모에 의존한 경우보다 월평균 15만9000원 낮았다.

오호영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부모의 저소득이 자녀의 취업스펙 준비 미흡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저조한 노동시장 성과로 이어지는 실증적 근거를 발견한 데 이의가 있다”며 “특히 학비를 융자에 의존한 집단의 경우 이에 대한 상환압박을 받기 때문에 투매양상의 취업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투매양상의 취업’이란 졸업 후 학자금 상환 압박을 받는 대졸자가 일자리의 질을 가리지 않고 취업하는 것을 말한다. 오 연구위원은 “교육기회 균등 보장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 대학생 장학금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높은 대학진학률로 인한 대졸 취업난 가중이 우려되기 때문에 대학 구조조정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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