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교육과학기술부의 ‘총장직선제 폐지 강박’ 때문에 국립대들이 불필요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6월 12일 공주대 교수회가 교수 총투표를 실시해 ‘총장직선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학칙 개정에 반대한다는 총의를 이끌어냈다. 6월 13~14일에는 경북대 교수회가 81.5%라는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인 교수 총투표를 실시해 ‘총장직선제 존치·개선’을 총의로 확정했다. 6월 25~28일에는 부산대 교수회가 교수 총투표를 실시한다.

경북대 총투표 과정에서는 대학 본부가 마지막 순간까지 절차를 트집 잡았고 개표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부산대 총투표 실시를 둘러싸고는 대학 본부가 공동주관을 하자고 했다가 못한다고 했다가 다시 하자고 하는 난맥상을 보였다.

6월 중순이면 대학 교정은 휴식에 접어든다. 학생들은 기말시험을 치르고 각종 스펙 쌓기에 돌입한다. 교수들은 학기 중에 밀쳐놓았던 미완성 논문을 다시 펼치거나 각종 연구활동차 해외로 나간다. 그래서 대학 교정은 오랜만의 여유로움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6월임에도 긴장도는 더 높다.

왜 이런 걸까? 다름 아니라 교과부가 끊임없이 국립대를 들쑤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7일 교과부는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이라는 것을 발표해서 ‘총장직선제 폐지’를 막무가내로 강요했다.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오로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금까지 줄곧 선정됐던 경북대·목포대·부산대·전남대를 탈락시켰다. 오는 9월에 실시한다는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 선정’에서도 총장직선제 폐지를 절대지표로 삼겠다고 윽박지르고 있다.

물론 총장직선제는 절대선이 아니다. 하지만 총장직선제는 결코 절대악도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학생들을 지원하는 사업, 부실대학을 ‘조정’하는 사업의 절대지표가 되어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왜 교과부는 총장직선제 폐지에 목을 매는 것일까? 선뜻 이유를 알기 어려운 무리한 주장 뒤에는 항상 숨은 사심이 있기 마련이다.

‘숨은 그림 찾기’는 뒤로 미루자. 지금 중요한 것은 일개 행정부처에 불과한 교과부가 총장후보자를 선정할 때 “직·간접선거를 배제”하라는 가당치 않은 지시를 내려보내고 국립대의 본부가 그 지시를 관철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현실이다. 강의와 연구에 전념하며 ‘경쟁력’을 키워야 할 국립대학 교수들이 ‘최소한의 대학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 맞서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다.

이 뒤틀린 현실을 만들어낸 원인은 명확하다. 교과부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선진국’, 그 어디에도 없는 구조이다. 국립대에 대한 정책·인사·재정을 일개 행정부처가 한 손에 장악하고 있는 구조이다. 정부가 대학을 지원하지는 않으면서 통제하려고만 하는 구조이다.

대학은 지원하되 통제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대학의 본질에 관한 일이며, 21세기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달린 일이다. 그래서 내년 2월 출범할 새 정부가 무엇보다 먼저 챙겨야 할 간절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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