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약 50% LG그룹 취업 최대강점

WCC 선정으로 인지도·자신감 동반상승

 

▲ 연암공업대학 전경

[진주= 한국대학신문 김봉구 기자] 연암공업대학은 LG그룹의 색깔이 짙게 묻어있다. 인재 육성과 과학기술 진흥을 강조한 LG그룹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유지에 따라 설립된 학교법인 LG연암학원에서 운영하는 대학이다. 학교가 자리 잡은 진주가 구 회장의 출생지이며 학교명 역시 구 회장의 호인 연암에서 따왔다. LG그룹과의 끈끈한 연계를 통해 교육·취업에 강점을 지닌 데다 지난해 세계수준의 전문대학(WCC)에 선정돼 날개를 달았다.

■ LG그룹 탄탄한 지원에 취업까지 = LG그룹의 탄탄한 지원은 큰 힘이다. 매년 약 20억원의 경상비를 LG연암학원에서 지원받아 교육시설 개선에 사용하고 있다. LG그룹 산하 기업체에서 연암공업대학에 겸임교수를 파견하고, 교수들은 이들 업체들과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LG그룹과 연계된 산학협동이 뿌리내렸다.

졸업생 가운데 약 50%가 LG그룹 계열사들에 취업하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로 작용한다. LG그룹이 원하는 맞춤형 교육을 개설한 뒤 업체에 필요한 전문기술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강익태 기획처장은 “교육과정 자체가 LG그룹 업체들과 연계돼 있고 교육을 이수하면 곧바로 취업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점 때문에 학교가 수도권에 있었다면 경쟁력은 훨씬 올라갔을 것이다. 지금도 서부 경남의 소도시에 위치한 지리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인문계 고교는 내신 4등급, 전문계 고교는 2등급 이내 정도의 학생들이 입학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암공업대학은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건강보험 DB 연계 취업률 조사에서 84%를 기록해 전국 전문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높은 취업률의 비결은 기업별 맞춤과정을 운영하는 주문식 교육에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전공·실무과목을 별도 과정으로 운영해 학생이 졸업 후 입사하자마자 재교육 없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장점이 있다.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LG실트론 등 그룹 계열사들과 연계한 주문식 교육과정이 많아 취업의 질도 높다. 선발된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해당 기업 취업이 보장되고, 산업체는 현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어 학생과 산업체 모두 만족도가 높다.

LG그룹과의 관계가 취업률에만 도움 되는 것은 아니다. 유망산업이나 기술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얻어 교육과정에 즉시 반영하는 시스템이 더 큰 강점으로 꼽힌다. 박문화 총장은 “기업체가 업계 유망산업·기술에 대한 정보가 빠르다. LG그룹과의 특수한 관계를 활용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면 될지 힌트를 제공해주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WCC 산학밀착형 교육으로 새 틀 = 기존 강점에 지난해 WCC에 선정되면서 대외 인지도와 구성원들의 자신감까지 업그레이드되는 효과를 봤다. 연암공업대학은 WCC 선정 이후 7.7 대 1의 높은 입시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신입생들의 내신 성적도 올라갔다. 부산·경남 외의 타지역 지원자가 증가하는 등 전국적 인지도 상승효과가 더해졌다.

연암공업대학은 WCC 선정 이후 전기컴퓨터공학과·디지털전기전자과·기계설계과·컴퓨터응용기계과·산업정보디자인과 5개 학과를 전기전자정보계열·기계계열·산업디자인계열과 스마트융합학부의 3개 계열, 1개 학부 체제로 바꿨다. 일반전공교육 외에 세부·융합전공주문교육과 맞춤교육, 계약교육, 산업체파견교육 등 다채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서였다.

‘WCC 산학밀착형 교육’을 목표로 새 틀을 촘촘히 짰다. 주문교육 과정은 산업체와 협약을 통해 1학년을 마친 학생 중 대상자를 선발, 기업이 자체적으로 커리큘럼을 정해 교육한다. 융합전공주문교육은 전계열 학생들 중에서, 세부전공주문교육은 기계계열 금형전공, 전기전자정보계열 통신전공 학생들 중에서 뽑는 차이점이 있다. 선발된 학생들은 LG디스플레이·LG화학·LG실트론·LG전자·LIG넥스원 등에서 교육받은 후 취업할 수 있다.

2학년 때 선발하는 맞춤교육 과정도 있다. 수요조사를 통해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생산직 직무내용에 맞춘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한다. LG디스플레이·LG화학·LG전자 생산직 취업이 가능하다.

신입생 입학과 동시에 기업이 직접 장학금을 지급하고, 해당 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교육 과정은 연암공업대학이 야심차게 밀고 있는 3년제 특성화 과정이다. 스마트융합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은 교육과정 이수 후 LG전자 5개 사업본부를 비롯해 LG CNS 15개 관계사, LG이노텍 등 핵심요원으로 투입된다.

2013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는 스마트융합학부는 부산·울산·경남지역 최고인 부산대 공과대학 수준을 목표로 설정했다. 4년제 국립대와 비슷한 수준의 우수인력을 길러내겠다는 의지다.

공원택 입시교무팀장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며 수학·과학우수자전형의 경우 각각 수능 수학과 과학영역 1등급 이내에 들어야 한다. 면접에는 해당업체 임직원이 면접관으로 참여할 계획”이라며 “장학금 지급을 비롯해 LG 계열사들에 대한 취업이 보장될 뿐 아니라, 재학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좋은 조건이라 우수학생 유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 학생들이 실습하고 있는 모습.

‘1년 4학기제’ 전문대 한계 극복
수업 결손 줄이고 체계적 선수과목 이수 가능

연암공업대학은 지난 1996년 전국 최초로 1년 4학기제를 시작했다. 2년에 불과한 전문대학 교육과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됐다. 8주를 한 학기로 한 1년 4학기제 운영을 통해 압축적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기간은 짧지만 4년제대와 유사하게 8학기로 운영하면서 학사관리에 보다 강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1년 4학기제를 택한 것은 수업 결손을 줄이기 위한 게 가장 컸다. 강익태 기획처장은 “2년 과정인 전문대학의 특성상 갓 입학한 1학년 1학기, 취업이 확정된 2학년 2학기를 제외하면 제대로 교육받을 시간이 1년밖에 없다”며 “학기를 쪼개 운영하면 수업 결손이 확실히 덜하다. 지금도 다른 대학은 여름방학이지만 연암공업대학은 학기 중”이라고 귀띔했다.

학생들의 선수과목 이수를 비롯한 체계적 교육에도 효율적이다. 학기가 세분화된 만큼 단계적으로 먼저 배울 필요가 있는 선수과목 배치에 도움이 된다.

1년 4학기제로 인해 이수하는 수업시간은 많지만 등록금은 오히려 저렴하다. 1년 등록금이 2012학년도 기준 552만 6천원으로 사립 전문대학 평균보다 30만원 가까이 낮다. 또한 등록금의 약 22%(학생 1인당 평균 120만원)가 각종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특히 LG전자 HR그룹과 협약을 맺어 특약생 장학금 제도를 운영, 선발된 학생에게는 취업 보장 특전을 비롯해 등록금 전액과 기숙사비·식비까지 제공된다.

 

 

“WCC 프라이드, 구성원에 긍정적 영향”
[인터뷰]박문화 총장

 

박문화 총장은 31년간 LG전자에서만 재직하며 사장까지 역임한 뼛속까지 ‘LG맨’이다. LG전자 고문을 지내다 지난해 9월 연암공업대학 총장에 취임했다. 유명 대기업 CEO 출신이지만 박 총장은 수치상 실적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효과’를 강조했다. WCC 선정의 장점을 구성원의 프라이드 업그레이드로 꼽는가 하면, 학교와 LG그룹과의 특수한 관계 역시 업계의 수요를 교육과정에 발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게 최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 WCC 선정 후 학교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재정적 지원 못지않게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프라이드가 높아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업무를 하면서 과연 WCC에 걸맞은 교육과정이나 학교행정을 하는지를 많이 생각하게 됐다. 전체적으로 생각과 행동의 질이 높아졌다고 할까. 일상적으로 심도 있게 고민하고 WCC의 위상을 고려하게 된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

- 취임 후 학교경영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LG전자에서 근무할 때 졸업생들을 많이 받아봤고 학교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았다. 그런데 막상 총장으로 오니 아쉬운 점이 있다. 학생들이 사무·기술직이나 엔지니어에 도전하기보다 좀 더 손쉬운 생산직을 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생산직은 고교만 졸업해도 충분히 갈 수 있지 않나. 전문대학 2년 과정을 이수한다면 좀 더 취업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기업과 계약을 맺고 현장 수요를 직접 반영한 교과과정을 개설하는 데 주력했다. WCC 특성화계획에도 이런 과정이 충실히 반영됐다.”

- LG그룹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인다.
“지금도 LG그룹에 졸업생의 50% 정도가 취업한다. 물론 대기업인 LG그룹에 학생들이 많이 취업하는 것 자체가 성과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LG 계열사에서 현장의 정보를 빨리 얻는다는 점이다. 정보는 기업이 갖고 있는데, 이를 정확히 캐치해 학교 교육과정에 즉시 반영하는 구조가 장점이다. 현장성 있는 기업의 정보는 학교가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육과정을 개편할지에 대해 중요한 자료가 된다.”

- 고졸 장려책과 4년제대의 실용학과 개설 등으로 전문대학이 ‘샌드위치’ 상황인데.
“전문대학들이 하나로 묶어 해법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 같다. 각 전문대학의 특징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연암공업대학은 업계의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전문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꼭 2년 과정에 국한할 이유도 없다. 필요에 따라 수업 연한을 자율화해 3년, 4년짜리 심화과정을 개설할 수 있다. 4년제대와의 차별화 문제가 제기될 법 하지만, 전문대학 출신의 현장적응능력을 배양시키는 방향으로 대처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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