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훈 著 <은닉>

 
“소설 ‘은닉’은 거짓의 백과사전이다. 거짓의 온갖 양상이 망라된다. 대표적으로 위장, 또 허풍. 그 밖에 등재된 항목들-없는 주제에 있는 것처럼 꾸며 상대를 현혹시키기. 엄연히 있으면서 없는 척하기. (중략) 억지웃음, 은근히 떠보기, 거울, 가상현실, 흥정, 환각, 조각난 진실의 몇 가지 파편들, 소문, 꿈. 그리고 어쩌면 사랑.”(영화감독 박찬욱)

배명훈의 소설 ‘은닉’은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의 은닉은 마음을 감추기 위한 거짓된 행동들을 뜻한다. 그러나 사랑의 마음은 아무리 숨기려 애써도 숨길 수 없는 것.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모든 거짓을 동원해 은닉하려 하지만 결국 숨길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독자가 ‘은닉’의 마지막 장을 닫기까지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겹의 위장을 걷어내고 이 소설을 모두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독자는 또 다른 위장과 만나게 된다. 때문에 “거짓의 백과사전 속에 숨겨진 하나의 조각을 찾아내는 것, 그것을 어쩌면 사랑”이라고 한 박찬욱 감독의 말은 ‘은닉’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북하우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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