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성 著 <정치는 도덕적인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로 유명한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현실주의 국제정치사상을 재조명한 책이 나왔다.

저자인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도덕적 정치는 가능한가’라는 오래된 명제에 대한 답을 니버의 고전현실주의에서 찾는다. 책의 부제인 ‘라인홀드 니버의 초월적 국제정치사상’이란 국제정치에 대한 신학자의 종교적 도덕성 개념을 덧입힌 현실주의를 뜻한다.

‘정치는 도덕적인가’는 국제정치학에 기독교 신학이 접목된 책이다. 1~3장은 신학자인 니버를, 4~6장은 국제정치학자인 니버를 다룬다. 니버는 현실주의가 표방하는 국제정치의 비도덕성, 즉 ‘각 행위자들의 이익을 위한 장’일 뿐이라는 시각에 반론을 편다. 국익의 추구는 도덕과 별개지만, 또한 국가 구성원들의 생명과 이익을 보호하므로 도덕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니버의 기독교적 현실주의가 갖는 의미는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으며, 국제정치에도 종교적 초월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학자로서 인간의 한계를 인정한 니버는 합리주의를 넘어 인간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절제와 겸손, 정의와 도덕관념에 대한 존중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전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니버는 도덕적 국제정치가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상대적 정의’를 이뤄내기 위해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그의 초월적 성찰은 핵심집단(국가)이 세력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결론은 도덕적 정치다. 저자는 국가가 힘이 있다고 해서 ‘나의 도덕’을 강요한다면 그 힘은 쇠락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21세기에 다시 니버를 소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 교수는 급변하는 국제정치 상황에서, 이를테면 남한과 북한의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거나 입장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남한이 우위를 점하게 해줬지만, 이 체제에 대한 반성이 결여되는 순간 우월적 지위 또한 사라진다는 지적은 곱씹어 볼만하다. (한길사,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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