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섭 광주보건대학 부총장

 

지난해 처음 도입돼 인증심사를 신청한 35개 전문대학 중에서 28개 대학을 인증했던 기관평가인증제도가 벌써 2기 선정을 준비 중에 있다. 기관평가인증은 고등교육의 자율성 확대에 상응하는 전문대학 교육의 질 제고 및 책무성 강화 취지에서 야심차게 시작됐다.

무엇보다 2014년부터는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은 정부의 행·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란 방침이 알려지면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렇듯 인증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점에서는 인증이 과연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고등교육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여기에 대해 1기 인증대학으로서 답을 한다면 단연코 ‘그렇다’ 이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근거는 인증 평가의 틀 자체에 내재된 대학개혁의 해법이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대학의 사명과 발전계획·교육·산학협력·학생·교원·도서관 및 정보자원·경영 및 재정·교육시설 및 자원·대학의 책무와 교육개선 등 9개 영역을 평가받아야 한다. 세부기준은 27개, 평가요소만도 72개에 달한다. 사실상 대학운영 전반에 대해 빠짐없이 평가받는 셈이다.

또한 상향식 평가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세부 평가요소 중 한 가지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인증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인증을 통과하려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쟁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제도와 실행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관행으로 치부되던 기존의 대학운영으로는 절대로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우리 대학에서는 대학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에서 요구하는 모든 평가요소를 충족할 수 있도록 재설정했다. 이후 인증의 장애요소는 자연스럽게 폐기됐고 필요한 제도와 절차를 갖출 수 있었다. 기관평가인증 모형을 통한 대학개혁이 매우 효과적이고 시의적절한 전략대안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두 번째 근거는 기관평가인증 준비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다. 인증 준비과정에서는 대학의 비전 설정, 경영방침 재정립을 통한 대학 정체성 및 지역사회에서의 역할론 확인이 한번쯤 이루어진다. 또한 의사소통과 정보유통경로가 재정비되고 대학구성원간의 일체감 등 새로운 관계정립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 대학의 경우 대학구성원 모두가 대학경영 정보를 공유하고 합의된 절차에 따라 예측 가능한 행정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 경영자는 건전성과 투명성에 입각한 예산운용 시스템을 확고하게 정착시켜 사회적 기관으로서의 대학에 대한 신뢰성을 더욱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우리 대학은 인증 준비과정에서 ‘대학구성원 일체화’를 이끌어냈다. 인증 준비과정은 무수한 상호 의사소통의 연속이었다. 때로는 피로감이 폭발하기도 하고 인증의 필요성과 효과성에 대해서 원론적인 논쟁이 전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식, 비공식 회의와 워크샵 등 끊임없는 상호 의사소통을 통해 결국 인증 모형을 통한 대학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 구성원 모두의 공감을 도출했다. 갈등과 분열로 점철되기 쉬운 인증 준비과정을 화합과 단합의 과정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어쩌면 인증으로부터 우리대학이 얻은 가장 큰 무형의 소득이라 할 것이다.

대학의 위기가 피부로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기관평가인증은 모든 대학들이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이 됐다. 어떤 자세를 가지고 인증을 준비하는가에 따라 대학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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